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치러진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에 응시한 고3 수험생들이 시험 문제를 풀고 있다. 국제신문 DB

지난 3일 시행한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9월 모평) 채점 결과, 국어와 영어 영역이 매우 쉬워 수험생들의 입시 전략에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9월 모평은 실제 수능 경향에 근접한 마지막 모의평가이자 예비 수능으로 꼽힌다.

오는 11월 13일 치르는 실제 수능에서도 9월 모평에서 드러난 '쉬운 수능' 기조가 이어질 경우, 실력보다는 '실수'에 의해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입시 전문가들은 남은 기간 수험생들이 실수를 줄이고 약점을 보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을 조언하고 있다.

■실수가 당락 가른다

에너지과학고 최인균 교사(부산시교육청 진로진학센터 전문위원)는 "실수 줄이기 싸움"이라고 말했다. 변별력이 사라질 경우, 의대나 수도권 상위 대학에 지원하는 상위권 학생들은 실수 하나로 등급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사는 "지금까지 자주 틀린 유형의 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보거나 오답 노트를 잘 활용해야 한다. 또 실수를 줄일 수 있도록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 재학생이 졸업생(재수생)보다 불리할 수 있다. 최 교사는 "문제 풀이에 이미 많은 시간을 투자한 재수생과 달리 재학생은 시간에 쫓겨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 쉽게 출제될수록 재학생보다 졸업생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윤수 부산종로학원 평가실장도 실수 줄이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일부 의대의 경우, 수능최저학력기준이 3개 영역 합 3등급 이내이다. 전 영역 1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한 문제만 실수해도 1등급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탐구영역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국어와 영어가 변별력이 없으면 수학과 탐구영역에서 변별력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번 9월 모평에서도 탐구영역 과목에 따라 표준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면서 "남은 기간 탐구영역에 좀 더 집중해 등급을 올리는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학력기준 맞추기 비상

수능이 쉽게 나오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탈락하는 수험생도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부산지역 대부분 대학은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지만, 부산대와 수도권 주요 대학은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용인고 김용호 교사(시교육청 진로진학센터 전문위원)는 "올해 수시 최저학력기준이 강화된 부산대의 경우,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하는 학생이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 인문계열은 사정이 좀 낫지만 자연계열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부산대는 수시모집 가운데 비중이 큰 논술전형(854명)과 학생부교과전형(774명)의 최저학력기준은 국어 영어 수학 탐구 영역 가운데 ▷인문·사회계열은 영어를 포함한 2개 영역의 합이 5 이내 ▷자연계열(의학계열 제외)은 수학 B형을 포함한 2개 영역 합이 5 이내다. 특히 경영대학과 경제통상대학은 영어를 포함한 2개 영역의 합이 4 이내여야 한다.

자연계열의 경우, 수학 B형에서 3등급을 받으면 탐구(2과목 평균)나 영어, 국어 영역에서는 2등급을 받아야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일반고에서 수학 과목 내신 1등급을 받는 학생 상당수가 정작 모의고사에서는 2등급을 받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김 교사는 "9월 모평 분석 결과, 수학 B형을 포함해 2개 영역의 합이 5 이내인 학생 수가 6월 모평보다 확연히 줄었다"며 "국어와 영어가 쉽게 출제될 것을 예상하면 한 문제 실수로 등급이 바뀌어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사는 "남은 기간 등급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자신 있는 과목에 더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