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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마을기업-지역에서 싹트는 희망 <35> 함양 창원마을 지리산촌

지리산 품은 산골마을, 둘레길 찾는 도시인에 쉼터·민박 제공

  •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  |   입력 : 2014-11-26 19:30:27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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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마을에서 방문객과 주민들이 호박을 머리에 이고 달리는 경기를 하고 있다. 마을기업 지리산촌 제공
- '성찰과 치유의 길' 3코스 경로
- 주말·공휴일엔 수백 명 지나가
- 자연훼손 억제하고 탐방객 수용

- 작년 마을 뒤편 여행자센터 완공
- 숙박시설·특산물 판매장 등 갖춰
- 나눔장터 농산물 싼 가격에 판매

- 봄·여름·가을 여는 축제 세분화
- 부대행사 다양한 체험 선사

경남 함양군 마천면 소재지에서 함양읍 방향으로 3, 4㎞를 가다보면 오도재를 넘기 전 창원마을을 만나게된다. 길을 따라 차를 몰 때는 험한 산세 때문에 '이런 곳에서도 사람이 살까'하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막상 이곳에 다다르면 '이런 산골에 이렇게 큰 마을이 있었네'로 생각이 바뀌게 된다.

이곳에는 99가구 183명이 살고 있다. 마을은 비스듬한 경사지에 위치해 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노라면 자동차 한대가 겨우 지나다닐 정도의 좁은 길이 나타난다. 경운기도 이 길을 지나가려면 두어 번 왔다갔다를 반복해야 한다. 한마디로 개발의 혜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군데군데 시멘트 포장을 했지만 담벽은 거의가 돌담 그대로다. 1960년대 이전의 산촌마을을 상상하면 된다. 한 번 스치고 지나가는 도시인이라면 '이런 곳에서 잠시라도 살아봤으면'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외지인의 관심지가 된 마을

지리산촌 마을기업이 운영하는 산촌휴양관.
오랜 세월 타인의 관심에서 밀려나 있는 창원마을은 최근 돌연히 외지인의 발길이 잦아지는 곳이 됐다. 몇년 전 지리산에 둘레길이 생기고부터다. 이곳은 '성찰과 치유의 길'이라는 지리산 둘레길 3코스의 경과지가 됐다. 이제 창원마을은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수백 명이 다녀가는 명소로 변했다.

마을이 왁자지껄해지면서 생활방식도 달라졌다. 토종 농산물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데다 마을에서 하루쯤 쉬어가고 싶다는 탐방객이 늘어나서다. 주민들은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특산물을 팔면 소득을 올릴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민박과 쉼터가 있으면 산골마을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도시인이 자주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겠다는 발상도 떠올랐다.

그래서 주민들은 처음에 이곳을 자연생태마을로 만들었다. 늘어나는 방문객들을 수용하면서도 산골마을의 자연환경 훼손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마을안길이나 돌담은 가능한 한 자연 그대로 복원하는 한편 마을회관을 개조해 탐방객의 쉼터로 만들었다. 민박이 가능한 몇몇 농가는 여기에 집중을 했다.

내친 김에 지난해부터는 안정적인 소득 창출을 위해 아예 마을기업을 만들기로 했다. 12명이 뜻을 함께 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 9월 탄생한 마을기업이 '지리산촌'이다. 이 마을기업의 특징은 참가자는 12명이지만 전 주민이 힘을 합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특산물은 누구라도 판매를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잘 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마을기업이 이런저런 이유로 구성원간 갈등을 일으키는 매개체가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삶의 향기가 있는 공동체

이곳에서 열린 축제 때 참가자들이 호박 무게 맞추기 놀이를 하는 모습.
지리산촌의 본거지는 마을 뒤켠에 자리하고 있는 여행자센터다.

지난해 완공한 이 시설에는 펜션형 숙박시설 2개동과 특산물 상설판매장, 휴양관 등이 들어서 있다. 넓직한 마당에서는 모닥불을 피우는 캠프파이어도 가능하다. 지리산이 보이는 마당 끝자락에는 상설판매장이 있다. 특별한 주인은 없다. 마을사람들은 시간이 되면 자신이 가꾼 농산물을 여기에서 판다.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 오전에는 소박한 나눔장터가 운영된다. 값은 시장가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 주민들이 "우리 동네를 찾아주는 것도 고마운데 많이 받을 수 있느냐"며 지나칠 정도로 낮은 가격을 매겼기 때문이다. 거래되는 농특산물은 특별한 것이 없다. 말 그대로 마을에서 생산되는 아주 보통의 것들이다. 콩, 팥, 수수, 조 등의 잡곡류와 계절에 따라 고사리, 감자, 고추, 호두, 고로쇠, 곶감, 더덕, 둥글레, 도라지 등이 모습을 드러낸다. 방문객들이 "그래서 더욱 정이 간다"라는 말을 하는 이유다.

또 이곳에는 가공된 농산물이란 아예 없다. 기계를 들여와 농산물을 가공하다보면 또 다른 기계를 들어와야 하는 등 일이 번거로워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기계가 청정지역이라는 상징성을 훼손할 수 없다는 주민들의 자존심도 깔려 있다.

지리산촌 측은 여행자센터가 활성화 되자 마을기업이 생기기 이전부터 치르던 축제행사를 더욱 세분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이곳에서는 봄철인 4월에는 고사리를 꺾거나 야생산두릅 따기, 참옻순 따기 등으로 봄나물축제를 열었다. 한 여름인 8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별자리 관측, 반딧불이 찾기, 풀벌레 살피기 등으로 '은하수와 반딧불이축제'를 치렀다. 가을인 11월 첫째 토요일에는 추수감사제를 진행했다. 누렁호박 머리에 이고 달리기, 누렁호박 무게 알아맞히기, 호박요리체험 등은 이 때 열리는 부대 행사다.

지리산촌의 구도생 대표는 "이곳은 전형적인 산촌 마을로, 옛스러운 환경과 주변의 자연 풍광이 자랑"이라며 "도시인들에게 마음의 안식을 제공하고, 주민들에게는 경제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마을기업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마을기업 이끄는 김석봉 씨

- 환경운동가서 농부로…수려한 풍광 반해 정착
- "자연 찾는 사람들 위해 좋은 프로그램 만들 것"

"7년 전 여름날, 이곳에 있는 빈집을 둘러본 뒤 꼭 24일만에 이삿짐을 싸들고 들어와 귀농을 했습니다. 하늘이 너무 푸른 데다 멀리 크고작은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어 천혜의 살림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한 때 환경운동가로 활동을 하다가 이제는 완전한 시골농부로 변신한 김석봉(58·사진) 씨. 그는 함양군 마천면 창원마을의 마을기업인 '지리산촌'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하동군이 고향인 김 씨는 시인을 꿈꾸던 문학도였다. 진주청년문학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생계를 위해 공무원이 돼 진주교도소에서 교도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2년여 만에 그만두었다.

이후 김 씨는 1995년 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진주환경운동연합상임의장, 중앙환경운동연합조직위원장, 집행위원장을 거쳐 2009년에는 제9대 전국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까지 지냈다. 그러던 그는 지친 마을을 달래기 위해 여행을 다니다 창원마을의 수려한 주변풍광에 반해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

시골에서 농부로 살고 있는 김 씨는 마을기업이 주민들의 삶의 질을 한단계 높여줄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네 사람들이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지리산촌을 통해 건설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서다. 이런 점은 환경운동의 가치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창원마을에는 자랑할만한 것들이 많다"며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만큼 우리가 할 일도 그만큼 남아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로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해 모든 사람들이 더욱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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