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은 돌부처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난 4일 오후 부산시의회 2층 대회의실에서는 안전행정부 주최로 '영남권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 마련을 위한 국민포럼'이 열렸다.

　부산공무원노조협의회 소속 공무원 100여 명이 행사장을 점검하고 '공무원연금 개악 반대'를 외치며 농성을 벌였다. 이날 행사에는 정 장관이 직접 토론자로 참여해 자신의 생각을 펼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 장관이 입장했음에도 노조원들은 2시간 동안 그치지 않고 "공무원연금의 재정이 악화된 것은 정부가 이 돈을 마음대로 빼썼기 때문인데 그동안 연금을 꾸준히 낸 공무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고성을 그치지 않았다.

　정 장관은 이에 동요하지 않고 돌부처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참다 못한 안행부 인사실장이 토론을 하자며 공무원을 설득하려고 했다. 하지만 성난 공심(公心)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패널로 참가한 언론사 논설위원과 교수가 마이크를 잡고 이성적으로 판단하자고 했지만 행사장에서 이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 장관은 이를 지켜보기만 했다. 2시간을 기다린 끝에 3분도 채 되지 않은 발언권을 얻어 입을 열었다. 그는 "여러분이 이렇게 표현하는 것도 공무원연금에 대한 하나의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전국 공무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원이 그만두라며 고성을 지르는 바람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원래 부산시에서는 노조와 사전 조율을 통해 토론회 자체를 무산시키지는 않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이 같은 분위기를 장관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부산시공무원노조 외에도 전교조 등 다른 노조도 참가하면서 이날 행사는 통제력을 상실했다.

　정 장관은 서울대 법학대학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헌법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학자다. 부산시의 한 공무원은 "학자로서의 인품이 남다른 것 같다. 보통 사람 같으면 30분도 버티지 못하고 나가버렸을 것이다"고 귀뜸했다.

　이런 인내심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의 인품대로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후 공무원연금을 추진하길 많은 이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