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부산 금정구 장전동 '취업다락방'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스터디를 하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요즘 가장 뜨는 업종인 커피전문점 카페. 이제 단순히 커피를 마시며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곳이 아니다. 취업과 학업 등을 위한 공간으로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카페의 '진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대학가다.

12일 오후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학 앞의 한 카페. 가게 문을 여는 순간 은은한 커피 향이 후각을 자극했다. 외형은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다. 아기자기한 테이블과 귀여운 인형, 전자기타 장난감 같은 소품들은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일반 카페와는 다른 점도 금세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카페 곳곳에 걸린 '취업하고 싶다', '성공하자' 등의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벽면에 걸려 있는 시사상식 모음집은 발길을 멈추게 했다.

오후 1시가 되자 카페에 모인 이들은 카페 안쪽에 마련된 작은 공간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내 테이블이 정리되더니 기업 면접장으로 바뀌었다. 이들 중 한 사람이 노크하고 방안으로 들어오자 다른 이들이 다양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1분간의 자기소개와 전공과 관련한 질문. 일반적인 기업 면접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곳은 보통의 카페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취업 준비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 '취업다락방'이다. 지난 5월 문을 연 이곳은 취업준비생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인·적성 시험, 프레젠테이션과 토론 면접 등에 관한 스터디를 우선 진행한다. 1회 1만 원에 진로상담을 해준다. 1만 원에 자기소개서 첨삭을 해주고 같은 가격에 1대1 면접 지도도 가능하다. 부산지역 알짜 기업에 대한 취업 정보도 제공한다. 이미 수십 명의 대기업 합격생을 배출했다. 졸업생인 황현준(30) 씨는 "취업에 대한 갈증이 강한데도 취업 준비생들을 위한 공간을 찾기 힘들다. 특히 학교 등 공공기관에는 졸업생을 위한 취업 프로그램이 없다"며 "이 때문에 돈을 내고 이곳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카페의 진화는 취업 준비생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스터디족을 위한 카페는 이미 대학가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산대 인근 한 카페는 학생들을 위해 2개월에 1만 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개인 사물함을 빌려 주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의 소비자연구저널은 2012년 완벽한 정적보다 50~70데시벨(dB) 정도의 소음이 오히려 집중력과 창의성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시끄러워 피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찾는 소음을 '백색소음'이라 한다. 전문가들은 "도서관보다 카페에서 공부가 더 잘되는 이유는 백색소음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부산 중구 중앙동의 한 카페는 아예 건물 2층을 도서관으로 만들었다. 8000원을 내면 하루 동안 이곳을 출입할 수 있는 카드를 발급해 준다. 도서관을 이용하면 카페 이양걸 대표가 20여 년간 모아온 디자인 관련 서적 등 5200여 권의 책도 마음껏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카페와 도서관이 합쳐진 형태다. 이 대표는 "조용한 공간에서 책을 읽고 커피도 마시려는 사람이 많이 다녀간다"고 말했다.

부산대 신지은(사회학과) 교수는 "카페의 기능이 확대되는 것은 학교 등의 공적 공간이 학생들의 공부나 취업 코칭, 휴식 등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틈새시장을 노려 새로운 역할을 하려고 하는 다양한 종류의 카페가 계속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