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보조금에 예약 구매자 분통
- 방통위, 이통 3사에 엄중 경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한 달 만에 이동통신사가 법적 상한선을 넘는 보조금을 투입, 휴대전화 유통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정부 정책을 믿은 사람만 '호갱'(호구+고객)이 됐다.

2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휴대전화 아이폰6를 저렴하게 구매했다는 글과 판매처를 알려달라는 댓글이 넘쳐났다. 지난 1일 밤 보조금이 대량으로 풀려 지난달 31일 출시된 아이폰6가 10만~20만 원에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부산 서면 등 휴대전화 판매점이 밀집한 지역의 일부 판매점은 미리 확보한 고객의 전화번호로 가격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매장이 아닌 오피스텔에서 가입신청서를 받기도 했다.

아이폰6 출고가는 78만9800원(16GB 기준). 지난달 1일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휴대전화 구매 때 지급할 수 있는 최대 지원금은 34만5000원으로 이 기종은 최소 44만 원 이상의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 실제 이통사별로 공시한 최대 지원금은 17만~25만 원이다. 지원금은 요금제에 따라 달라지는데, 월 10만 원 상당의 요금제를 쓰는 부담을 떠안아도 단말기 구매 가격은 50만 원이 넘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수십만 원이 폭락해 누구나 같은 가격에 휴대전화를 구입하도록 하기 위해 시행된 단통법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단통법은 그동안 불법 보조금이 암암리에 풀리는 탓에 같은 기기를 구입하더라도 수십만 원씩 차이가 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이통사가 기종별로 최대 보조금을 공시하도록 정한 법이다.

정부의 정책을 믿고 휴대전화를 샀다가 낭패를 본 가입자들의 불만은 폭발했다. 지난달 31일 아이폰6를 예약판매로 구매해 개통한 손모(32) 씨는 "휴대전화 가입신청서 접수 마감일인 지난달 28일까지도 단말기 가격이 공시되지 않았지만, 신청서를 냈던 것은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는데, 20시간 먼저 단말기를 손에 쥐었다는 이유로 수십만 원씩 더 부담하게 돼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 3사 관계자를 긴급 호출해 엄중 경고하고, 시장조사관을 파견해 보조금 지급 방식과 규모 등을 파악하기로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처음 발생한 불법 보조금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기초조사 결과에 따라 과태료 또는 과징금 부과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