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급정년제도 신설·명퇴 확대 등
- 3개 분야, 10개 혁신안 내놨지만
- 자율성·독립성 확보는 뒤로 밀려
- "市의 간섭 막을 장치 시급" 지적

부산발전연구원(부발연)은 지난해 수영만 요트경기장 적격성 검토 부실 용역 탓에 신뢰성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1992년 설립 후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지난 8월 취임한 강성철 원장이 취임 2개월 만에 혁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부산시의 용역 수행 기관이 아니라 부산을 대표하는 싱크탱크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독립성 항목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부발연은 연구 인력 조직·문화 등 3개 분야 10개 혁신안을 마련해 내부 검토를 거쳐 이사회 승인을 앞두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혁신안의 핵심은 연구원의 연구 평가를 강화해 2년 연속 하위 10%에 해당하면 퇴출하겠다는 것이다.

부발연은 먼저 연구원의 평가 기능을 전담하는 연구평가센터를 신설하기로 했다. 센터는 외부와 내부 자문위원을 구성해 연구 성과를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함께 평가해 이를 점수로 산출할 예정이다.

일하는 풍토 조성을 위해 당근과 채찍을 함께 쓰기로 했다. 연구원을 포함해 일반 관리직원도 평가에서 하위 10%를 2년 연속 받으면 퇴출하고, 대신 2년 연속 상위 10%에 들면 특진과 포상을 한다. 일정 기간 승진하지 못하면 퇴출하는 직급 정년제도 신설했다. 명예퇴직 대상도 재직 20년 이상에서 15년으로 낮췄다. 시민과 지역사회 전문가가 참여하는 '연구과제 개발 거버넌스 시스템'도 구축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번 혁신안에서 '부산시의 용역 수행기관'이 아닌 '부산 전체의 싱크탱크'로 거듭나는 방안 마련이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부발연의 독립성이다. 부발연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서병수 부산시장을 지지했던 대학교수가 원장이 된 상황에서 정말 필요한 독립성을 말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부발연이 진정으로 부산의 싱크탱크이자 아시아 최고의 연구기관이 되려면 시와 관계 재설정을 통해 독립성과 자율성을 갖추는 게 우선이다"고 꼬집었다.

시가 부발연을 지원은 하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에 따라 부발연 원장을 시장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낙점할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 등 전문가 집단에 선임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원장 선임 절차를 외부 전문가 집단에 맡겨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치도록 하는 등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연구평가센터 평가 방식의 효과도 의문시된다. 혁신안에서 밝힌 대로 연구 성과를 점수화하는 게 얼마나 객관적으로 이뤄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점수화 과정에서 무리수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부발연에는 현재 상임 연구원 40명, 비상임 연구원이 60명, 일반 관리직원 11명이 근무하고 있다. 부산시장이 이사장인 시 출연기관으로 올해 예산은 124억 원이다. 최근 발표된 시 출자·출연기관 평가에서는 중간인 '나'등급을 받았다.

◇ 부산발전연구원 연혁 1992년 8월18일 개원(동남발전연구원) 1994년 6월18일 부산발전연구원으로 법인명 변경 1999년 5월17일 연구원 이전 (동구 범일동 눌원빌딩)  2003년 1월 1일 부산시 정책개발실과 통합  2006년 1월24일 연구원 청사 이전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2014년 8월18일 제9대 강성철 원장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