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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마을기업-지역에서 싹트는 희망 <33> 양산 자연색누리

천연염색 체험에다 제품 생산, 우리생활에 친환경 色 입히다

  •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
  •  |   입력 : 2014-11-05 19:31:44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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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염색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한 교육생들이 직접 만든 손수건과 스카프를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 지도사·직원 12명 프로그램 운영
- 손수건 등 염색 실생활 활용 목적
- 가족 위해 안전한 먹거리 제공도

- 염색재료 씨앗 구해 직접 재배
- 규방 공예로 다양한 완제품 생산

- 수익금 30% 소외된 이웃에 사용
- 김장김치 나누고 지역행사 참여

경남 양산시 명곡동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정문과 맞닿은 곳에 동화에 나올듯한 아담한 건물이 눈길을 끈다. 양산지역 마을기업인 '자연색누리'의 전시장과 체험장이다. 입구 간판에 적힌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착한 공간'이라는 문구가 자연색누리의 창업 취지를 대변해주고 있다.

전시장에는 자연색누리가 생산하는 천연염색 제품인 손수건과 스카프, 옷 등이 각양각색의 색깔을 자랑하고 있다. 한쪽에는 경남 도내 마을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판매장도 마련돼 있다.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도 홍보가 여의치 않은 마을기업을 위해 배려한 공간이다. 또 천연염색 체험을 위한 다양한 재료와 도구가 마련돼 누구나 손쉽게 옛 선조의 지혜와 멋을 배울 수 있다.

■친환경 삶을 가르치는 공동체

자연색누리의 체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원동면 딸기 수확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자연색누리는 지난해 8월 경상남도 마을기업 신규 사업체로 선정됐다. 공식명칭은 ㈜자연색누리다.

이곳에서는 천연염색 체험을 중심으로 12명의 지도사와 직원들이 다양한 친환경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연색누리 측은 지역마다 산재한 체험프로그램과 차별화를 위해 '체험=생활'을 강조한다. 단순히 한 번의 체험이 아니라 실생활에 접목도록 하는 것이 목적인 셈이다.

실제 체험프로그램 대부분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천연염색은 천을 물들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집에서도 직접 천연염색 손수건에서부터 옷까지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딸기, 매실 체험 역시 수확의 기쁨과 함께 직접 잼을 만들고 매실 음료를 담근다. 가족에게 친환경적인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수제 소시지나 과일 요구르트, 식초, 오곡 조청 만들기 등도 있다.

대표를 맡고 있는 심은희 씨는 "아이들은 물론 성인을 대상으로 한 모든 프로그램의 초점은 한 번의 체험이 아닌 실생활 활용할 수 있도록 맞춰져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친환경적인 기능습득을 할 수 있고 프로그램과 연계된 지역 농가는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체험을 넘어 완제품 생산기업

경남 양산시 명곡동에 자리 잡은 자연색누리 건물. 이곳에는 제품의 전시·판매는 물론 교육장을 갖추고 있다.
자연색누리의 발자취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김순희 씨가 '자연에서 배우는 사람'이란 상호로 천연염색물 관련 교육·제작·판매업으로 창업했다. 이후 천연염색과 친환경 체험프로그램의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지인들과 함께 2012년 법인전환을 한 뒤 본격적인 기업 활동에 나섰다.

자연색누리의 전신이 천연염색의 교육과 보급이었던 만큼 이곳의 주력 상품은 역시 천연염색이다. 비록 체험을 내세웠지만 자연색누리는 완제품 생산과 판매라는, 기업으로서의 역할도 중시한다.

