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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재 전 부산시장이 25일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명실상부한 제2도시로서 부산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
- 중앙정부에 순응·의존 타성 탈피
- 시대흐름 읽고 선제적 대응 절실
- 민자로 신공항 추진 현실적 대안
- 해외자본 유치 적극 공략 바람직
-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필요
- 개헌은 대통령연임제 옳다 생각
- 부산 2028하계올림픽 유치 추진
- 울산·경남과 손잡고 함께 노력을
'유수불부'(流水不腐·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세월이 갈수록 더 깊어지고 더 맑아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서울에 있는 가락종친회관에서 만난 김기재(68) 전 부산시장은 깊고 맑았다. 그의 시야는 한국과 동아시아를 넘어서 세계로 열려있었다. 부산 울산 경남의 상생발전과 성공적인 국가운영에 대한 조언을 할 때는 부산사람만이 가진 강한 어조에 더 힘이 들어갔다. 부산시장에 이어 김영삼(YS) 김대중(DJ) 정부에서 두 차례 장관을 지낸 뒤 한중원로포럼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지방자치가 도입된 이후 부산이 걸어온 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1990년대 이전 세계화 과정에서 부산은 잘 나갔다. 명실상부하게 한국 제2의 도시였다. 그런데 1990년대 지방화 시대에 접어들어 부산이 스스로 발전방향을 잡고 밀고 나가는 추동력을 상실했다. 지금 부산은 전국적으로 가장 노쇠한 도시가 됐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빠져나가는 도시로 전락했다.
-부산이 동부산권 개발에 이어 서부산권 시대를 준비하는 등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동의 못한다. 지방화 시대에 주변에 있는 도시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뒤떨어졌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시기에 인천과 중국의 동부연안도시들은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그 도시들 성장보다 부산은 상대적으로 낙후됐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서해안을 봐라. 인천 경기 충남 충북의 발전을 보면 오싹하다. 부산은 대기업 투자 하나 없다. 이대로 가면 부산의 발전속도는 다른 지역이 나아가는 속도와의 차이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부산의 현실을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본다.
-부산이 어떤 부분을 놓쳤기 때문이라고 보는지.
▶타성에 젖어서 중앙정부에 순응적이고 의존하는 그런 자세 때문이 아니겠느냐 생각한다. 공격적이고 선제적으로 나섰어야 하는 데 한발 뒤떨어져 버렸다. '마마보이'랄까, 그런 소극적인 자세 탓에 이렇게 됐다고 본다. 중국이 엄청나게 급변한 이 시기를 다른 도시는 잘 이용했는데, 부산은 그 흐름을 제대로 못타고 놓쳐버린 결과다.
-서병수 시장이 신공항을 민자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서 시장이 발표하기 이전에 내가 먼저 민자추진을 주장했다. 신공항이 추진되는 과정을 보니, '부지하세월'이다. 이런 상황이면 부산시가 주도적으로 중국 같은 데로 눈을 돌려서 해외자본을 유치하는 게 어떠냐는 것이다. 민자추진은 상당히 탁월한 생각이다. 우선 시의 단호한 결의를 중앙정부에 보여주는 아주 좋은 전략이다. 또 실제로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해외자본 유치를 한번 적극 발벗고 나서는 게 필요하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서 시장의 리더십을 기대해도 좋다는 뜻인가.
▶서 시장은 관료 출신이 아니어서 좀 더 과감한 발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주 큰 틀에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고, 이를 보여준다. 부산시장은 차기 대통령감 정도가 돼야 한다. 그런 배포가 있는 사람이 돼야 기울어가는 부산시의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다. 서 시장에게 그런 정치적 역량을 기대해 본다.
-정부가 경기불황 해법의 하나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한다.
▶말도 안된다. 수도권 집중으로 폐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수도권을 더 푼다는 것은 지방의 고사를 의미한다. 수도권의 개발억제와 지역균형개발정책은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면 대기업이 (지방으로) 갈 수 있도록 지방에 인프라를 먼저 확충을 해주고 살아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국가 전체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균형발전을 포기해선 안된다.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개헌론은 어떻게 보나.
▶(6월 민주항쟁의 산물인) 5년 단임제는 출발부터 한시적이었고, 개헌을 할때가 됐다고 본다.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는 모두 실패했다. 남북한 대치라는 특수한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 연임제로 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또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한다.
