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태계 자연스러운 변화
- 임도·등반객 증가 영향도
- 울산시 "보존대책 수립"

국내 최대 규모인 영남 알프스의 억새군락지가 40여 년 전에 비해 9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 훼손이 원인이 아니라 자연천이(自然遷移·일정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생태계 변화)의 과정이기는 하지만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지역 명소 보존을 위해서는 적절한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울산시에 따르면 최근 '억새 복원을 위한 기본계획' 용역 중간 보고 결과, 영남 알프스 9봉우리 가운데 신불산 신불재 억새군락지의 면적은 2011년 13만5000㎡로, 1968년의 157만4000㎡에 비해 8% 수준에 그쳤다. 간월산 간월재 억새군락지는 1968년 343만1000㎡에서 2011년에는 4.8%인 16만4000㎡로 줄었다. 또 영축산 단조성터와 천황산 사자평원 군락지는 1968년 230만4000㎡와 356만4000㎡에서 2011년에는 33만9000㎡와 21만1000㎡로 각각 축소됐다.

영남 알프스에 만들어진 '하늘 억새길'(4개 구간, 24.9㎞)의 억새도 1968년에 비하면 10분의 1까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고헌산에는 1968년까지 104만5000㎡의 군락지가 존재했으나 2011년에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실은 용역 수행단이 1968년과 2011년에 해당 지역을 찍었던 항공사진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영남 알프스의 억새군락지 면적이 크게 줄어든 것에 대해 우선 자연천이를 이유로 들었다. 생태계는 통상 한해살이풀 서식에서 시작해 관목(작은 나무), 침엽수, 활엽수 등으로 우점종(군집을 대표하는 종류)이 변하는 과정을 겪는다. 따라서 영남 알프스도 수십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우점종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도 개설이나 산불 방화선 구축, 등반객 숫자 증가와 무분별한 출입, 덱과 같은 인공 조형물 설치도 억새 군락지 감소를 앞당긴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영남 알프스 일대를 억새 핵심 보전, 부분 관리, 자연천이 구역 등으로 세분화해 각 생태계의 특성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억새가 있는 곳은 군락지로, 자연천이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그대로 관리를 해야 전체 생태계가 올바로 보존될 수 있다는 이유다. 울산시 관계자는 "일단 남아 있는 억새에 대해서는 관목이나 교목류 제거, 탐방객 제한, 수시 모니터링 실시 등을 통해 보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영남 알스프 일대를 산악관광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2010년부터 종합 계획 수립을 추진 중에 있는 울산시는 조만간 억새 군락지 보호에 대한 최종 용역보고서를 마무리 한 뒤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