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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마을기업-지역에서 싹트는 희망 <31> 울산 북구 엄마의 다락방

재봉틀에 빠진 다섯 주부, 20여 개 홈패션 '박음질'…사업규모 나날이 성장

  •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
  •  |   입력 : 2014-10-15 19:01:00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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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마을기업 (주)엄마의 다락방 직원들이 작업 도중 결의를 다지고 있다.
- 취미 같은 평범한 아줌마 모여
- '반찬값이나 벌어볼까' 창업 결심
- 1년 만에 작업장 규모 대폭 키워
- 생산·판매 품목도 갈수록 다양
- 안행부 우수마을기업에도 선정

- 직접 디자인한 원단 사용하는
- 독자 브랜드 출시 야심 내비쳐

울산시 북구 화봉동 ㈜엄마의 다락방은 문을 연지 불과 1년3개월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 마을기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울산의 대표적인 마을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상당수 마을기업들은 대개 설립 동기나 취지가 그럴싸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빈약한 콘텐츠와 부족한 자금, 판로 개척의 어려움 등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에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홈패션 상품을 생산하는 엄마의 다락방도 시작은 여느 마을기업과 비슷했다. 하지만 어려움에 굴하지 않은 채 진정성을 갖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 강소 마을기업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았다. 이미 주변으로도 많이 알려져 지자체나 정부의 각종 평가 때마다 수상을 놓치지 않는다.

안전행정부는 지난달 22일 '2014년도 우수마을기업' 10곳을 발표했다. 안행부는 올해 보조금을 지원한 전국 1162개 마을기업을 대상으로 마을공동체 성과, 사업경쟁력, 자립 가능성 등을 종합 평가했다. 전국의 수많은 마을 기업 중 이 기준에 들어간 곳은 10개에 불과했다.

엄마의 다락방은 지난달 30일에는 이들 10개 기업이 경남 진주에서 경합을 벌인 '2014년도 우수마을기업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전국 마을기업박람회에 참가해 ㈔한국마을기업회장 표창을, 지난해 11월에는 울산 북구 주관으로 열린 '마을공동체 아이디어공모전'에서 우수 아이디어 제출 덕분에 장려상을 수상했다.

■같은 취미의 전업주부끼리 창업

이 마을기업의 태동은 3년 전인 2011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장귀옥(37) 씨는 평소 홈패션 등에 관심과 취미가 있어 생활 소품이나 실내복 등을 자주 만들었다. 그러던 중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또래의 몇몇 주부들도 비슷한 취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연히 자주 만나게 되고 취미를 공유하던 중 이웃들로부터도 "너무 잘 만들었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었다. 이럴게 아니라 천과 재봉틀로 반찬값이나 벌어볼까라는 말을 서로 장난삼아 주고받다가 결국 창업 결심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자금이 문제였으나 마을기업에 대한 창업지원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쉽게 풀렸다. 주부들의 마음도 불타올랐다.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간 끝에 2013년 5월 안행부로부터 마을기업으로 선정됐고, 두 달 뒤 정식으로 창업했다.

직원은 대표인 장 씨와 우해진(38), 이성혜(36), 김영옥(39), 김업순(37) 등 5명이 전부다. 단출한 인원이지만 주어진 역할과 임무는 적지 않다. 5명 모두 평범한 사원이고, 나아가 전부 사장이다.

제품 생산에는 5명이 모두 참가하되 관리 부문은 철저하게 업무가 분장돼 있다. 이른바 부문장 체제다. 장 씨는 전체적인 운영 외에도 제품을 보는 눈이 탁월해 구매와 디자인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부대표 격인 우 씨는 회계나 제품 연구·개발 등을, 사무장 역할을 맡고 있는 이 씨는 매장관리와 대외영업, 생산기계 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총무실장 김영옥 씨는 품질관리와 검수, 제품 포장에 주력한다. 디자인실장 김업순 씨는 제품 전시와 판매, 고객 관리 등을 주로 하고 있다.

장 씨는 "협업 체제이면서도 세밀하게 분업화되어 있어 한 사람만 없어도 제대로 돌아갈 수 없는 구조"라며 "그러다보니 구성원 모두 책임감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작업장 규모 1년 만에 배로 키워

현재 이곳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20여 종이나 갈수록 품목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디어에 따라 천을 활용한 소품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서다. 커텐, 목베개, 앞치마, 행주, 물수건, 스카프, 식탁보, 티슈 커버 등 거실은 물론 주방용에 이르기까지 천을 이용한 것이라면 모두 가능하다.