-지방자치제도 개혁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를 20년 이상 했기 때문에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다. 광역시의 구 청장 직선제 폐지안 등은 전향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지방자치를 비효율적인 중앙정치에 묶어두는 정당공천제는 폐지돼야 한다. 국회의원의 특권내려놓기 차원에서도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대통령 측근과 관련된 국정농단 의혹이 정권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 (비선라인 국정개입의혹을) 보니 떠들썩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왜 파장을 일으키느냐. 대통령의 통치스타일과 관계 있다. 인사 문제를 비롯해 너무 폐쇄적으로 하는 관행 때문에 (의혹이) 부풀려지고 악순환이 되는 것 같다. 대통령은 국민이 의혹을 갖는 것 자체가 나의 부덕의 소치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차제에 스타일과 시스템을 과감하게 바꾸고 새 출발할 수 있어야 한다.
-부산이 2028 하계올림픽을 경남·울산과 동시 유치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내가 몇년 전부터 주장한 내 고유한 아이디어다. 부산은 동남권을 아우르는 맏형이다. 부산이 뭘 하더라도 경남과 울산을 함께 끌어안고 가는 마인드를 항상 가져야 한다. 그래서 통 큰 시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림픽을 공동개최하면 부울경이 모두 승자가 된다. 부산은 해외투자를 유치할 때도 경남 울산지도를 함께 가지고 가서 경남과 울산에 투자자가 나서면 그쪽과 연결해주면 된다. 서울과 제주도가 중국 관광객을 유치한다고 별별 방법 다 썼다. 부산도 예를 들어 불교문화 관광 프로그램을 짤 때 경주 불국사~양산 통도사~합천 해인사~ 부산 범어사 등으로 해야된다. 해상관광 프로그램도 경남의 한려수도에서 부산 울산 경주까지 가는 걸 부산이 주도해야 한다. 지금은 동남권이 수도권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이다.
# 김기재 전 시장은
- 30년넘게 정·관계서 활동
- 한중·한일관계 개선 앞장
- 동북아 공동번영 구축 꿈
해방 이듬해인 1946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진주중과 진주사범을 거쳐 1972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부산시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30년 넘게 정·관계에서 활동했다. 김영삼(YS) 정부에서 총무처 장관, 김대중(DJ)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이력에서 알 수 있듯 한국 현대 정치사의 중심에 있었다.
김 전 시장은 "외국어 때문에 다양한 인생을 살았다"고 말한다. 부산시 새마을운동 담당과장 때 네덜란드로, 서기관 때 미국 하버드에서 수학했고, 일본과 중국에서도 공부했다. 2003년 취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함께 일하자'고 제의했으나 뿌리치고 중국 베이징대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중국 농촌에 새마을운동을 보급하기 위한 시도가 불발로 끝나자, 그동안 인연을 맺은 한중 고위인사들과 함께 한중관계 발전을 위한 한중원로포럼을 만든 데 이어 한중교류촉진협회 창립을 주도했다. 한국 측에서는 이수성 이한동 전 총리 등이, 중국 측에서는 자오난치 전 정협 부주석, 장슈푸 전 사법부 상무부부장 등 모두 80여 명의 양국 원로들이 참여했다.
한중교류촉진협회는 양국 대사가 회의에 참석해 논의내용을 본국 정부에 보고할 정도로 양국관계 발전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김 전 시장은 앞으로 중일관계가 개선되면, 한중원로포럼을 한중일 원로포럼으로 발전시켜서 동북아의 공동번영과 평화번영 체제를 구축하는 데 각국 원로들이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꿈이다.
요즘은 가락종친회장으로서 전국을 순회하면서 김해 김·허 씨, 인천 이 씨 ,등 종친들과 만나는 기회를 자주 갖고 있다. 또 중학교시절 악대부를 했던 소질을 살려서 아코디언을 배워 연주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
▶주요경력
▷진주중 ▷1972년 행정고시 합격 ▷부산시 사무관 ▷안양시장 ▷부산시장 ▷총무처 장관 ▷행자부 장관 ▷15·16대 국회의원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한중원로포럼 회장 ▷한중교류촉진협회 회장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