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출근일인 2일 오전 부산 중구 부산도시철도 1호선 중앙역에서 직장인들이 회사를 향해 개찰구를 나서고 있다. 홍영현 기자

- 오전 5시 1호선 첫차 풍경
- 열심히 살아가려는 이웃들
- 추위속 활기찬 한 해 시작

부산 도시철도는 하루 88만여 명이 이용하는 '시민의 발'이다. 을미년의 첫 출근일인 2일 출근 시간(오전 5시~9시)에만 13만 명이 도시철도에 희망을 싣고 직장으로 향했다. 방향은 다르지만 모두 '행복역'을 향해 달렸다.

이날 오전 5시 도시철도 1호선 장전역. 해가 뜨기에는 한참 남은 시간이라 거리에는 사람 그림자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첫차 시간이 가까워지자 사람이 점점 몰리기 시작했다. 금세 역사 안은 수백 명의 시민으로 가득 찼다. 칼바람 속에서 얼굴과 손을 비비며 첫차를 기다렸다.

금정구에서 채소를 판매하는 노점상 김숙희(여·64) 씨는 아침 장사를 준비하기 위해 동료와 첫차를 타고 부전시장으로 향했다. 김 씨는 "다사다난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정말 양처럼 평화로운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3호선 환승역인 연산역에서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새내기 직장인을 만날 수 있었다. 남모(여·22) 씨와 황모(여·22) 씨는 부산 동구에 있는 한 회사에 첫 출근을 한다고 했다. 남 씨는 "처음으로 직장인이 됐다. 회사 생활에 빨리 적응하려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가슴 졸이며 을미년을 시작한 이도 있었다. 부전역을 지나 객차 안에서 만난 아파트 경비원 박주영(70) 씨는 "오전 6시까지 전날 근무자와 교대를 해야 해 늘 첫차를 탄다"며 "올해는 경비원 최저임금 문제 때문에 해고당할 수 있다는 말을 들어 내내 가슴을 졸이고 있다"고 밝혔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서면역에 들어서자 이른 시각임에도 역에는 사람들로 넘쳤다. 오전 7시 30분께 전동차가 4분 간격으로 역사에 들어오지만, 전동차마다 승객으로 가득 찼다. 첫 출근을 맞아 평소보다 빨리 걸음을 재촉하는 시민이 많은 탓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희망찬 새해를 바랐다.

직장인 하주훤(42) 씨는 "새해 첫 출근이라 새롭게 각오를 다지기 위해 첫차를 탔다"며 "지난해처럼 열심히 살겠다. 올 한해는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휴일이 줄어 아쉬워하는 이도 있었다. 대전지역 컴퓨터 회사에 다니는 박모(29) 씨는 "새해는 가족과 보내고 싶어 무리해서 부산에 왔다"며 "지난해에는 회사가 이틀까지 쉴 수 있도록 배려했지만, 올해는 출근하게 돼 아쉽다"고 전했다.

청년실업자에게는 새해가 마냥 즐겁지는 않다. 취업준비생인 강윤성(29) 씨는 "아침 일찍 대학 도서관으로 가는 중이다. 올해는 반드시 취업에 성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