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경남 고성군 고성읍 고성보건소 앞. 찬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분홍빛 대형버스가 서서히 멈춰 서자 20, 30대 여성 10여 명이 약속이나 한 듯 줄지어 섰다. '이동 산부인과 버스(사진)'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 임산부들이었다. 진료를 마친 최모(여·32) 씨는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일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태아가 건강하다고 말씀하셔서 마음이 한결 놓인다"며 활짝 웃었다.

2007년 말 경남도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찾아가는 산부인과' 정책이 이달 말로 시행 7년째를 맞으면서 숱한 화제를 낳고 있다. 이 정책은 산부인과 의사 1명과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의료진 5명이 초음파 심전도 등 각종 장비를 버스에 싣고 농·어촌지역 임산부를 찾아다니며 무료진료를 해주는 맞춤형 '임산부 돌봄' 서비스다.

경남도는 농·어촌지역의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다 이 정책을 도입했다. 버스 구입비와 운영비는 경남도가, 의료인력은 인구보건복지협회가 공급했다. 버스는 지난 7년간 산청 함양 하동 고성 의령 등 농·어촌지역들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1만4780명의 임산부를 진료했다. 운행횟수는 1000여 회, 총운행거리는 19만7148㎞로 지구를 4바퀴 넘어 돈 거리다. 7명의 자녀를 둬 '다산여왕'으로 유명한 김모(36·경남 의령군) 씨는 "아이들을 순산할 수 있었던 건 산부인과 버스 덕분"이라고 말했다.

버스는 한국어가 익숙지 않은 다문화 가정의 외국인 여성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총진료환자의 28.3%(4190명)가 다문화 가정 여성인 데서 이런 사정이 잘 드러난다. 최근 건강한 남아를 순산한 필리핀인 파밀리아(25·경남 고성군) 씨는 "마을로 찾아오는 버스에서 한 달에 두 번 진료를 받을 수 있어서 정말 편했다"며 고마워했다.

'찾아가는 산부인과' 정책은 큰 출산장려효과를 낳았다. 경남도의 출생아 수는 지난해 2만9504명으로, 경기도(11만2128명)와 서울(8만4066명)에 이어 전국 3위다. 경남도보다 인구가 더 많은 부산(2만5831명, 전국 4위)을 앞질렀다. 2011년과 2012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정책의 효과가 두드러지면서 전남·경북·강원도 등 다른 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버스에서 3년째 진료를 맡고 있는 전문의 김양균(65) 씨는 "출생아 수 전국 3위가 유지되는 걸 보니 고생해도 보람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미비점을 보완해 명실상부한 명품 정책으로 만들겠다"고 의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