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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와의 대화 <12> 류진수 대흥알앤티 회장

"車 · 조선 · 항공우주 하나로 묶어 육성,그게 동남권 경제 살 길"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14-12-03 20:07:03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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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대흥알앤티 류진수 회장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경영인의 자세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내년 경기도 불투명한 게 현실
- 경영인들 기업체질 바꾸고
- 공격 경영으로 위기 맞서야

- 고무산업서 일류업체 된 건
- 직원을 최우선으로 한 경영 덕
- 젊은이들 대기업만 찾지 말고
- 기회 있는 곳 도전했으면

3일 경남 김해시 진례면 청천리 (주)대흥알앤티(R&T) 공장에 들어서는 순간 시원스레 펼쳐진 잔디와 100~300년 된 홍송, 향나무와 각종 분재에 탄성이 나왔다. 자동차부품 공장이라 삭막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공장 건물 뒤에는 꽃길 돌계단, 황톳길, 산림욕 등산로는 물론 감나무 과수원, 21단 폭포 분수까지 숲 속 공원이 조성돼 있다.

대흥알앤티 류진수(75) 회장은 직원들이 삭막한 공장이 아닌 친환경적인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도록 1970년대부터 각종 나무를 심고 폭포를 만들었다. 이처럼 세세한 곳까지 정성을 쏟으며 의욕적으로 회사 경영을 하는 것은 물론 한국고무산업협회 활동, 화쟁문화포럼 회장, 한국청소년 부산연맹 명예총장, 주한 인도공화국 명예총영사 등으로 지역 봉사 활동도 왕성하게 펼치고 있는 류 회장을 만났다.

   
조경수가 심어진 대흥알앤티 공장 전경.
-지난 3월 공식 출범한 한국고무산업협회 초대 회장을 맡으셔서 더욱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협회 초대 회장으로서 주력하고 있는 업무가 궁금합니다.

▶1919년 대륙고무공업사에서 만든 고무신 제품으로 시작한 고무산업이 이제는 생산액이 25조 원을 웃돌고 수출도 1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고무가 일상 생활용품뿐 아니라 자동차·해양 조선·항공우주 등 모든 산업에서 핵심 소재로 사용되고 있지만 대내외 여건은 악화되고 있습니다. 중국과 동남아의 값싼 노동력과 저가제품으로 우리 기업이 위협받고 있고 환경규제도 엄격해지고 있어 협회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협회에는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화승R&A, 동일고무벨트 등 80여 개 회원사가 가입돼 정보교류와 기술 공동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고무업계가 고성능 다기능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고 국내 고무산업 시장이 35조 원대로 확대될 수 있도록 힘쓸 것입니다.

-대흥알앤티는 브레이크호스, 파워호스 등 세계 특허공법을 적용한 제품을 생산하는 중견기업입니다. 자동차부품업계 핵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 경영 비법이 있다면.

▶대흥알앤티와 계열사는 김해, 울산, 부산 등 국내뿐 아니라 중국, 미국, 유럽, 인도 등으로 진출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방진고무 부문 세계 최고인 일본 도까이 고무공업과의 합작, 일본 메이지 프로우시스템과의 자동차용 고압호스 압출기술, 일본 도요세이코와 프로젝션 웰딩형 호스금구 생산 등과의 기술제휴로 품질 향상을 위해 힘썼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직원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간중심 경영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직원을 믿는 신뢰경영, 환경을 중요시하는 친환경경영을 펼치고 있습니다.

-국제라이온스협회 부산지구 총재를 역임하시고 한국청소년 부산연맹 명예총장, 주한인도공화국 명예총영사 직을 맡고 계십니다. 보람 있었던 사회활동이 많을 것 같습니다.

▶라이온스 협회 355-A(부산) 지구 1996~97년 총재를 역임하면서 장학사업, 의료봉사, 불우이웃 돕기 활동을 했습니다. 2012년 제95차 라이온스 부산세계대회에서는 컨벤션 위원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치렀습니다. 1991~2005년에는 부산시 청소년연맹과 청소년 상담실 총장직을 맡아 조성한 기부금을 종잣돈으로 150여만 명의 청소년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인도공화국 명예총영사직은 아시안 게임 유치관계로 시작했습니다. 전세기를 동원해 320여 명의 부산 불자들이 인도를 방문해 불교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회장님은 신심 깊은 불교신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산불교방송 설립에 앞장서 1995년 초대사장을 역임했고 부산불교신도회장을 8년이나 맡으셨습니다. 포교 활동에 꾸준히 힘쓰시는 이유는.

