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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마을기업-지역에서 싹트는 희망 <34> 꽃마을 플라워 카페

추억의 야생화 복원·보급, 이 집 커피엔 꽃내음이 난다

  •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
  •  |   입력 : 2014-11-19 19:21:44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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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 서대신동 마을기업 '꽃마을 플라워 카페'에서는 다양한 화초가 손님을 반긴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마을전통 꽃사업 되살리고파
- 여주·수세미 등 식물 직접 재배
- 시들어 있던 식물 보호도 앞장
- 동백나무 주변 동산에 옮겨 심어


- 씨앗 나눠주고 텃밭교실도 운영 

- 동네노인 분재 전시·판로 개척

- 카페 수익 일부 주민 후원금으로


꽃마을. 부산 서구 구덕산 자락의 꽃마을은 6·25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몰려든 피란민들이 자리 잡으면서 형성된 마을이라 한다.

꽃마을이라는 이름은 이 당시 마을사람들의 경제활동에서 비롯됐다. 주위의 산에 풍부하게 자라던 들꽃을 꺾어 내다 판 게 시초다. 그러다 꽃을 재배해 가까이 있는 부산 도심에 팔았다. 주요 품종은 국화였다고 한다. 1990년대까지는 꽤 괜찮았다. 하지만 1990년대를 지나면서 꽃마을의 꽃사업은 시들해졌다. 이곳을 찾는 등산객이 순식간에 늘어나자, 많은 주민이 음식점 등으로 업종을 바꿨고, 다른 지역에서 화훼 산업이 발전하면서 판로가 점차 사라졌기 때문이다.

구덕산 꽃마을에 자리한 마을기업 '꽃마을 플라워 카페'는 지금은 옅어진 이런 전통을 되살리고 마을에도 활력을 불어넣고자 출발했다. 과거 이 일대의 산에 자라던 야생 들꽃을 복원하고 널리 보급하자는 것이다. 규모는 아직 내세울 만큼 크지 않지만, 제법 수익이 생겨 미래를 위한 재투자도 할 정도로 내실을 다져가고 있다.

■꽃마을의 옛 명성을 되새기며

최근 찾아간 서구 서대신동 꽃마을 플라워 카페 주위에는 요즘 인기 있는 식물인 여주와 수세미 등이 가득했다. 평일 오후인데도 손님이 많았다.

카페 주변을 장식한 다양한 식물은 카페에서 직접 재배한 것이다. 한때 이 일대에 흔하게 피었지만, 지금은 잘 만나기 힘들게 된 일부 식물도 기르고 있다. 특히 여주는 수십 년 동안 마을에서 원예업을 하던 노인에게서 씨앗을 기증받아 카페 주변 동산에 심었다.

   
차를 만들고 있는 카페 직원들. 김동하 기자
양우영 꽃마을 플라워 카페 대표는 "구덕산 인근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여주 씨앗을 동네 노인에게 얻었다. 여러 번 시행착오 끝에 여주가 이곳 생태 환경에 적응했다"며 "내년 봄에 심을 씨앗을 확보했고 일부는 주민에게 나눠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꽃마을의 옛 면모를 되새길 수 있는 식물을 복원하고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식물을 보호하는 데도 앞장선다. 카페 뒤에 나란히 서 있는 동백나무 다섯 그루는 양 대표와 동네 노인의 합작품이다. 이들은 인근 산의 구석에서 시들어 있던 동백나무를 발견해 카페 주변 동산으로 옮겨 심었다. 비료를 주고 보살피며 나무를 살리려고 애를 썼는데, 그 결과 시들었던 동백나무에서 올해 선명한 동백꽃이 피었다.

카페의 상근 직원은 2명. 이들은 카페에서 커피 만드는 법 등을 배워 일한다. 꽃마을에 사는 노인 몇 분은 이 카페가 관리하는 텃밭에 들러 작물을 가꾸는 데 조언을 하고 일손을 돕기도 한다. 대신 꽃마을 카페는 이들 노인이 만든 분재나 식물을 전시하고 판로를 만들어 준다.

