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소 점검 문의도 잇따라
- ITU 등 행사투입 많아 난색

세월호 참사 여파로 수학여행 가기 전 학생 안전교육 시행이 의무화됐지만,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지 못해 일선 학교의 안전 교육 요청이 소방서로 쇄도하고 있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수학여행을 앞둔 초·중·고교로부터 안전 교육, 숙소 소방 안전 점검 요청 등이 잇따르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지난 4월 각급 학교 수학여행이 중단됐다가 관련 규정 강화 후 하반기부터 재개된 데 따른 것이다.

수학여행을 가려는 학교는 대상 학생 전체에게 반드시 안전 교육을 해야한다. 수학 여행 인원이 150명 이상이라면 50명당 1명 꼴로 인솔교사 외 안전 요원도 배치해야한다. 특히, 수학여행 출반 전 안전 교육에 관해 부산시교육청은 학교가 주관하되 구체적 시행은 관련 민간단체나 소방서 등 전문가에게 위탁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단체의 교육을 받으려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있거나, 무료라도 일정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교육을 하는 민간단체의 안전 교육은 회당 30만 원에서 교육대상 1인당 7만 원까지 다양하다.

학생의 참가비를 받아 수학여행을 가는 학교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안전 교육을 무료로 해달라는 요청이 소방서에 몰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해운대소방서에 안전교육을 요청한 학교는 모두 3개교, 다른 시·도에서 부산으로 수학여행을 오면서 해운대구에 숙소를 잡은 학교가 숙소 소방안전 점검을 요청한 경우도 7번이나 있었다.

하지만 가뜩이나 일손이 모자란 소방서는 이 같은 요청에 일일이 응하지 못하고 있다. ITU 전권회의 안전관리, 한·아세안 정상회의 준비 등에 투입되는 인원이 많아 여력이 없어서다. 소방서에는 교육 전담 인력이 없는 탓에 이 같은 국제 행사가 아니더라도 학교의 요청에 응하기란 쉽지 않다.

해운대소방서 관계자는 "교육 전담인력이 없어 119안전센터 인력을 투입하는데 안전교육 중에 혹시 긴급 상황이라도 생기면 그 자리에서 현장 출동해야하는 만큼 부담스럽다. 안전 점검 요청도 별도로 시행하지는 못하고 최근의 점검 내역을 알려주는 정도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