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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와의 대화 <7> 이상희 전 과기부 장관

고리1호기 철거가 답…소형원자로 대체 땐 '안전''돈' 함께 거머쥐어

  • 손균근 기자 kkshon@kookje.co.kr
  •  |   입력 : 2014-10-29 19:19:14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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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전 과기부 장관은 안전성이 입증된 소형원전 연구소와 산업단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노후 원전 해법은

- 수명 다한 시설 뜯어내고
- 1/10 규모 원전 6개 만들면
- 위험성 완벽히 제어 가능
- 폐기물도 미생물로 분해
- 부울경에 엄청난 부가가치

# 신공항은 가덕도로

- 가덕도 인근 연구소 두고
- 미·중·일과 소형원전 개발
- 차세대 에너지 시장서
- 부산이 세계의 관문 돼야

그가 입을 열 때마다 뒤통수를 맞는 듯했다. 이상희(76) (사)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은 '과학기술계의 이어령'으로 불린다. 지난 16일 서울에 있는 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에서 만난 이 이사장이 풀어내는 한국의 정치·경제·과학·기술에 대한 비전은 현실의 틀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한국과 부산이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이 이사장의 확신에 찬 조언의 핵심은 자유로움 속에서 나오는 창의적 발상으로 도전하라는 것이었다.

-정부가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경기부양책을 가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가 어렵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복지예산을 마련한다'면서 세금을 더 걷기 위해 자금출처 조사하는 거 보고 '아 이거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봄은 창조의 경제고, 여름은 성숙의 경제, 가을은 결실의 경제다. 이게 자연의 법칙이다. 창조의 경제를 하려면 봄의 이치에 맞게 비료를 주고, 따뜻한 태양을 주고, 격려해주고, 정성을 베풀어야 하는데, 초반부터 세금 거두는 거, 자금출처 조사부터 하니까 (경제가) 얼어붙었다. 그러니까 국제시장 동대문·남대문시장부터 신음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밤이 절반이고 낮이 절반이다. 밤이 있어야 낮이 있는 것이다. 지하경제를 잡는다는 게 가능하지도 않고,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큰 법이다.

-정부는 경륜을 갖춘 분들을 많이 포진시키고 있다고 말합니다.

▶박 대통령 주변에 법대와 군인 출신들이 주로 배치돼 있다. 창조의 경제를 할 수 있는 사고와 정반대되는 인사들이다. 김기춘 비서실장만 해도 법과 원칙을 신봉한다. 박 대통령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는 알지만, 한 단계 뛰어넘어 박 대통령을 설득해서 정책을 관철시키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러면 정책 추진에서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합니까.

▶우리 사회는 격려자는 없고 감시·감독자가 너무 많다. 시어머니가 너무 많다. 농업사회 때는 잘못하면 체형, 산업사회 때는 벌금형이었지만, 지금은 잘하는 것을 찾아 상금을 줘야 한다. 기본은 인간의 모습을 한 국가이다. 국민이라는 세포가 모여서 국가라는 거대한 인간을 형성한다. 법과 원칙은 (정부의) 과장급에서 하면 된다. 장관급만 하더라도 정무의 감각을 가지고 해야 한다.

-정무적 감각을 가진 정책 추진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지만 바뀌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내가 김영삼(YS) 정부에서 정책자문위원장을 하면서 광주과학기술원을 만들 때 사례를 들겠다. 내가 YS에게 '광주의 한'을 풀기위해 과학기술원을 만들자고 했다. YS가 '그게 서로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 물었다.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길거리에서 데모를 하는 젊은이들을 연구소와 대학으로 돌아가게 만든 걸 설명했다. 드골이 국정 목표를 해양개발, 항공우주, 원자력으로 정하고 모든 예산을 여기에 집중하니까 젊은이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위가 줄었다. 그러면서 내가 대통령 특명지시사항으로 과학기술원 설치 건을 처리해달라고 해 사인을 받았다. 대통령을 움직이려면 참모들이 많이 알아야 한다. 철저히 준비해서 대통령을 솔깃하게 해야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것 같다.

-국가 미래를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박 대통령이 사고를 크게 해야 한다. 일본 아베 총리가 저러는 것(우경화)은 일본의 현재 정치 사정이 저럴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달래면서 가야지 얼굴을 돌리면 안 된다. 내가 (16대 국회의원 때) '과학 대통령' 슬로건을 걸고 당내 경선에 나갔다. 그때 이대로 가면 '우리는 중국의 식민지 된다'고 했다. 요새 봐라, 온통 중국 상품이다. 지구도 거대생물이다. 머리는 러시아고, 우리는 팔과 손이고, 남미는 다리다. 러시아의 기초 첨단 소프트웨어가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연구개발을 하려면 러시아와 하고, 장사를 하려면 남미를 잡아야 한다.

