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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부산 동구의 한 쪽방에서 주민이 전기장판 위에서 이불을 덮은 채 냉기를 견디고 있다. 백한기 기자 baekhk@kookje.co.kr |
- 쪽방 주민, 허름한 여관서 거주
- 전기장판·이불 의지한 채 생활
- 만성질환자는 건강 악화 우려
- 노숙인, 부산역대합실 등 모여
- 지자체 한파 보호방안 마련
2일 오후 부산 동구 수정동의 한 여인숙. 겉으로 보면 허름한 여인숙 같지만 이곳에는 쪽방 주민 13가구가 모여 살고 있다. 부산 동구 쪽방상담소 박상일 상담원은 "1960, 70년대 장급 여관이 쪽방 주민들의 거처"라며 "월세 15만 원정도면 주거비와 전기세를 모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좁은 계단을 내려가 지하 1층에 도착했다. 손바닥 한 뼘만 한 간격을 두고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방 안에서는 '콜록콜록' 기침 소리가 새어나왔다. 이날 부산의 최저기온은 영하 1.7도로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영하권을 기록했다. 살을 에는 추위가 갑자기 들이닥쳤다. 낮 기온도 5도 정도에 불과했다.
한 방문을 여니 김모(79) 할아버지가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이용해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메뉴는 라면이었다. 방은 딱 한 사람이 누울 수 있는 크기다. 또 방마다 천장에는 화재감지기가 설치돼 있다. 지하라 환기가 잘되지 않고 방 안에서 취사하다 보니 화재의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계단 입구에는 '공기 청정에 주의하세요'라고 손글씨로 쓴 공지사항이 붙어 있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로 뚫려있는 창문은 복도로 나 있다. 세상과의 유일한 연결통로다.
김 할아버지는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방안에만 가만히 지낸다"고 말했다. 유일한 난방용품은 전기장판이다. 다른 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기장판의 난방비가 가장 저렴하기 때문이다. 박 상담원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대다수인데 한 달 60여만 원의 한도 내에서 주거비용을 해결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가장 저렴한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쪽방상담소에서 방한용품과 겨울용 이불 등을 지원한다.
일명 '장 반장'(62)이 이곳 쪽방의 관리를 맡고 있다. 그는 "쪽방 주민들은 휴대전화가 없어 건강체크, 관공서 연락, 애로사항 접수 등 각종 민원을 내가 처리한다"며 "날씨가 따뜻하면 가까운 무료급식소에 가곤 하지만 영하권 날씨면 다들 방안에서 꼼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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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방이 밀집한 건물의 복도. 방안에서 기침 소리가 새어나왔다. 백한기 기자 |
겨울철 쪽방 주민들은 방과 사회복지기관을 오가는 생활을 반복한다. 이마저도 날씨가 추워지면 중단한다. 중앙 복도에는 공용 냉장고가 있다. 이 안에는 사회복지단체나 관공서에 보내준 김장김치 등 개인 반찬이 들어있다. 장 반장은 "남의 반찬은 건드리지 않는 게 약속"이라며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3년 정도 이곳에서 지내는 식구"라고 말했다.
건넛방에 사는 이모(59) 씨는 목까지 이불을 푹 덮고 있었다. 방바닥을 손으로 만져보니 냉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그는 반소매 남방 차림이었다. 이 씨는 "아직 이 정도 추위는 끄떡없다"면서도 "추위가 심해지면 어떻게 이 겨울을 날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 상담원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쪽방 주민이 많아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쓰러질 염려가 있다"며 "날씨가 추우면 여가활동 자체를 하지 않는다. 겨울잠을 자듯 생활한다. 쪽방 주민 특성상 자주 거처를 옮겨 다니다 보니 이불, 옷 등 짐을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아 계절과 관계없이 옷을 입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산노숙인상담보호센터도 현장팀을 꾸려 부산역 등 거리 노숙인 밀집지역을 순회했다. 부산역의 경우 날씨가 추워지면 역대합실이나 지하도 상가로 노숙인이 모여든다.
코레일 부산경남본부 관계자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역사 내에 머무르는 노숙인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다른 승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노숙인이 들어오는 것 자체를 막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동구는 '한파 대책 종합지원상황실'을 운영해 홀몸노인과 노숙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한파 보호방안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