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2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땅콩 회항'의 당사자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이날 국토부에 출석하기에 앞서 사과하는 모습.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파문으로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2일 공개석상에서 머리를 숙였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국토교통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고 "해당 승무원에게 직접 사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서울 그룹 본사에서 이번 파문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조 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제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또한 조현아의 아비로서 국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다시 한 번 바랍니다"라며 "저를 나무라주십시오. 저의 잘못입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토교통부와 검찰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조현아를 대한항공 부사장직은 물론 계열사 등기이사와 계열사 대표 등 그룹 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 여러분의 용서를 구합니다"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제가 교육을 잘못시킨 것 같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도 이날 오후 김포공항 항공철도조사위원회 건물 내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조 전 부사장은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사과하겠느냐는 질문에 "진심으로 직접 사과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태가 알려진 지 4일 만에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잘못된 언행을 했다고 뒤늦게 인정한 것이다. 기내에서 고성을 지르거나 욕설을 했느냐는 질문과 기장과 합의 후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보냈느냐는 질문에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답했다. 이번 사건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조 전 부사장은 시종일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5일 뉴욕발 대한항공 일등석에서 승무원의 견과류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사무장을 질책하며 이륙 준비 중인 항공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해 항공보안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검찰에서도 조만간 소환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