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가 수험생에게 통지된 3일 오전 부산중앙여고에서 한 학생이 자기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강덕철 선임기자 kangdc@kookje.co.kr

- 점수분포 촘촘해 진학지도 비상

사상 최악의 '물수능' 여파로 고3 교실은 '집단 멘붕'에 빠졌다. 수학 영어 등 주요 과목의 변별력 상실로 학생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한숨 짓고, 교사들은 불투명해진 정시모집 지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험생 "실수 여부가 당락 가른다"

부산지역 일선 고교들은 3일 오전 수험생들에게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배분했다. 실채점 성적이 가채점 결과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우려했던 물수능이 현실로 다가오자 학생들은 변별력을 상실한 이번 수능에 대해 불만을 터트렸다. 너무 쉽게 출제된 탓에 "한두 번 실수로 등급이 떨어졌다" "한 과목(국어 B 또는 탐구)이 당락을 결정한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황혁(남일고 3년) 군은 "수학 B가 생각보다 성적이 좋지 않다. 실수 한 번에 등급이 평소보다 떨어졌다"며 "정시는 생각하지 않는다. 수시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권민주(남산고 3년) 양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 부산대의 경우 한 반에 5명 정도가 원서를 썼다면 최저기준을 충족시킨 친구는 1명 정도 같다"면서 "국어 B형이 너무 어렵게 나온 데다 믿었던 영어는 실수하면 등급이 떨어진다.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전했다.

현수정(부산국제고 3년) 양도 "수학과 영어의 변별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실수를 한 친구들은 수능 최저학력기준 맞추기가 쉽지 않다. 결국, 인문계열은 국어 B형에서 당락이 결정된다. 한 과목 성적으로 전체 수능 성적이 결정되는 것은 너무 불합리하다"며 난이도 조절 실패를 꼬집었다.

■진학교사 "정시 변수 많아 혼란 예상"

변별력을 상실한 수능 탓에 정시모집에 극심한 눈치작전이 일어날 전망이어서 일선 교사들도 올해 힘든 진학지도를 예상하고 있다.

동래고 서진관 3학년 부장교사는 "점수대가 1, 2점 차이로 워낙 촘촘하게 분포돼 있어 정시에서 큰 혼란이 예상된다. 수능이 너무 쉽게 출제되는 바람에 상위권 학생들은 좋은 점수에도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수시에 지원한 상위권 학생들이 얼마나 합격을 해 등록을 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정시 모집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 교사는 "등급 내 동일 점수대에 조밀한 분포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대학별 가중치에 따른 변환점수를 따져 보는 것이 중요하다. 0.1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원 부산진학지도협의회장(대동고 교사)도 이번 정시 진학지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교사는 "올해부터는 군별 분할모집이 금지되는 데다 대학구조개혁의 여파로 기존 학과가 통폐합되는 경우도 많아 합격선을 추정하기 무척 어렵다"며 "입시기관에서 나오는 배치 참고표는 지난해 합격 또는 불합격 점수를 기준으로 작성되는데 올해 정시는 어느 해보다 자료의 신뢰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