-세월호 이후 '국민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부산 울산 경남에서는 원전 사고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

▶고리(원전 1호기)가 곧 (가동기한을 연장해도) 40년이 다 찬다. 철거를 해야 된다. 거기에 안전한 100메가와트(㎿)짜리 원자로를 넣어야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도 그렇지만 1000㎿짜리는 물을 냉매로 사용하는 강제순환방식이어서 사고가 났다. 그런데 2009년에 러시아가 만든 소형원자력전문연구소가 개발한 100㎿짜리는 금속냉매를 쓰는 자연순환방식인데다, 50년간 열지 않고 사용이 가능하도록 모듈화돼 있다. 완벽하게 안전이 확보된다. 변전실, 송전시설 등도 그대로 이용하면 된다.

-원전 소형화 기술이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닌 걸로 압니다.

▶러시아가 2019년 생산에 들어간다. 우리도 100㎿를 두 개 들여와 하나는 해수담수화에 쓰고 울산 공단에 하나 쓴다. 고리 1호기의 수명이 다한 1000㎿원전을 들어내고 완벽하게 모듈화돼 있는 100㎿짜리 6개를 넣으면 된다. 이건 혁명적이다. 곧 정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된다.

-폐기물 처리문제도 커 원전 반대론이 높습니다.

▶(저장 외의)기술이 있다. 방사성폐기물을 미생물로 분해시켜 버린다. 일본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하면서 미국은 10년간 버려진 도시가 될 거라고 했는데, 10개월 만에 (방사성 물질이) 없어졌다. 미생물이 다 처리해 버린거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을 제염처리하는데 내가 연구자로 들어가 있다. 지난 번에 실험했는데, 2주 만에 방사능이 72% 없어졌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다 모여있다. 이들을 부산에서 안전대책위원으로 활용하면 된다.

-부산 울산 경남을 소형원전 산업의 메카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부산의 주요 대학 총장과 교수들을 만나 얘기했다. 소형원전을 지금 100㎿에서 10㎿로 더 소형화하는 연구도 해야한다. 이 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관련 부품산업이 많아 경제 파급효과도 크다. 부산이 주도하면서 울산과 창원의 산업체를 활용하면 된다. 그러면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생긴다.

-원전이라는 게 정치·안보적 차원에서도 민감한 사안입니다.

▶소형 원전은 절대 안전하다. 가덕도 인근에 소형원전 연구소와 산업단지를 만들면 된다. 가덕도에 신공항을 넣어야 한다. 이런 프로젝트를 한국이 혼자하기는 어렵다. 미국 일본 중국을 다 끌여들여야 한다. (한미일중 4개국이) 공동개발하고, 비행기와 배로 (외국으로) 실어내면 된다. 보잉사가 성층권으로 비행하는 항공기를 만들고 있는데, 이 비행기로 부산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간 30분이 걸린다. 북극항로가 열려도 결국 (유럽으로 가기 위해서는) 부산을 거쳐야 한다. 가덕도가 일본 중국으로 들어가는 데 가장 좋은 위치다. 에너지 시장에서 가장 큰 게 원전이다. 부산이 다른 거 하면 안 되고 소형원전으로 가야된다.

-한국의 과학 기술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을 부탁합니다.

▶논밭에서 식량자원, 공장에서 공산품이 아니고 머리에서 나오는 특허가 돈이 되는 시대다. 우리 어머니의 사고가 바뀌어야 한다. 유태인 어머니보다 교육열이 강한데 창의적 사고를 키우기보다 아이의 시험성적에만 매달린다. 인터넷에 다 있는데 그걸 왜 외우나. 아이들을 재미있게 해줘야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을 게임화해야 한다. 대학도 중간고사 기말고사 치지 말고 학생의 창의적 결과물로 평가해야 한다. 아이들도 부산 시장바닥을 보지 말고 꿈을 가지고 인터넷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업과 사람의 두뇌 속에 들어가야 한다. 부산 울산 경남의 지도자도 대학졸업생이 취직할 수 있는 '파이'를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작은 일로 부울경이 다툴 일도 없어진다.


# 이상희 이사장은

- 대체에너지법·지식재산권법 주도
- '과학기술계의 이어령'으로 불려

이 이사장은 노태우 정부 때인 1988년 과학기술부 장관과 11, 12,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세계의 에너지 전쟁에 대비한 대체에너지법, 기초연구진흥법이나 지식재산권 관련 법과 제도는 대부분의 그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정치·관계 쪽에서는 드문 이공계(서울대 약대) 출신으로 미국 조지타운대 로스쿨에서 공부했다. 이 이사장은 김대중(DJ)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거절하고 대신에 서울 테헤란로에 3000억 원을 들여 발명회관을 지어줄 것을 요청해 성사시키기도 했다.

대부분의 장관이나 중진의원은 현직에서 물러나면 활동이 뜸하지만 이 이사장은 16대 의원시절 '과학 대통령'의 기치를 걸고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떨어진 뒤 국내외 과학기술분야 석학들의 모임이나 연구기관들에 참여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경력 ▷1938년 부산 출생 ▷부산고 ▷서울대 약대(약학박사) ▷변리사 ▷(사)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 ▷부경대 석좌교수 ▷과학기술부 장관 ▷11,12,15,16대 국회의원 ▷대통령 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 ▷32, 34, 35대 대한변리사회 회장 ▷세계 사회체육연맹 회장 ▷국립과천과학관 관장 ▷세계한인지식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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