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해운대구 벡스코 흡연 부스 앞에도 금연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어 애연가들을 주눅 들게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시세차익 노린 얌체족 늘자
- 판매점들 구매 영수증 요구

- 제조일자 오래된 담배 유통
- 애연가들 사재기 의심 분통

새해부터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담배 판매점에서 '사재기 담배' 진위를 놓고 손님과 업주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애연가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담뱃값이 많이 올라 기분이 상해 있는데 사재기해놓은 것으로 의심되는 담배들이 대량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소비자가 담배를 미리 사놓았다가 시세 차익을 노려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업주들은 긴장하고 있다.

	담배 환불 때 구입 당시 영수증을 지참해달라는 한 편의점의 안내문.

회사원 김모(29) 씨는 최근 지인을 통해 자신이 즐겨 피우는 KT&G의 '보헴시가 쿠바나' 담뱃갑 밑에 적힌 5자리 일련번호가 담배 제조연월일이라는 것을 알고 화가 났다. 최근 피우던 담배를 살펴보니 '40925'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이는 2014년 9월 25일 제조된 담배라는 뜻이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에는 담배 구하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만든 지 4개월 된 담배가 유통되고 있다. 이는 사재기해 놓은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흥분했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39) 씨는 "담뱃값이 오른 지난 1일부터 매일 한두 명은 이 문제로 짜증을 낸다"며 "우리(판매점)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담배에는 제조연월일이 적혀 있다. 던힐 등 브리티시아메리카토바코의 제품은 '140914' 등 6자리 숫자로 제조연월일을 표시한다. JTI사의 메비우스 등은 일련번호 앞 4자리를 보면 알 수 있다. 만약, 일련번호 앞 4자리가 '23L4'라면 2014년(4) 12월(12번째 알파벳), 23일에 만든 제품이라는 뜻이다.

온라인상에는 이 같은 '사재기 담배'를 사지 말자며 이를 인식하는 다양한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한 애연가는 "편의점주가 담배를 사재기한 경우 본사에 이중으로 보고되는 것을 피하려고 현금을 받고 바코드를 찍지 않을 것"이라며 "사재기에 골탕 먹기 싫다면 바코드를 찍는 것을 확인하고, 현금영수증을 요구하라"고 말했다.

담배를 미리 사놓은 소비자가 가격 인상 후 시세 차익을 노려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한 갑만 환불해도 2000원의 '부당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일부 판매점에서는 담배를 산 당시 영수증을 요구하고 있다. 중구 중앙동 한 편의점에는 가게 입구에 '영수증을 지참해야만 교환 및 환불이 가능합니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KT&G 관계자는 "디자인을 바꿔 묵은 담배를 새 담배와 구분해야 한다는 여론은 알고 있지만, 창고에 쌓여있는 재고분을 먼저 공급하기 때문에 현실적 대안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