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부산의 한 대형마트에서 여성노동자가 상품이 든 상자를 나르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새해 느낄 새도 없이 연일 근무
- 손목·팔꿈치 성한 데 없을 정도
- 고객응대 스트레스도 만만찮아
- 하루 8시간 일해도 월 110만 원

휴일인 4일 오후 5시께 부산 부산진구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김모(여·41) 씨는 세탁세제를 진열하느라 분주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연말 내내 일했다는 김 씨는 "며칠 동안 매우 바빴다. 매출이 올랐다던데 벌써 체감했다. 이젠 회사로부터 매출 발표를 듣지 않아도 일을 하다 보면 감이 온다"며 숨을 돌렸다.

마트 매장 정리 일을 하는 김 씨는 2011년 11월부터 이곳에서 무기계약직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 가공일용파트를 맡은 그는 잡화 세제 제지 등 공산품을 창고에서 카트에 싣고 매장으로 갖고 와 진열한다. 매번 최소 10~20㎏ 되는 상자를 들고 나르느라 손목과 팔꿈치가 성한 데가 없다.

기본 업무 외에 자잘한 업무는 셀 수 없이 많다. "오전 8시 전에 출근해 그날의 제품가격 변경을 확인하고 매장 내 가격도 점검하죠. 빠진 물건도 챙기고요. 유통기한도 일일이 확인해야 해요. 30여 명의 직원이 다 같이 확인해도 두 시간이 훌쩍 갑니다. 하루 할당 몫을 다 해내려면 근무시간 내내 부지런히 움직여도 모자라요."

카트에 싣고 온 물건을 순식간에 정리한 김 씨가 다시 창고로 향했다. 4~5㎏에 달하는 세탁세제는 빠르게 정리됐다. 빈 카트를 끌며 "실례합니다. 지나가겠습니다"고 반복해 말하지만 쇼핑 중인 손님들은 쉽게 길을 터주지 않는다. 김 씨는 "마트에서 우리는 없는 사람과 마찬가지다. 처음엔 자존감이 상했는데 그마저도 익숙해졌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창고로 돌아가던 김 씨에게 고객이 양념장 진열 위치를 물었다. 김 씨는 하던 일을 제쳐놓고 동행해 안내했다. 고객 응대 매뉴얼에 따라 미소를 건네며 배웅인사까지 마쳤다. 그는 "친절 응대는 좋지만, 과한 서비스를 강요해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만만찮다.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고객을 가장해 매장 직원의 서비스 등을 평가하는 사람) 제도도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후방 창고로 돌아간 김 씨는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새해 기분은 언제 내느냐는 질문에 그는 "느낄 새도 없다"고 대답했다. 하루 8시간을 꼬박 마트에서 보내는 김 씨는 그저 모든 게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올해 소망을 물었다. 독신주의자인 김 씨는 어머니와 단둘이 산다. 시급 5700원을 받아 월 110만 원 안팎의 월급을 받는다.

그는 "두 사람이 살기도 부족한데 함께 일하는 '언니'들은 그 돈으로 자식도 키우고 부모님도 모신다"며 "많이 바라지도 않는다. 물가 상승에 걸맞은 월급 조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