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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마을기업-지역에서 싹트는 희망 <32> 영도 '다채로운 공간'

폐가를 전통체험공간으로…예절교육·음식체험 등 '우리 문화'가 주력 상품

  •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
  •  |   입력 : 2014-10-29 19:31:03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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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구 동삼동에 자리한 마을기업 '다채로운 공간'에서 고객이 우리 전통 의상을 입어보고 있다. 다채로운 공간은 예절교육과 음식 만들기 체험 등 '우리 문화'를 주력 상품으로 제공한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예절 지도사 조선애 대표
- 동장 제안 받고 창업 도전
- 초중고생 혼례·성년례 체험
- 주부 장류·약선요리 강습

- 외국인 관광객 프로그램 마련
- 지역관광 활성화 도움되고파

부산 영도구 동삼동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오래된 단독 주택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폐가였다. 집 앞 마당은 흙먼지가 날리는 공터였을 뿐이다. 당연히 마을의 환경에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마을기업 '다채로운 공간'이 이곳을 새 단장 한 뒤로는 한결 밝아졌다. 너른 마당은 자갈을 깔아 깔끔해졌고, 한쪽에는 요즘에는 보기 힘들어진 장독도 늘어서 있다.

예절교육, 음식 체험 등 다채로운 체험활동을 제공하는 이 공간 덕분에 조용했던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졌다. 다채로운 공간은 영도의 명소를 꿈꾸며, 관광객이 스쳐 가는 영도에서 머물다 가는 영도로 바꾸는 꿈을 그리고 있다.

■우리 상품은 '문화'

조선애 대표가 전통 음식 재료를 보관하는 옹기를 살펴보고 있다.
마을기업의 강점은 독특한 상품이다.

상당수 마을기업이 그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해 가공식품을 개발하고, 주민의 손재주와 경험을 빌려 공예품 등을 만든다. 이런 상품들은 해당 마을 기업이 아니면 다른 데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채로운 공간은 이처럼 손에 잡히는 제품을 생산하지는 않는다. 대신, 예절교육과 음식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체험 교육활동을 상품으로 삼았다.

다채로운 공간은 주로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혼례·성년례 체험 같은 전통문화와 예절교육을 제공한다. 주부 고객이라면 이곳에서 작은 모임 단위로 된장과 고추장 등 전통 장류나 약선 요리 만드는 법 등도 배울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수학·과학 요리, 푸드아트 테라피 등도 있다. 음식 재료를 활용해 화산이 폭발하는 과정을 설명하거나, 어린이가 식재료로 표현한 그림을 보고 심리 상담을 진행하는 식의 흥미로운 방식도 활용한다.

다채로운 공간은 예절교육 강사로 활동하던 조선애 대표에게 동장이 "마을기업을 창업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면서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전통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체험교육만 가지고는 사업이 안 될 거란 의견도 매우 많았다. 차라리 음식점이나 찻집을 차리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조 대표는 체험을 중요시하는 쪽으로 점차 바뀌고 있는 학교 교육의 방향을 보면서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부산시교육청만 해도 초·중·고에서 진로 체험과 문화 체험을 강화하고 있으며, 전국 중학교에는 다양한 경험을 중요시하는 자유학기제가 도입돼 지난해 시범운영기간을 거쳐 2016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된다.

조 대표는 도전을 선택했다. 시범 마을기업에 선정되면서 공적 지원금 5000만 원을 받았는데 체험장을 새롭게 단장하고 각종 물품을 준비하기엔 빠듯했다. 결국, 예절체험교육에 필요한 전통 의상 등은 조 대표가 가지고 있던 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쉽지 않았던 창업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 6월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4월 터진 세월호 사고 이후 각급 학교의 체험활동이 위축되면서 생각보다 사업은 원활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서야 일감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강사와 사무직원 등 11명을 채용한 상태여서 인건비를 대기도 빠듯하다. 조 대표 자신은 "무료 봉사 중"이다. 조 대표는 "이 사업의 특성상 앞으로는 새롭게 투자하거나 큰 비용이 발생할 일은 별로 없다. 그런 만큼 사정이 점차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수익도 수익이지만, 잊혀가는 전통문화를 다음 세대에게 전한다는 보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영도로 사람 끌어모으고 싶다"

대개 마을기업의 목표가 제품을 널리 퍼뜨리는 것이라면, 다채로운 공간의 목표는 널리 퍼져있는 다양한 사람을 마을로 끌어모으는 것이다. 다채로운 공간은 체험교육 기관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영도 지역 관광 활성화에도 한몫하는 게 목표이다.

