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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와의 대화 <8> 박희두 성소의료재단 이사장

의료기술 향상됐지만 공공의료는 취약…국공립병원 늘려라

  • 국제신문
  • 구시영 기자 ksyoung@kookje.co.kr
  •  |  입력 : 2014-11-05 19:16:21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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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두 성소의료재단 이사장이 공공의료 확대의 필요성과 '한류 의료'에 대한 기대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국내외 의료봉사·제도 개선

- 지역 사회와 더불어 살아야
- 그린닥터스 창립 등 활동
- 가벼운 질병 대학병원행은 낭비
- 3차기관 의료전달체계 지켜야

# 의료인 과잉시대

- 의료관광 법적 뒷받침 필요
- 환자 유치 넘어 해외진료 준비
- 의사 해마다 3000명 쏟아져
- 수급 조절·수가 현실화 절실

'지역 사회와 더불어 살아간다. 지역 사회가 살아야 나도 산다'. 박희두(68) 성소의료재단 이사장(부산성소병원장)의 신조다. 이런 마음가짐과 의지가 그의 지역을 위한 행보를 오랫동안 이어오게 만든 바탕이 됐다. 부산의 현역 의사 중 박 이사장만큼 시민사회·봉사단체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온 이는 드물다. '자랑스런 부산시민상 대상(2005년)'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린닥터스(부산에 본부를 둔 국제의료봉사단체)를 창립해 초대 이사장을 맡았던 것도 그의 대표적 활동 중 하나다.

-요즘 근황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환자 진료와 병원 운영뿐 아니라 틈틈이 사회활동을 하느라 늘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린닥터스 활동을 비롯해 국내외 의료봉사를 많이 해 오셨습니다.

▶2005년 북한 개성공단에 병원을 세우고 8년간 부산에서 개성을 오가며 의료봉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열악한 환경의 북한 근로자들이 의료혜택을 받도록 한 것은 참 의미있는 일이었다. 이런 국가적인 일을 그린닥터스가 진행한 것에 큰 자부심을 갖는다. 그린닥터스 초창기에 함께 참여하고 큰 도움을 준 많은 의료인과 관계기관, 교회 등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는 미얀마 양곤 외곽지역에 우리가 후원하는 병원을 설립해 수년간 봉사하고 한국의 위상을 높인 것이다. 부산에서 창립한 그린닥터스는 매년 해외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재난을 당하거나 어려운 곳이 있으면 찾아갈 것으로 알고 있다.

-국민의료비 증가세에 비해 공공의료는 여전히 취약합니다.

▶우리나라는 의료기술과 수준이 많이 향상됐지만 의료제도는 건강하지 못하다. 특히 공공의료기관이 매우 부족하다. 건강한 의료제도를 위해 위정자와 정책입안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국가는 공공의료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공공의료시설이 제일 취약하다. 우리나라는 의료를 주로 민간에 맡겨두고 있다. 공공의료 시설과 인력의 수준을 높이고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어 국민들이 마음놓고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국가가 의료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국공립병원을 많이 설립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학병원 교수들이 환자 진료에 치이지 않고 교육과 연구에 전념해야 훌륭한 논문들이 많이 나온다. 의학을 발전시키는 훌륭한 대학들이 되어야 한다. 또 응급의료기관, 결핵병원, 특수병원(장애인 환자 등)을 확충해 국민들이 다양하고 편리한 의료공급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신경을 써야 한다.

-지방 거주 환자 10명 중 1명은 수도권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고 합니다.

▶수도권 편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의료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가 수도권 중심이며 우리나라는 서울공화국이기도 하다. 교통·통신 발달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의료 여건 외에도 역사적 시대적 가족적 사회적 결과로 수도권 진료 편중이 생기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이런 현상이 없다. 최신 의료장비 시술과 희귀질환 치료 같은 일부분(1% 미만 정도)를 제외하고 서울과 지방의 권역별 의료수준은 거의 평준화 되어 있다. 그런데도 환자들은 모든 질환에서 서울과 지방의 진료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바뀌도록 국가나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 어느 정도는 시행되고 있지만, 권역별로 의료 진료를 권장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의료를 수도권, 중부권, 호남권, 영남권, 제주권역 등 각 지방에서 진료하는 것으로 의료비 절감과 균형발전 차원에서는 연구해봄직 하다.

