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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마을기업-지역에서 싹트는 희망 <30> 부산남항고기빵

6가지 해물 들어간 이색 고기빵…부산의 맛으로 관광객 입맛 사로잡다

  •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  |   입력 : 2014-10-08 19:27:44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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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치 고기빵을 시중에 내놓아 인기를 높이고 있는 (주)부산남항고기빵의 구성원들이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전민철 프리랜서 jmc@kookje.co.kr
- 자갈치 상인 13명 뜻 모아 시작
- 비린내 잡기 위해 대학과 협력
- 2년 시행착오 끝에 개발 성공

- 초기 생소한 제품 판매 어려움
- 홍보 노력 덕분 매장 6곳 개설
- 매장당 월 평균 2000만 원 매출

- 지역 대표 특화 빵으로 선정
- 제품 팔릴때마다 연탄 등 기부
- 영도다리 소재 견과류 빵도 인기

설악산의 단풍빵, 통영엔 꿀빵, 천안의 호두과자, 경주 가면 꼭 사 먹는 경주빵과 황남빵, 강원도 횡성에 유명세를 안겨준 안흥찐빵….

전국 곳곳에 동네를 대표하는 빵들이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주로 팥소가 맛의 비결인 전국의 명품 빵들과 경쟁을 벌이면서 부산을 대표하는 빵으로 우뚝 서기 위해 노력하는 마을기업이 있다. 부산시 지원 마을기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예비 사회기업 형태로 경영하고 있는 (주)부산남항고기빵(이하 남항빵)의 '자갈치 고기빵'이 바로 그 빵이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안 들어 있지만, 자갈치 고기빵에는 문어 새우 전복 등 6가지 해물이 들어 있다. 바닷가 고장 부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빵인 것이다.

남항빵을 개발하던 초창기에는 고유의 맛을 내기 위해 넣은 해물 재료에서 나오는 특유의 비린내를 잡기 위해 갖은 애를 써야 했다. 게다가 판로를 확보하는 일도 예상보다 어려워 남항빵 식구들은 고생이 많았다. 그런 시행착오와 노력의 세월을 거쳐, 지금은 자갈치 고기빵이 부산 대표 특화 빵으로 선정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성과는 제품을 개발해 꾸준히 질을 개선하고 품질 관리에 힘을 쏟으며 '지역의 명물 빵'을 만들자고 노력해온 자갈치시장 토박이 상인들의 땀의 결실이다.

■"비린내 잡아라" 특화에 노력

자갈치 고기빵을 만들고 있는 (주)부산남항고기빵 직원들 모습.
(주)부산남항고기빵은 계속해서 매출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던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의 상인 13명이 2009년 3월 뜻을 모아 시작됐다.

당시 자갈치시장에서 생선인 아구를 팔았던 남항빵 이승재 대표는 상인의 소득을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지역 특산물 개발에 대해 고민하다 전국 여러 지역에 대표적이 빵이 있고 이 빵이 잘 팔리는 데 착안했다.

이 대표는 전복 문어 새우 파래 매생이 다시마 등 해산물이 들어가는 고기빵을 생각해냈다. 부산의 특성을 살릴 수 있고 동시에 해물 특유의 풍미가 잘 스며든 빵이라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 대표의 이런 취지에 공감한 동료 상인들이 300만~500만 원씩 출자해 사업에 참여했다. 이렇게 해서 모은 총 1500만 원의 자본금으로 상품 개발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빵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장벽에 부딪혔다. 해물을 주요한 재료로 하는 빵이다 보니, 해물 특유의 비린내를 잡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어려움을 체감한 몇몇 상인이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이 대표는 "빵을 핵심적인 사업의 아이템으로 잡기는 했지만, 해물 재료에서 나오는 비린내를 잡는 게 쉽지 않았다. 국내에서 해산물을 빵에 넣은 사례를 찾기가 매우 어려워 극복하기가 더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좀 더 산뜻한 맛이 나는 좋은 빵을 개발하기 위해 2년간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그 결과 2012년 자갈치 고기빵에서 해산물에서 배어 나오는 비린 향을 없애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경성대 교수진이 산학협력의 방식으로 제품화에 참여했다. 경성대 교수진은 이 대표 등이 만족할 만한 빵을 끝내 개발하자 "학자로서는 엄두를 내기 힘든 무모한 도전을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칭찬했다고 한다.