마을기업으로 등록하기 위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도 "영도 국제크루즈터미널에 들어온 중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에서 쓰고 가는 돈을 영도에서 쓰고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당당하게 목표를 밝혔다.

영도에는 동삼동 국제크루즈터미널을 통해 대규모로 외국인 관광객이 드나들고, 개관 2년 만에 관람객 300만 명을 넘긴 국립해양박물관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영도를 잠시 스쳐 지날 뿐이라는 게 조 대표의 생각이다. 그래서 관광객이 머무는 영도를 만드는 데 다채로운 공간이 힘을 보태고자 한다. 조 대표는 "크루즈 선박이 들어오면 우리가 배에 올라가서 한국의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도 있고, 국립해양박물관 광장에서 전통 혼례식을 선보이는 등의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다채로운 공간을 널리 알릴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문화에 흥미를 느낀 외국 관광객이 우리 체험장에 와서 한복을 입어보고, 떡메도 치면서 면세점 대신 우리 마을에서 시간을 보내게 이끌고 싶다. 사업의 성공이 마을 전체의 이익으로 연결되는 게 마을기업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채로운 마을은 1인 1만 원을 기본 이용료로 책정해 놓았으며, 이 비용은 교육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전화(051-403-7900)로 예약하면 방문객의 사정에 맞게 프로그램을 조정할 수 있다.


# 조선애 다채로운 공간 대표

- "지하철 '쩍벌녀' 본 후 예절강사 되기로 결심"

'다채로운 공간'의 활동에서 전통문화와 예절 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우리가 전통문화를 잊고 살거나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 전통문화에서 청색과 홍색 가운데 남성과 여성을 상징하는 색이 각각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개 청색이 남성, 홍색이 여성이라고 대답한다. 사실은 반대다. 태양과 양을 상징하는 홍색이 남성의 색이고, 달과 음을 상징하는 청색이 여성의 색이다. 조 대표는 "몇 해 전 예식장에 갔는데 남성 쪽에 청색, 여성 쪽에 홍색의 초를 놓아뒀더라. 담당자에게 반대라고 알려줬더니 되레 내가 잘못 아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 내가 예절지도사 자격이 있고 정확한 안다고 설득해 바꾸긴 했는데, 다음에 그 예식장에 갔더니 초를 모두 흰색으로 바꿔놨더라. 이유를 물으니 '손님들이 초 색깔을 왜 반대로 해놨냐고 따지는 통에 골치 아파 그냥 흰색으로 바꿨다'고 대답하더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8년 전 예절지도사 자격을 땄다. 당시 부산에는 예절지도사가 10명도 안 됐다고 한다. 원래 요리 관련 일을 하던 조 대표는 도시철도에서 '쩍벌녀'를 만난 것을 계기로 예절교육에 관심을 두게 됐다. "도시철도에 앉아 있는데 맞은편 젊은 여성이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손수건을 빌려달라며 어렵사리 말을 걸고는 다리를 좀 모으면 좋지 않겠냐고 하긴 했는데, 한동안 마음이 찜찜했다. 그 뒤 공부를 하고 예절교육 강사 활동을 하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예절을 강조하면 고리타분하다는 인상이 강한 요즘 예절교육으로 사업이 될지 의문이었다. 조 대표는 확신이 있었다. 조 대표는 "학교 교육이 인성 위주로 바뀌고 있다. 예절교육반을 수년째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다채로운 공간을 통해 전통문화와 예절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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