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업 때 취업 경쟁력 약화 우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입생 모집에 미달 사태(본지 1일 자 8면 보도)를 겪고 있는 특성화고가 정원 미달에 따른 지원자의 성적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성화고들은 가뜩이나 힘든 취업난 속에서 학생들의 학업 자질까지 떨어져 향후 졸업생의 원활한 취업에도 지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마감된 부산지역 특성화고의 2015학년도 신입생 모집 결과, 전체 34개교 가운데 정원을 채운 학교는 15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절반 이상이 미달을 기록했다. 전체 지원율은 0.89 대 1로, 지난해 0.92 대 1에 이어 2년 연속 미달이다.
미달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지원자의 성적 또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A 특성화고 교장은 "지난해 신입생 합격 커트라인은 내신 80% 선이었는데, 올해는 90%를 넘긴 학생도 많다"며 "부산지역 대부분 특성화고의 경우 올해 지원자의 합격 커트라인(내신 성적)이 지난해보다 5~10% 정도 하락한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몇 년 전 지원율이 100%를 넘을 때에는 상위 성적순으로 선발을 하다 보니 당연히 커트라인이 올라갔지만, 미달이 되면 일단 지원자는 다 받아주기 때문에 합격선이 내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몇몇 상위권 학교는 아직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들어가지만 특성화고의 합격선이 수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은 명확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특성화고 소외 현상은 무엇보다 취업의 질과 관계가 깊다는 것이 일선 학교의 공통된 대답이다. 상위 5~10%만이 정부 방침에 따라 금융권과 공기업 등의 '생색내기용 취업'에 뽑히지만 대다수는 근무 여건이 열악한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취업하기 때문에 몇 달을 버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도 양질의 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입학생의 성적마저 하향세를 보이면서 특성화고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B 특성화고 교장은 "과거에 비해 지원자의 성적이 크게 떨어져 걱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취업 경쟁력마저 상실할까 우려된다"며 "정부나 시교육청에서 무작정 특성화고에 대한 지원만 할 것이 아니라 인문계고 전환 등 전반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