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덱, 지어야"
- 중앙대로 이어 역까지 도보 이동
- 동구 등 지역경제 활성화 도모
- "애초 사업승인 명분도 덱 건설"
# "덱, 없애야"
- 육교 철거 등 최근 정책에 역행
- 광장 개방감 상실…소통 장애물
- "원 사업계획 꼭 지킬 필요 없어"
# 어정쩡한 타협
- 부산시, 고심 끝에 절충안 마련
- 덱 2→1개 축소·횡단보도 확대
- 양쪽 다 불만…통과에 난항 예상
부산역 일원 도시재생 선도지역 사업과 관련, 부산역에서 중앙대로를 건너 원도심으로 연결하는 덱(Deck) 건설을 놓고 전문가 사이에 이견이 팽팽하다. 지난 4월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선도지역 사업으로 선정된 이후 구체적인 실행안을 놓고 10여 차례 전문가 회의와 주민 설명회 등을 거쳤지만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지난 26일 열린 '도시재생 선도지역 사업 활성화 계획 자문회의'에서 절충안이 제시돼 부산시가 이를 다음 달 중순 구성될 도시재생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지만, 심의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자문회의에서는 건설 예정인 2개의 덱을 한 개로 줄이고, 대신 횡단보도 폭을 60m로 넓히자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 하드웨어 대 소프트웨어
논쟁의 핵심은 구조물(덱) 건설과 원도심 경제 활성화 중 어느 곳에 방점을 찍느냐에 있다. 결국,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싸움이다. 전문가 사이에서 의견이 양분되지만 부산시 공무원끼리도 이견이 있다.
덱 건설을 고집하는 쪽은 원도심과 부산역의 연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도로 위에 새로운 보행전용 길을 내 양측을 연결함으로써 이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하자는 것이다. 부산역과 원도심은 중앙대로 탓에 연결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현재 이를 연결하는 것은 좁은 횡단보도 하나와 도시철도를 연결하는 지하도뿐이다.
이들은 또 국토교통부에 사업계획안을 제출할 때 대규모 덱 건설이 핵심이었으므로 이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국토부에 사업안을 제출할 당시 부산역과 원도심을 대규모 덱으로 연결하는 게 핵심이었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500억 원의 사업비(국비 250억 원)를 받았다는 것이다. 덱 건설에만 300억 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이 사업이 국비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던 것은 원도심과 부산역을 연결하는 것에 중심을 뒀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 양측을 연결하는 데 덱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덱 건설, 시대 흐름에 역행
하지만 덱 건설을 반대하는 측은 최근 보행정책은 육교를 없애는 추세이고, 덱을 건설한다고 해서 이 지역 경제가 활성화한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부산역 광장 위에 대규모 덱을 건설하는 것은 개방감을 없애, 오히려 이 지역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는 견해가 나온다. 광장이 덱으로 덮이면 광장 본래 기능인 '시민 소통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차라리 폭이 넓은 횡단보도가 양측을 훨씬 쉽게 연결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존 상해거리와 텍사스거리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활성화 계획은 애초 국토부에 제출한 안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고 해석한다.
이 사업에 자문위원으로 참여 중인 지역 대학의 한 교수는 "도시재생이란 원래 대규모 건설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활력을 잃어가는 도심에 교육과 사람, 예산을 투입해 힘을 얻도록 해주는 개념인데, 지금 논의 중인 덱 건설은 본질은 없고 겉모습만 좇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 시, 절충안 도시재생위 보고
시는 그동안 사업협의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받아 총 6가지 대안을 마련해 논의했다. 덱 건설과 횡단보도 외에도 광장과 도로 밑에 지하 공간을 조성하자는 주장과 중앙대로에 지하차도를 내 그 위를 보행자 전용도로로 조성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것저것 할 필요없이 현행대로 광장과 도로를 두고 창조경제 활성화에 집중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지하 공간을 내는 것은 현재의 부산역 광장을 유지하는 장점이 있지만, 광장 지장물 이전이 어렵고 지하 공사 시 도시철도의 간섭이 큰 점, 추산 공사비가 무려 4000억 원에 이르는 점 때문에 활성화 계획안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지하차도를 건립하는 것은 보행환경이 급격하게 개선되는 장점이 있지만 도시철도 대합실을 확보하기가 불가능하고, 도시철도와 부산역 간 지하연결통로 확보에도 어려움이 크다는 이유 등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현행대로 유지하는 안은 정부 도시재생특별위원회에 재심의를 받아야 하고, 원도심 재창조 기회가 무산돼 이 지역 슬럼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역시 채택되지 않았다.
시는 다음 달 13일 출범하는 도시재생위원회에 절충안을 보고해 심의를 받을 계획이다. 하지만 도시재생위원 사이에서 이번 절충안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이가 다수 있어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