5일 오전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 위판장에서 중도매인들이 경매를 하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오전 6시부터 상인 수백명 몰려
- 경매사 중계따라 바쁜 수신호
- 직원들, 일 많을수록 흥이 올라
- 어획량 늘어 모두 풍족해지길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는 하루 평균 400t이 넘는 수산물이 거래된다. 매일 오전 6시께 공동어시장 경매에 몰린 수백 명의 상인이 원하는 '상품'을 손에 넣기 위해 바쁜 손짓을 보낸다.

5일 아침 상인 수신호를 지켜보며 경매사 특유의 목소리로 입찰 상황을 중계하던 공동어시장 경매사 허장근(53) 씨의 목소리가 돌연 커졌다. "15만이, 15만에 양천, 15만 양천에 103번！" 103번 상인이 15만 양천에 원하는 물건을 낙찰받았다. 양천은 2000원을 말한다.

1987년 공동어시장에 입사한 허 씨는 판매부와 기획실을 거쳐 2004년 공동어시장의 '꽃 보직'인 경매사가 됐다. 자부심은 대단하다. 허 씨는 "국민의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 그 유통의 첫 단계를 책임져 뿌듯하다"며 "물량이 많으면 오전 11시까지도 경매가 계속되지만 그럴 때일수록 일에 더 흥이 오른다"고 덧붙였다.

최근 허 씨는 걱정거리가 생겼다. 바다 사정이 나빠졌는지 예년보다 어획량이 줄고 고급 어종도 보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그는 "새해에는 좋은 고기가 많이 잡혀 생산자와 시장이, 상인도 풍족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며 "올해부터 진행될 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도 그런 소망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 경매를 진행 중이던 경매사 옆에서 박정은(여·26) 씨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속기사인 박 씨는 경매 현장에서 상품이 얼마에 낙찰되었는지, 낙찰받은 사람은 누구인지를 빠르게 써넣고 이내 다음 경매 상황을 주시한다. 박 씨는 "매 건의 경매에서 낙찰 금액과 낙찰자를 정리해 모든 경매가 끝나면 전산화한다"고 말했다.

속기사로 첫 발령을 받은 지난해 7월은 박 씨에게 유난히 힘든 시간이었다. 그는 "직원 중 경매 현장에서 일하는 유일한 여자인 데다 나이도 어려 어려움을 겪었다"며 "하지만 일에 적응하고 나니 그런 점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밝게 웃었다. 내성적이던 성격도 쾌활하게 바뀌었다고 한다.

약점을 극복했다는 보람에 일도 손에 붙어 요즘 출근할 맛이 난다는 박 씨에게 새해 소망을 물었다. 그는 "새해에는 멋진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다"고 말하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박 씨 역시 '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박 씨는 "입사한 지 1년이 안 됐지만 어시장에 대한 애착은 누구 못지않다"며 "현대화 사업이 잘 진행돼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어시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