▶불교의 대중화, 생활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불교신도회장을 맡았을 때는 사부대중과 각계각층의 주요 인사가 참석하는 신년하례회, 4·8 봉축행사 등을 실시해 불교신도회의 위상을 높였고 개인택시불자회를 비롯한 직능단체 지원과 자비콜 결성을 지원했습니다. 2004년 4월에는 (재)불심홍법원의 기본 재산 25억 원을 기증받아 부산시청 옆에 지하 1층, 지상 7층 연건평 2975㎡ 규모의 부산시불교신도회관을 건립했고 각종 세미나를 개최해 신도회 활성화에 기여했습니다.

-부산, 울산, 경남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동남권 경제발전을 위해 조언하실 말씀은 무엇입니까.

▶부산·울산·경남지역은 행정구역을 넘어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광역경제권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합니다. 자동차, 정밀화학, 조선, 조선기자재, 해양플랜트, 항공우주 산업과 같은 지역 대표산업을 함께 육성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동남권 경제가 살아야 한국경제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동남권 경제가 도약할 수 있도록 기업인들이 함께 지혜를 모으고 부산 울산 경남 지자체는 다양한 협력사업과 공동 발전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봅니다.

-올해는 '세월호 사태'로 우리나라 경기가 많이 위축됐습니다. 현장 경영인으로서 내년 경기는 어떨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올해는 경기침체와 함께 엔저현상 등 환율불안으로 기업인들의 어려움이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경제전문기관들이 내년 경기 회복도 불투명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경영인들이 경제활성화와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데 힘써야할 것입니다. 어려울수록 특히 경영인들이 공격경영으로 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고민하는 젊은 층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있습니까.

▶저는 교육가 집안에서 자랐습니다만 사업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삼성과 LG가 하지 않는 분야에서 일류가 돼야겠다고 결심했고 고무업종을 선택했습니다. 남이 안 하는 것을 하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며, 남들보다 앞서 가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생각을 해야 합니다. 젊은이들은 도전정신과, 창의성, 열정을 갖춰야 합니다. 대기업이나 안정된 공직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유망 중소기업, 창업, 해외취업 등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권하고 싶습니다. 젊은이에겐 실패도 훗날 얼마든지 특권과 훈장이 될 수 있습니다.


# 노사분규 단 한번도 없어…IMF 땐 직원 스스로 월급 반납

■ 류 회장의 노사화합 실천

"이 빨간 열매 좀 보세요. 엄동설한에도 맺혀 있는 것을 보면 강한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공장 뒤편 등산로와 폭포 분수 등을 보여주며 회사 소개에 여념이 없던 류 회장이 낙산홍 나무 앞에서 자리를 뜰 줄 몰랐다. 강건한 이미지와 달리 꽃과 나무 가꾸기를 즐겨하는 '부드러운' 남자였다.

야외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지나가는 직원들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고 소소한 일상에 대해 질문을 하기도 했다. 직원들을 가족처럼 생각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류 회장은 그의 조부모가 살던 곳에 공장을 짓고 직원들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등산로와 폭포 등을 조성했다. 21단 폭포는 시원한 이미지를 연출할 뿐만 아니라 길이 210m, 높이 50m에 시간당 500t의 처리용량을 가지고 있어 친환경 폐수정화처리시설로 활용된다. 가을에는 직원들과 그 가족을 초청해 감을 마음껏 따게 하고 가을 운동회를 하며 친목을 다진다.

류 회장의 이런 정성 덕분인지 대흥알앤티는 물론 계열사 대흥공업 울산공장(내외장용 차체부품), 대한산업 김해공장(고압호스용 국제특허 금구, 알루미늄 압출 파이트) 대한산업 부산공장(알루미늄 다이케스팅, 단조) 세동산업 김해공장(스퀴즈, 프레스, 용접 제품) 신혁산업 진례공장(우레탄 범퍼 스토퍼)에서는 단 한 번의 노사 분규가 없었다. IMF 사태 당시에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월급을 반납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사화합으로 2005년에는 부산지방노동청으로부터 노사협력 우수사업장으로 지정됐고 2006년에는 대통령표창 및 산업자원부 장관표창을, 2008년에는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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