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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대구 힐스테이트위브 아파트 출입구가 높은 철망으로 막혀 있다. 홍영현기자 hongyh@kookje.co.kr |
- 살던 집 정리한 600여 가구
- 온 가족이 월셋집 전전
- 생활고·정신적 피로 '피폐'
26일 오전 부산 수영구 남천동 한 아파트에서 만난 이상창(52) 씨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구 중동 달맞이 언덕 '힐스테이트위브'(옛 해운대 AID주공아파트) 재건축 아파트에 입주하려고 그동안 살던 집을 처분했다. 하지만 재건축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대금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입주가 늦춰지자 월세 70만 원에 이곳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그사이 9개월이 훌쩍 지났다.
이 씨는 아직 이삿짐을 풀지 않고 있다. 지금 사는 집은 보증금 없이 매월 재계약을 이어가고 있다. 갈등이 해결돼 이사 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대학에 플루트 강의를 나가던 이 씨는 아파트 입주 지연 탓에 생활비 부담이 커지자 요즘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수업까지 맡고 있다.
이 씨는 "이제나저제나 했는데, 벌써 10월이 성큼 다가서 있다. 곧 입주할 것이란 기대감에 짐을 그대로 두고 안방에서 부인과 아들, 딸 네 식구가 지낸다. 이러다가 짐조차 풀 수 없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까지 든다. 경제사정도 좋지 않아 얼마나 이런 생활을 버텨나갈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입주 예정자들의 사정도 이 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날이 늘어가는 금융이자 부담에다 정신적·육체적 고통, 그리고 가정불화까지 생긴 이도 많다. 박모(여·48) 씨는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문제로 가정불화를 겪고 있다. 새집에 들어가면 시부모를 모시기로 했는데, 입주 지연 사태로 덜컥 문제가 불거졌다. 박 씨는 "집이 작아 시부모님을 모시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족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참담한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힐스테이트위브 입주 예정자 1880가구 가운데 600∼700가구는 가재도구 대부분을 창고에 맡겨 놓은 채 원룸이나 월세 100만 원을 부담하면서 소형 아파트 등에 사는 실정이다. 전·월세를 전전하며 새집에 들어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재건축조합과 시공사가 실무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 실마리를 찾지 못해 연내 입주마저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감돌고 있다. 공사비 추가 부담 규모를 놓고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데다 다수 조합원이 추가 부담에 반대하는 등 조합 내 갈등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시공사와 조합, 입주자연합회 등 당사자들이 고통받고 있음에도 모두 만족할 만한 해법을 찾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나마 조금씩 견해 차이를 좁히고 있어 희망은 있다. 연내 입주 지연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중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 AID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는 2010년 시작됐다. 현대건설과 두산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했다. 지하 7층, 지상 53층 아파트 21개 동 총 2369가구 규모다. 지난해 12월 공사는 대부분 끝났고, 현재 사용허가만 남겨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