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덮개 강도·재질 등 규정 없어
- 과거 사고에도 예방책 소홀
19일 부산 부산진구 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 부근 환풍구. 도시철도 역사, 지하상가 등과 연결된 이 환풍구의 깊이는 건물 2층 높이와 맞먹었다. 그러나 지상 쪽 환풍구의 높이는 50㎝ 정도여서 힘들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었다. 환풍구가 인도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탓에 사람이 붐비면 보행자들은 거리낌 없이 환풍구 위로 올라가 걷기도 했다. 접근을 막을 펜스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건축물에 딸린 환풍구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부산 서구 아미동 부산대병원 건물의 환풍구는 화단 건너편에 설치돼 있었다. 인근 동아대 부민캠퍼스의 경우 사람의 통행이 잦지 않은 곳에 환풍구가 설치돼 있었다. 일부러 마음먹지 않으면 올라설 일은 없을 정도의 높이였다. 그러나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위험성을 알리거나 접근을 경고하는 문구 등은 보이지 않았다.
경기도 성남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를 계기로 환풍구 안전 강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럼에도 관련 규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건축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바닥면적 합계가 1000㎡ 이상인 건축물에는 반드시 환기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높이와 크기 등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설치기준일 뿐 안전 규정은 아니다. 국토교통부령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도 환기량과 환풍 주기 등만 나와 있을 뿐 안전과 직결되는 덮개의 강도 내구성 재질 안전 점검, 환풍구 주변 위험 경고 표시 등에 대한 규정은 없다.
판교 사고 현장에서도 27명이 한꺼번에 환풍구에 올라섰다고는 하지만, 철재 덮개의 강도가 이들의 몸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 만큼 약했다.
환풍구 안전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생일을 맞아 얼굴에 케이크를 묻히는 등 장난을 치던 한 고교생이 높이 1.1m가량의 백화점 환풍구로 올라갔다가 15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지난해 3월 서울 양천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A(19) 양이 환풍구에 올라섰다가 10m 아래로 추락, 중상을 입었다. A 양은 환풍구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아 깊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무심코 올라섰다가 변을 당했다.
접근을 막는 펜스 등이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이에 따라 부산시와 일선 구·군도 환풍구 안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20일 오전 16개 구·군 도시안전국장을 소집해 환풍구 안전 관련 대책회의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