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와 함께 20m 추락했지만 희생자 위로 떨어져 부상
'신음' 속 희생자 구조…"부주의와 부실한 안전관리 사고"
17일 걸그룹 공연 관람객이 추락해 27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의 야외광장 주변 건물 지하주차장 환풍구 철제덮개 붕괴사고에서도 다친 몸을 이끌고 구조에 나선 의인이 있었다.
인테리어업을 하는 강창균(47)씨는 테크노밸리 주변 공사현장 방문을 마치고 동료 1명과 함께 간단히 식사를 한 뒤 오후 5시 45분께 공연장을 찾았다.
환풍구 시설 끝에 걸터앉아 공연을 지켜본 지 5분여가 지났을 때 관람객으로 가득했던 환풍구 덮개가 순식간에 무너져 추락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에 놀랄 겨를도 없이 덮개가 무너지며 강씨 역시 20m 아래로 떨어졌다.
먼저 추락한 관람객들 위로 떨어진 강씨는 곧바로 정신을 차려 주변을 둘러봤지만 뿌연 먼지가 가득했고 곳곳에서 나지막한 신음소리만이 들렸다.
강씨는 먼지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신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손을 뻗어 의식이 남아있는 부상자들을 쓰러진 관람객들과 환풍구 덮개 사이에서끄집어냈다.
그렇게 10여 분이 지났을 무렵 구명줄이 내려왔고 곧이어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 강씨와 함께 사상자들을 환풍구 위로 끌어올렸다.
강씨는 10여 분이 더 지난 뒤에야 구조대 도움을 받아 환풍구 위로 올라왔고 구급차에서도 부상자가 실린 뒷좌석이 아닌 앞좌석에 올라타 분당제생병원 응급실로 이동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강씨는 다행히 골절 등 심각한 외상은 없었지만 몸 곳곳에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었다.
이날 오후 11시 30분께 헝클어진 머리에 너덜너덜해진 검은색 양복을 입고 콧잔등에 피를 묻힌 상태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강씨는 "위로 나올 때까지 먼지가 가득해 앞이 보이지 않았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소리만 들렸다"고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강씨는 "사고 직전까지 환풍구 위에 올라가지 말라는 방송이 나왔지만 방송이 아니라 직접 통제를 해야 했다"며 "이번 사고는 부주의와 안전관리 부실이 부른 전형적인 인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