이 가운데 김 사무국장의 역할이 막중하다. 그는 지난 수년간 전라도 지역을 돌며 쪽 등 천연염색 재료의 씨앗을 수집하고, 지역 내 3곳에 밭을 임대해 천연염색 재료를 재배하고 있다. 올 한해에만 1000㎏의 쪽을 수확했다. 사실상의 원료 공장을 확보해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어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규방 공예 실력으로 지도사와 함께 다양한 천연염색 완제품을 생산 중이다. 김 사무국장의 규방 공예 솜씨는 경남도 공예품 대전과 (사)한국수공예기능인협회 공모전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이 같은 완제품 생산은 천연염색 제품과 먹거리에 이어 생활제품까지 확대돼 이어지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의식주를 친환경 상태로 바꾸는 것이 자연색누리의 기업 정신"이라며 "친환경적인 의복과 먹거리는 몇 번의 교육과 체험으로 충분히 가능하지만, 주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차선책으로 친환경 벽지와 베란다 화단 등 다양한 시제품을 구상 중에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사는 친환경 선도기업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착한 공간'이라는 창업 취지처럼 자연색누리는 기업의 이윤 환원에도 열성적이다. 기업경영에 드는 원가, 인건비, 기타 경비를 제외한 수익금의 70%는 재투자에 활용한다. 또 30%는 무의탁 노인에게 속옷을 지원하는 등 이웃을 위해 쓴다. 여기에다 천연염색 제품 판매금 전액은 연 1회 편부모가정 자녀를 위한 학자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역과 함께하는 마을기업이다 보니 나눔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이들은 지난해 형편이 어려운 양산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친환경 재료로 만든 김치를 담기도 했다. 또 삽량문화축전같은 지역 행사에서 쪽 비누 체험, 천연염색 손수건 나눔 행사 등을 펼쳤다. 지난해 한 부모가정과 홀로 노인 등 60가구에 건넸던 김장김치 지원 대상은 올해 70가구로 늘렸다.

전시·체험장에 경남 도내 마을기업 판매장을 만든 것도 더불어 사는 기업의 의지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이곳에는 각 지역 마을기업이 생산한 된장과 차, 공예품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지난해에 자연색누리의 정체성과 운영방향을 정립했다면 올해에는 홈페이지(yangsan-nuri.co.kr)를 통해 천연염색 완제품과 염재 재료, 부재료 등을 판매해 수익을 높이는 방안을 구상 중에 있다"며 내실있는 기업운영을 자신했다.


# 암 투병 중 천연염색 접해 완치 후 친환경 전도사로 "건강한 삶 나누고 싶어"

■ 김순희 사무국장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웃에게 건강한 삶과 생활을 전파하는데 많은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경남 양산의 마을기업인 '자연색누리' 김순희(사진) 사무국장은 생산·판매를 넘어 소비자에게 친환경적인 삶의 가치를 전달하는 곳이 마을기업이라는 점을 우선 강조했다.

이 같은 그의 철학은 지난날 사경을 헤매야 했던 인생역정과 맞닿아 있다. 그는 12년 전에 6개월 이상 살지 못할 것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희귀암 진단을 받았다. "살기 위해 백방으로 명의를 찾고 치료 약을 찾아다녔지만 모두가 허사였다"는 그가 마지막으로 기댄 것은 천연염색 재료인 쪽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천연염색과 규방 공예를 좋아했던 김 사무국장은 천연염색 재료였던 쪽이 함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 그때부터 인생을 정리하는 심정으로 매일 같이 천연염색 작업과 가족의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기적처럼 그는 건강을 되찾았다. 6년 전 암이 완전히 소멸했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 마지막 병원 방문이었다.

그는 이를 계기로 천연염색과 친환경적인 삶을 전파하는 전도사를 자처했고, 마을기업까지 만들었다.

자연색누리 대표인 심은희 씨를 포함한 12명의 구성원 대부분은 김 사무국장의 제자들이다. 그가 지역대학에 개설한 천연염색 강좌와 개인적인 수강생을 포함하면 어림잡아도 제자는 500명이 넘는다. 뜻맞는 제자들과 마을기업을 만든 김 사무국장은 직함보다는 실무 중심의 일을 하고 싶다며 대표직을 극구 사양했다.

그는 사실 팔방미인이다. 전국에서 천연염색 특성화 교육자격을 가진 사람은 김 사무국장을 포함해 단 2명이다. 또 규방공예 1급 자격증도 갖고 있다. 자연색누리가 천연염색 체험교육에 그치지 않고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다양한 능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마을기업 생산 제품 대부분 대기업 제품과 비교하면 포장이 투박해 소비자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게 사실이지만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성과 땀이 스며들어 있다"는 그는 소비자나 지방자치단체가 마을기업 생산제품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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