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기관, 장기자랑 등 이벤트
- 연말특수 실종 유흥업소 '울상'

연초부터 발생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세월호 참사 등 대형사고로 인한 자숙 모드가 연말 송년회 분위기까지 바꾸고 있다. 술을 들이붓는 송년회가 점차 줄어드는 반면 마음을 풍성하게 하는 이색 송년회를 준비하는 곳이 늘고 있다.

부산 씨알봉사단은 지난 20일 사상구 덕포1동 한 찻집에서 '희망디딤돌 복지공동체 송년회'를 가졌다. 홀몸 어르신과 아동센터 아동, 지역 주민 등 100여 명을 초청해 선물을 전달하고 공연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이들이 모여 있는 이 봉사단은 지난해부터 재능기부 형식으로 소외계층 학생들의 공부와 진로설계 등을 도왔다. 김정원 씨알봉사단장은 "연말연시를 맞아 후원자들과 나눔에 관한 공감대를 찾고 확산을 위해 행사를 열었다"고 말했다.

젊은 직원들이 선호하는 '문화 송년회'를 마련한 곳도 늘고 있다. CJ헬로비전 부산본부는 오는 29일 송년회를 영화 관람 행사로 대체한다. 사원 이모(여·27) 씨는 "영화를 보고 나면 팀끼리 대화할 내용이 많아진다"며 "술만 마시는 회식보다 부담이 없어 좋다"고 말했다.

부산 중구도 부서 송년회를 영화 관람으로 대신하고 있다. 특히 지역 내 명물인 국제시장을 소재로 영화 '국제시장'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중구 관계자는 "구청장 이하 간부들이 함께 26일 '국제시장'을 볼 계획"이라며 "관내 기관에도 송년회를 겸해 영화 관람을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직원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준비한 업체도 있다. 천호식품의 오는 30일 송년회에는 부산·서울·양산지사 직원 4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직원들은 이날 '러블리 앤 유니크'라는 드레스 코드에 맞춰 의상을 준비하고 지역별 장기자랑 대회를 가진다. 회사 관계자는 "6년째 행사가 이어지면서 직원들이 프로급 장기자랑을 선보이고 있다"며 "지역이 달라 전화로만 만나다가 이렇게 직접 만나 함께 즐길 수 있어 다들 좋아한다"고 전했다.

송년회를 겸해 여행을 떠나는 기관도 있다. 부산지역 한 중앙부처의 부서는 연말 1박 2일 일정으로 '남도 맛집 체험'에 나선다.

익명을 요구한 이 부서 관계자는 "흥청망청 술만 마시기보다 꼬막·회 등 남도 음식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장기 불황으로 고전하고 있는 유흥업소들은 차분한 송년회 분위기 때문에 울상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송년회 장소인 광안리해수욕장의 H 카페에는 매년 이맘때 하루 평균 3건 이상의 송년회 예약이 있었지만 올해는 예약 자체가 없다. 이 업소 사장은 "보통 민락동 횟집을 갔다가 해수욕장 앞 카페나 주점에서 2차를 하는데 올해는 지나가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며 "세월호 참사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