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인 1일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제2 도서관이 면학 분위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어둠 헤치고 하나둘씩 모여들어
- 공무원 채용 예상보다 적지만
- 올해는 뭐든 잘될 것 같다

- 작년 수차례 고배로 졸업 유예
- 부모님 응원 힘 입어 재도전
- 재취업 준비자 "돈이 전부 아냐"

2015년 을미년 새해가 힘차게 밝았다. 고단한 삶이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도 삶이다.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이웃의 다양한 일상과 고충, 그리고 희망을 전한다.

남들은 새해 소망을 빌기 위해 해운대 등 해맞이 축제를 찾는 1일 새벽.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도서관에는 어둑어둑한 세상을 헤치며 축제 대신 '일상'을 선택한 청년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해맞이가 시작도 되기 전인 이날 오전 7시 학교 제2 도서관(중앙도서관)에는 새해 첫날인 때문인지 20명가량만 보였으나 오후에는 1000명 가까운 학생들이 자리잡아 뜨거운 면학 분위기를 보였다.

"어제 공무원 채용 공고문이 발표돼 오늘 새해 첫날이지만 공부하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공(대기환경과학)을 살려 기상청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는 조경수(26) 씨는 오전 7시께 도서관에 도착했다.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로 경남 김해에서 30분가량 직접 차를 몰고 왔다.

조 씨의 올해 목표는 공무원 시험 합격이다. 하지만 이번 채용에서 조 씨가 지원한 직군의 선발 인원은 예상보다 적다고 했다. "40~50명 뽑을 걸로 예상했는데 모집 인원이 30명밖에 되지 않는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금세 자신감을 되찾았다. "오늘 도서관에 오면서 학교 앞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샀는데 사장님이 새해 '첫 잔'이라고 했다"며 "올해는 뭐든 잘 될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취업 준비를 위해 '졸업 유예'를 선택한 서모(여·25) 씨는 이번 일출 구경을 친구가 보내준 사진으로 대신했다. 영도로 일출을 보러 간 친구가 아침 해 뜨는 광경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보내줬다. 서 씨는 "도서관에 오느라 버스를 타고 있어서 해 뜨는 걸 못 봤다"고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서 씨가 새해 첫날부터 도서관을 찾은 데에는 부모님의 영향도 컸다. "용돈 주시며 뒷바라지해주시는 부모님도 오늘 일하러 나가셨다"며 "집에서 마냥 놀고 있을 수 없어 공부하러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서 씨는 지난해 입사 원서를 몇 차례 냈지만 매번 떨어졌다. 그때마다 부모님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서 씨는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하는 게 보였는지 취업할 때까지 기다려 줄 테니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공부하라고 하셨다"며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행복한 삶을 찾기 위해 도서관을 찾은 이도 있다. 이모(여·25) 씨는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원하던 일이 아니라 행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씨는 "일찍 취직을 해보니 삶에서 진짜 중요한 건 돈이 아니었다"며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취업을 준비하고 싶어 다시 학교 도서관을 찾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