-대형종합병원에 환자들이 쏠리면서 동네의원 위축과 의료전달체계 왜곡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아프면 먼저 가까운 동네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의식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비교적 가벼운 질병으로 대학병원에 가는 것은 의료 낭비라고 할 수 있다. 대학병원에 가려면 동네의원에서 발급하는 진료의뢰서를 가지고 가야 한다. 그런데 이 제도가 잘 지켜지지 않고 3차 진료기관으로 바로 가는 경우가 많다. 또 대학병원에서는 치료를 한 뒤 처음 의뢰한 동네의원으로 환자를 다시 보내야 하는데 이 또한 잘 되지 않는다. 서울에서 갑상선암 수술을 한 뒤 6개월분 약을 처방해 지방으로 보내고 그 후 다시 서울로 올라오게 하는 서울 대형병원들의 실태를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환자가 원하더라도 대형병원들이 의료전달체계의 질서를 지켜야 한다. 그리고 1차 의료기관들은 환자 진료에 신뢰를 쌓아가야 할 것이다. 또 1차 의료기관 의사의 결정에 따라 환자가 대형병원으로 가는 풍토가 이뤄져야 한다.

-요즘 의료관광(외국인 환자 유치)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우리나라 의사들의 의료지식과 기술은 세계적으로 뛰어나다. 손재주가 좋아서 미국 의사들보다 수술을 더 잘 한다. 이러한 의사집단은 국가적으로 훌륭한 인적자원이다. 언어·문화 소통과 더불어 의료행위의 법적 문제가 해결되도록 뒷받침한다면 우리나라의 외국인 환자 진료는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등의 국가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의료는 그 나라의 자존심이자 국위라고 생각한다. 한류(韓流)가 퍼져나가듯이 '한류 의료'도 확산될 날이 오지 않을까. 해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에서 배출되는 3000여 명의 의사는 장래에 공급 과잉이 될 것이다. 외국인 환자 유치·진료에 그치지 않고 한국인 의사를 해외로 수출해 진료하는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전문직 의사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경영난을 호소하는 병·의원도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한국에는 11만여 명의 의사가 있는데, 그 규모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의료인 과잉 배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의료인과 의료기관 증가는 병원의 경영 악화로 이어질 게 뻔하다. 근래 의사 신용불량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안다. 국가의 저수가 정책으로 인해 병·의원들은 비보험과 의료 외적인 매출에 주력해야 살아남는다. 병원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의료인력 수급을 적절히 조정해야 하며 의대의 신·증설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에서 의료수가를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의료전달체계를 잘 지켜 동네 병·의원(1, 2차기관)이 많은 부분 진료를 담당하고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개선해 국민의료비 지출을 줄여야 한다.

-평소 부산 발전에 대한 생각은 어떻습니까.

▶종전에 바다를 잘 모르는 인사가 해양수산부 장관이 된 것을 보고 부산시민들이 많이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해양수산부는 당연히 부산에 왔어야 했는데 안타깝다. 그동안 영국과 싱가포르, 홍콩 등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보고 국내외 여러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바다와 해양강국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부산의 발전은 무엇보다도 천혜의 자원을 가진 부산항에 해양항만 기능을 확충해 아시아의 관문항으로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 부산항을 거점으로 우리나라가 해양과 수산으로 뻗어나가는 미래를 열어나갔으면 좋겠다. 특히 신공항이 바다와 연계된다면 대한민국의 앞날에 큰 발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갑상선 전문의…꾸준한 시민사회활동

■ 박 이사장은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대구 경북의 중·고교를 나왔다. 이어 부산대 의대에 입학하며 혼자 부산으로 내려와 정착했다. 이제는 부산이 고향이라고 할 정도로 지역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부산에서 시민사회활동을 꾸준히 펼쳐온 것이 그를 말해준다. 월간 '시민시대'의 경우 1995년부터 지금까지 편집인 겸 발행인을 맡고 있다. 지역사회 인사들이 참여하는 목요학술회 회장도 역임했다. 특히 부산의대 출신으로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최고의결기구) 의장에 당선된 것은 그가 처음이자 유일하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앙인이기도 하다. 1991년부터 대연교회 장로로 줄곧 일해 오고 있다. "신앙정신과 신앙생활, 신앙의 힘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프로필 ▷1946년 경북 김천 출생 ▷부산대 의대·대학원 졸업(의학박사) ▷부산의대 교수, 홍콩대·일본순천당대 교환교수 ▷갑상선외과 전문의(갑상선수술 7000례) ▷월간 '시민시대' 편집인 겸 발행인(현) ▷부산YMCA 이사장 ▷국제와이즈멘 한국지역 총재 ▷YMCA 그린닥터스 창립, 초대 이사장 ▷부산시의사회 회장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대의원회 의장 ▷한국의정회 회장 ▷(사)목요학술회장 ▷(사)부산시민재단 이사장(현) ▷의료법인 성소의료재단 이사장 겸 부산성소병원장(현) ▷제21회 자랑스런 부산시민상 대상 ▷장기려봉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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