판로도 매우 다양하다. 아토피를 예방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의 천 제품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공급하고 있고, 관공서나 각종 축제장 행사장 등에는 기념품 형태로 납품한다. 또 온라인 쇼핑몰이나 대형마트 등을 통해 시중판매도 이뤄지고 있다. 그야말로 도소매를 겸하고 있는 셈이다.

창업 당시 49㎡(15평)에 불과했던 작업장 겸 사무실은 6개월 만에 82㎡(25평) 규모로 커졌다. 이것도 좁아 몇 개월 전에는 115㎡(35평) 크기의 현 장소로 이전했다. 얼마 전에는 2000만 원을 들여 울산에서는 유일한 면 프린팅 기계도 들여왔다.

짧은 기간 이런 성공이 있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세상물정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던 전업주부들이 창업전선에 뛰어들고 보니 벽에 부딪히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주부로 살 때는 해보지 않았던 각종 신고 등 행정·세무업무가 아주 벅차고 어렵게 느껴졌다. 우 씨는 "처음엔 부과세 신고를 해야하는 것도, 사업장을 옮기면 이전 신고를 해야한다는 것도 몰랐다. 회계장부도 그냥 가계부 쓰듯이 해놓은 걸 세무회계사가 보고 '이렇게 하면 걸린다'며 기가 막혀 하더라"고 웃지 못할 일화를 이야기 했다.

또 막상 제품을 자신있게 시장에 내놓아도 반응이 냉담해 머리 속이 텅 비는 것 같을 때도 한 두번이 아니었다. "주저앉고 싶지만 나만의 사업장이 아닌데 그럴 수 없잖아요. 모두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밤잠을 설쳐 찾아내고 부족한 점이 발견되면 공부하고 업그레이드시켜 철저하게 소비자 눈에 맞춘 제품을 만들어 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사무장 이 씨의 말이다.

이처럼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제 이들 5명의 '겁없는 주부'들은 자신감이 충만하다. 이들은 단순히 천을 자르고 수를 놓는 수준을 넘어 직접 디자인한 원단으로 독자적인 브랜드를 출시하겠다는 야심찬 꿈도 꾸고 있다. 작지만 강한 마을기업의 탄생이 머잖은듯 했다.


# 엄마의 다락방 장귀옥 대표

- "자본 1000만 원으로 시작, 이제는 월매출 1000만 원"

"마음 맞는 동네 주부들끼리 소일거리를 같이 하자는 데서 출발했어요. 그런데 막상 창업을 하고 보니 어떤 것을 어떻게 만들어 어디에 팔아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울산 마을기업 ㈜엄마의 다락방 대표 장귀옥(37·사진) 씨는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가고 있지만 한창 힘들었던 1년3개월 전 창업 당시를 회상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창업 전 장 씨가 숨겨 두었던 돈과 남편을 설득해 얻어 낸 1000만 원을 초기 자본금으로 시작한 엄마의 다락방은 현재 자신을 포함해 5명의 직원이 월 1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재료비와 사무실 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5명에게 돌아갈 인건비도 못건질 정도로 여전히 남는 게 없다. 하지만 완만하게나마 갈수록 매출이 올라가고 있어 이대로라면 머잖아 남편들에게 힘줄 수 있는 정도의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처음 창업을 하려고 설득했을 땐 다른 가정들처럼 남편도 기대반 우려반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 것도 갖다주는 것 없이 잔업이나 행사장 파견 때문에 가정일을 소홀히 하는 날이 많아지자 볼멘소리를 할 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격려 해주고 도와줍니다."

같은 또래에 취미까지 같은 주부들이 모이다 보니 가장 좋은 점은 회사나 서로의 가정 일까지 일심동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섯 사람이 지분을 공유하고 있으니 내 회사, 내가 주인이라는 인식도 가질 수 있다. 모두가 경영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판로도 많이 늘고 판매 제품도 다양해졌다. 장 씨와 직원들은 이익이 늘면 가죽 프린트기나 컴퓨터 자수기, 자동 제단기 등 시설 및 장비를 구입하는 데 과감한 투자를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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