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서 영화인들이 레드카펫을 따라 입장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 1996년 남포동서 첫걸음
- 전국 영화마니아들 몰리면서
- 회를 거듭할수록 승승장구
- 영화의전당 등 첨단시설 갖춰
- 세계적인 영화축제로 성장

지난 2일 밤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영화의 전당'에서는 전 세계 영화인들이 함께하는 성대한 축제가 시작됐다. 바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식이 열린 것이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해운대와 남포동에 있는 총 7개 극장 33개 관에서 79개국 312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월드프리미어(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영화), 인터내셔널프리미어(자국을 제외한 해외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영화)는 총 132편이 소개된다고 하니, 국제영화제로서의 위용을 실감케 한다.

'영화의 도시=부산'을 만들어 온 일등공신인 부산국제영화제, 과연 그 역사는 어떠할까? 부산이 '아시아 영화의 도시'로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해 준 부산국제영화제는 1996년 남포동 극장가에서 그 첫걸음을 내디뎠다. 한국 최초의 국제영화제로 출발한 만큼 국내외 큰 관심이 쏠렸고, 세계 정상급 영화인들이 게스트로 참여해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부산의 영화 환경은 열악했다. 상영관은 턱없이 부족했고, 오래된 극장은 국제적인 규모의 행사를 치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심지어 영화관 내부에 쥐가 출몰해 '쥐 잡는 특공대' 고양이를 풀어놓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관객들의 애정과 관심은 매우 높았다. 매년 국제영화제가 개최되는 시점이면 전국에서 커다란 짐가방을 들고 부산을 찾는 '영화 마니아'들이 줄을 이었고, 길거리에서 쪽잠을 자면서까지 한 편의 영화라도 더 챙겨보고자 하는 이로 북적였다.

그 덕분에 부산국제영화제는 회를 거듭할수록 승승장구했다. 제3회부터는 국내영화뿐만 아니라 아시아 영화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부산프로모션플랜(PPP, Pusan Promotion Plan) 프로그램을 도입해 세계적인 영화제작사와 투자자를 영화인들과 연결해주는 장을 마련했다. 이후 아시아필름마켓, 아시아영화아카데미 등 실력 있는 영화인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면서,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제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젊은 영화인들이 부산을 찾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주 무대가 해운대로 옮겨가면서 '영화도시 부산'의 입소문은 더욱 빠르게 퍼져나갔다. 영화의전당, 영상후반작업시설, 시청자미디어센터,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등 영화와 관련된 첨단시설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부산국제영화제는 한층 업그레이드될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외 영화인들이 단순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에서 나아가 부산에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다.

이처럼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19년 동안 부산이 아시아 영화의 중심도시로 성장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해왔으며, '영화도시 부산'의 브랜드를 만들어온 일등 공신이었다.

매년 성장하는 모습으로 영화인들과 관객들을 만족하게 해온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에는 더욱 특별한 프로그램들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인과 관객 그리고 시민이 어우러지는 '축제'를 위해 다양한 특별 이벤트들을 마련하고 있다. 남포동 비프광장에서는 올해도 홍콩의 허안화 감독, 한국의 정진우 감독, 헝가리의 벨라 타르 감독이 핸드프린팅 행사를 했다. 비프광장에는 지금까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국내외 영화인들의 핸드프린팅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거장 감독들의 영화 인생을 이야기로 들어보는 '마스터클래스-나의 인생, 나의 영화'는 오는 9일, 센텀시티 월석아트홀 1층에서 이란의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과의 시간을 마련한다. 영화감독을 꿈꾼다면, 세계적인 감독의 영화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배움의 시간이 될 것이다.

가족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풍성하게 마련된다. 남포동 비프광장 대영시네마 지하에서는 영화 '명량', '해적' 등에 등장한 소품과 피규어 작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자막을 읽기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해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는 '읽어주는 자막'으로 시네키즈 작품들이 상영되며, 소향시어터와 메가박스부산극장에서는 만 60세 이상 관람객에게 티켓을 할인해주는 실버우대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해 더욱 친근해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1일 폐막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풍성해지는 '영화의 바다'를 아직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지금 바로 발을 담가보는 건 어떨까?

박선미 동의대 신문방송학과 강사·김정덕 한국언론진흥재단 NIE 강사


# 기사를 읽고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되는 해운대 영화의전당을 중심으로, 부산의 영화 관련 시설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를 조사해보자.

-국제신문 10월 3일 자 3·4·5면, 주말& 1·2면을 꼼꼼히 읽어보고, 부산의 자랑거리인 '부산국제영화제'의 역사를 정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