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격 미달 선원들 대응도 미숙

지난 1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발생한 501오룡호 침몰 사고는 나쁜 기상 조건에서 무리하게 조업에 나선 데다 사고 대응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해양경비안전서는 30일 생존 선원 6명과 러시아 감독관을 상대로 오룡호 침몰 사고 경위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일 선사인 사조산업은 오룡호에 무리한 조업을 지시하지 않았지만 선장 김모 씨는 파고가 4~5m, 초속 20m에 이르는 기상 조건에도 조업을 강행했다. 이전까지 오룡호는 4m가 넘는 파도에서 조업한 적이 없었다. 선내로 들이닥친 바닷물이 피시폰드(어획물 수조)와 어획물 처리장을 지나 결국 배의 조타기능을 마비시킬 때까지 배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열린 채 갑판의 물을 내보내야 할 방파문은 폐쇄돼 있었으며, 선박 내부의 배수로는 모두 어획물에 가로막혀 제 기능을 못했다. 바닷물이 갑자기 유입되면서 우측으로 크게 기운 배의 균형을 회복하려던 순간 큰 파도를 맞아 오룡호가 급격히 좌측으로 기울자 좌현의 오물배출구를 통해 더 많은 바닷물이 흘러들어와 회복불능 상태에 빠졌다.

선장 김 씨는 사조산업에 퇴선 보고를 한 뒤 배가 침몰할 때까지 1시간 동안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해양서 관계자는 "선장이 배를 끝까지 살리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원들은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직전 탈출을 시도했다. 러시아 감독관 등 7명은 3개의 뗏목을 엮어 타고 탈출한 뒤 가까스로 구조됐지만 다른 뗏목은 이미 파도에 유실돼 나머지 선원들은 탈출하지 못했다. 기관장의 설득에 선장 김 씨도 마지막에 탈출을 시도해 선내에 남은 선원은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해양서 이현철 오룡호 수사전담반 팀장은 "오룡호에 자격 미달의 선원들이 탑승해 위기 대응력이 떨어졌을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이 사고의 직접적인 영향인지 밝히는 게 관건"이라며 "사조산업의 승선공인 담당 직원 2명은 이미 입건됐으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