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초량동 옛 디자인고등학교 부지에 건립 중인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의 부산과학체험관 공사 현장. 지난 5월 말 착공됐으며 내년 말 완공 예정이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박석동 시의원 "지역경제 찬물"

- 교육청 "고급기술 필요…불가피"
- 유엔기념관 등 전례 볼 때 '억지'

부산시교육청이 사업비 약 100억 원 규모의 부산과학체험관 내부 체험물 제작·설치 공사를 발주하면서 사실상 지역업체의 참여를 봉쇄한 채 전체 물량을 수도권 업체로 몰아주려고 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이 시교육청은 이 같은 지역업체 참여 배제의 이유가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하는 공사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최근의 비슷한 사례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 박석동(부산진1) 의원은 14일 부산시교육청이 최근 조달청에 의뢰하는 방식으로 부산과학체험관 내부 체험물 제작·설치 공사 업체 선정을 위한 공고를 내면서, 지역제한입찰이나 지역업체 공동도급 의무화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과학체험관 제작·설치 공사의 전체 예산은 90억 원으로, 이번에 발주된 공사는 1차분으로 50억 원 정도다. 이른바 실내건축에 해당하는 이번 공사의 경우 공공기관이 발주한 사업 가운데 지역 내에서 보기 드문 매머드급이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지역제한입찰이나 지역업체 공동도급 규정을 이번 사업에 적용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지역업체의 참여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업체가 '독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야 할 교육청이 거꾸로 지역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업체의 반발은 물론이고 심지어 수도권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둔 발주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시교육청은 이처럼 지역업체를 배려하지 않은 데 대해 "국가계약법상 입찰 참여 자격을 갖춘 업체가 해당 지역 내에 10개 이상이어야 지역업체 의무공동도급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나, 부산(6개)은 이 같은 기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핑계일 뿐 발주기관 대표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또 과학체험관의 특성상 '수준 높은' 시공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시교육청의 주장도 납득하기 힘들다. 2013년 부산시에서 발주한 유엔평화기념관(70억 원)과 소방안전체험관(130억 원) 인테리어 공사의 경우 지역업체 공동도급 비율을 49%로 규정했지만, 시공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유엔평화기념관이나 소방안전체험관 내부 시설 공사의 경우 과학체험관 이상으로 높은 기술을 요구하지만 수도권의 주간사와 지역의 참여업체가 협업하는 방식으로 전혀 문제없이 풀어가고 있다.

박 의원은 "시교육청이 부산의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과학체험관을 건립하면서 지역 인재들이 활동할 미래기반을 위한 기회를 빼앗았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다"며 "설령 부산 업체의 기술력이 다소 부족하면 수도권의 전문성을 갖춘 업체와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점진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과학체험관 내부 체험물 제작·설치 공사 업체 선정 방식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시의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한다는 계획이다.

부산 동구 초량동 옛 디자인고등학교 부지에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총사업비 486억 원)로 추진 중인 부산과학체험관은 지난 5월 착공됐으며 내년 말 완공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