■매력적인 관광 명물로

우여곡절 끝에 제품을 만들어 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판로 확보라는 난제에 부딪혔다.

애초 남항빵 측은 중구 남포동 신천지시장 2층에 매장을 열었다. 그러나 해산물이 들어간 빵이라는 제품의 생소함 때문인지 제대로 홍보가 안 된 탓인지 매출은 거의 없었다. 그러자 상인들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돈을 모아 지역의 케이블TV 등에 제품 광고를 내보내는 등 홍보 노력을 크게 강화했다. 조금씩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3년 초 거가대교 휴게소에서 판매 요청이 들어와 매출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같은 진전을 계기로 이 대표를 비롯한 남항빵 구성원들은 제품의 주된 소비층을 일반 시민보다는 관광객으로 일단 잡아야 승산이 더 커지리라 판단했다. 이런 판단이 서자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요지에 매장을 확보할 필요가 생겼다. 부산의 대표 관광지인 자갈치시장을 비롯해 지역의 관문인 김해공항과 유동 인구가 늘 많은 부산역에 매장 개설을 수차례 요청해 마침내 판로를 뚫을 수 있었다.

현재 남항빵은 직영점 2곳과 대리점 4곳 등 총 6곳으로 판매점이 늘었다. 매장당 한 달 평균 2000만 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는 자갈치 고기빵이 한 상자 판매될 때마다 연탄 한 장을 중구청에 기부하고, 5일의 유통기한 중 이틀이 남은 제품을 저소득층 주민에게 나눠줄 정도로 여유를 찾았다. 또 두 달 전 영도다리를 브랜드로 만든 신제품 견과류 빵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대표는 "KTX 열차와 일본~부산 간 왕복 여객선에서 자갈치 고기빵을 팔기 위해 관련 업체와 협의를 하고 있다"며 "꾸준히 판로를 넓혀 2년 뒤 정부의 지원 기간이 만료되어도 스스로 힘으로 잘 돌아가는 튼튼하고 성실한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이승재 마을기업 대표

- "될 성부른 기업에 판로 확장 등 지원 집중해야"

"마구잡이식 마을기업 배출은 안 됩니다. 될 기업을 가려 뽑아 자립을 집중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어요."

(주)부산남항고기빵 이승재(66·사진) 대표는 "현재 정부와 지자체의 마을기업 지원 정책이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만들기보다 오히려 부실기업을 배출하는 구조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잠재력과 성공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평가해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장기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는데, 출발선에 선 모두에게 1, 2년씩 5000만 원 또는 3000만 원의 돈을 투입한 뒤 성공 가능성이 없으면 지원을 끊는 구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상당수 기업이 고만고만하고 특색이 없는 업종을 선택했다가 재정 지원이 끝나는 2, 3년 차 때 사라지기 일쑤"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지자체의 마을기업 지원 방식 역시 다양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경쟁력 있는 마을기업이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다 수익성이 떨어져 사업을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한 상황이라 이에 대해 시나 구의 구체적인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 대표는 "경주시의 경우 지역 내 호텔이나 연수원, 리조트 등지에 지역 특산물 경주빵이 팔릴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 같은 판로 확장은 지자체의 도움 없이 마을기업의 영업력으로 이뤄내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을기업에 참여하는 이들 역시 단기간에 돈을 벌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승산이 없다"며 "마을기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주민이 함께 공동의 목표를 갖고 멀리 내다보는 안목과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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