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부산시장이 최근 불거진 고리 1호기 수명 재연장 움직임과 관련해 폐로 의지를 재확인했다. 서 시장은 13일 부산시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고리 1호기 폐로를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의뢰로 고리 1호기 예비 안전성 평가를 맡은 한국전력기술(한전기술)이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고리 1호기가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자 고리 1호기 폐로에 대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혀 수명 재연장 움직임에 쐐기를 박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변에서 고리 1호기 수명을 재연장하는 것 아니냐며 많이 걱정한다. 결론적으로 폐로해야 한다는 시의 입장은 단호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전기술이 고리 1호기가 안전하다고 평가한 것은 현재로서는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 안전하다고 1, 2년 후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느냐"고 되물은 뒤 "안전한 사회가 되려면 설계수명이 다하면 폐로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 시장은 "한수원과 산업통상자원부에 지속해서 폐로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만약 정부가 재연장하기로 한다면, 원전에 대한 부산시장의 권한과 거리가 있더라도 정부를 상대로 폐로를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서 시장은 이번 조직 개편에서 시민안전국 산하에 폐로 업무를 전담하는 원자력안전과를 정식 직제로 신설함으로써 폐로를 실천하겠다는 뜻도 전달했다. 시는 올 초 도시개발본부장 산하에 원자력안전실을 신설한 바 있으나, 이는 정식 직제는 아니고 임시 조직이었다. 서 시장은 "전국 어느 시·도에도 원자력안전과가 설치된 곳은 없다. 부산시의 의지가 이처럼 강하다"고 말했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후 2007년 6월 수명이 만료됐다. 하지만 이후 정부가 10년간 수명 연장을 승인해 오는 2017년 6월까지 가동된다. 한수원이 고리 1호기 수명을 재연장하려면 내년 6월까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재가동 신청을 해야 한다.
아직 정부는 고리 1호기 폐로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부산시 간부들은 산자부 장관과 원자력안전위원장을 만나 폐로가 불가하다는 견해를 수차례 전달했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 등 환경단체도 이달 초부터 고리 1호기 폐로를 촉구하는 시민 걷기대회를 진행하는 등 폐로 운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