■작은 것이라도 나누는 마음

   
탁 트인 곳에서 맑은 공기와 함께 차를 마실 수 있는 꽃마을 플라워 카페 전경.
양 대표는 꽃마을 플라워 카페를 2009년에 열었다. 당시 그는 마을기업을 설립하면서 한가지 원칙을 분명히 했다. 양 대표는 어린 시절 꽃마을 주민 사이에 '나눔의 정신'이 살아있었음을 기억한다. 이 나눔의 정신을 카페 운영에서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양 대표는 우선 카페를 찾는 손님이 여주나 수세미 같은 식물에 관심을 보이면 씨앗을 곧잘 나눠준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손님이 있으면 유심히 듣고 그에 맞는 식물의 씨앗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한준다. 가령 당뇨병에 여주가 좋다고 알려지면서, 양 대표는 한 동안 단골 손님에게 여주 씨앗을 많이 나눠줬다. 카페의 단골 손님 박상철(38) 씨는 "나도 여주 씨앗을 받아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고 있다. 발아한 상태의 씨앗이라 옮겨 심기만 하니 힘들지 않게 키울 수 있었다. 그것 말고도 각종 식물을 우려낸 차도 손님과 지인에게 인심 좋게 나눠준다"고 전했다.

양 대표는 텃밭도 가꾸고 있다. 카페 운영에도 텃밭은 꼭 필요하다. 도시인들이 텃밭을 가꾸면 여러모로 좋으리란 생각에 인근에 텃밭으로 쓸만한 곳이 있으며 이를 동네 주민에게서 빌려 원하는 사람에게 다시 빌려주기도 해봤는데 반응이 괜찮았다. 양 대표는 "한 동네에 사는 원예학 교수의 도움을 얻어 텃밭 교실을 운영하기도 했다"며 "아직은 텃밭을 활용하려는 사람이 적어 중단한 상태이지만, 더 널리 홍보하고 여건을 갖춰 텃밭 교실은 다시 운영하고 싶다"고 밝혔다.

꽃마을 카페 운영 수익 중 일부는 어려운 지역 주민을 위한 후원금으로 사용한다. 해마다 꽃마을에서 열리는 내실 있는 예술축제인 '꽃마을 국제 자연예술제'는 2009년 마을기업 출범 이후 해마다 지원하고 있다. 양 대표는 "마을기업을 잘 운영해 꽃마을에 꽃 향기와 활력이 넘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양우영 꽃마을플라워카페 대표

- 토박이 기업가로 변신 "줄어든 식물 다시 키우는 게 목표"

   
양우영(41·사진) 대표는 꽃마을 토박이다. 젊은 시절 운동선수로 활약했다. 지금은 꽃마을 플라워 카페를 운영하는 마을기업 대표가 됐다.

"운동선수로 활동하면서 서대신동 청년위원도 맡고 있었는데 마을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컸죠. 그러다 마을기업 형식의 꽃마을 플라워 카페를 생각했습니다." 그가 체육인에서 마을기업가로 변신한 계기다. 양 대표는 어린 시절 마을의 분위기와 지금의 마을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다. 어렸을 때 느꼈던 주민 사이의 교류와 나눔의 마음이 예전 같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마을기업을 통해 작으나마 지역공동체를 위한 일을 조금씩 늘려갈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양 대표는 "2009년 꽃마을 플라워 카페를 열면서 발품을 팔아 식물을 끌어모았고 카페 주변에 마련한 동산에 옮겨 심었다. 이전에는 이 일대의 산에 많이 자랐지만 지금은 많이 줄어든 식물을 되살려 키우는 것은 중요한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목표도 있다. 마을공동체 형성에 카페가 이바지하는 것이다. "젊은이는 카페에서 일을 배우면서 사회를 체험할 수 있다. 카페의 텃밭에서 원예 기술도 가르친다. 노인들이 가진 분재 기술 등 원예 지식을 모아 주민과 나누기도 하고 어르신이 만든 분재는 카페에서 판매한다. 판로나 운영 여건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 그는 꽃마을에 있는 꽃카페의 진로를 밝게 보고 있다.

양 대표는 "텃밭 교실과 텃밭 가꾸기, 수경 재배 기술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를 통해 나온 수익은 내년을 위해 재투자하고 일부는 지역의 어려운 주민을 위한 후원금으로 낸다"며 "나눔의 마음을 잘 가꿔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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