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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동래구 안락동의 마을기업 착한 세상에서 고객들이 민속놀이와 공예품 만들기를 체험하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 작년 전통시장체험 위주 시작
- 지금은 8개 프로그램으로 늘려
- 최고급 재료 사용, 비용은 저렴
- 어린이집 등 단체로 시설 이용
- 방과후학교 등과 연계 추진
- 자격증 따는 전문과정도 개설
- 재래시장 안 팔린 물건 판매
- 2차 사업 '떨이 편의점' 준비
부산 동래구 안락동 충렬사 근처에 자리한 '종합문화체험장' 착한 세상 안으로 들어서자 다양한 체험시설이 먼저 눈길을 끌었다.
피자나 쿠키를 굽는 오븐은 물론 카드나 각종 소품을 만드는 다양한 도구들이 보였다. 벽에는 팝업(입체) 카드, 압화(누름 꽃) 공예품 등 이곳에서 만든 신기한 물건들이 가득 전시되어 있었다. 체험장 곳곳에는 주민들이 모여 체험활동을 즐기고 있었다. 중년 남녀 한 쌍은 서로 마주 보고 컵을 쌓는 컵 스택 게임을 연습하고 있었다. 컵 쌓기를 하던 이영란(여·52) 씨는 "이 게임을 배워 노인을 대상으로 교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컵을 움직여가며 노래도 부르고 손뼉도 치는 이 게임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기업 착한 세상의 이름은 아이들이 꿈꾸는 공간, 어른도 재미있고 여유롭게 생을 즐기는 '착한 공간'이 되자는 뜻에서 지었다.
■전통시장 체험장으로 시작
마을기업 착한 세상은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전통시장에서 직접 재료를 사들이고, 이 재료로 피자와 동래파전 만들기 등 요리 체험을 하는 '전통시장체험장' 마을기업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가족과 연인 등이 다양한 모임에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체험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초콜릿 만들기, 팝업 카드 만들기, 압화 공예, 냅킨 공예, 쿠키 굽기, 커피를 활용한 재활용, 전통문화 체험 등 8개의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종합문화체험장으로 발전했다.
착한 세상이 내세우는 장점은 체험행사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 말고도 체험을 진행할 때 질이 좋은 고급 재료를 엄선해서 쓴다는 것이다. 피자를 만들 때는 전북 임실군에서 생 피자 치즈를 구매해 사용하고, 초콜릿 재료도 고급 상품인 벨코라도 초콜릿을 쓴다. 체험 행사 참가에 드는 비용은 초콜릿 등 원재료 값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부산의 명소인 용두산공원에서 팝업 카드 만들기 체험행사를 운영하는 등 지역 사회로 찾아가는 이색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은 어린아이부터 청소년, 중년층, 노인까지 다양하다. 어린이집 등 여러 단체에서도 착한 세상을 방문해 다양한 체험을 즐긴다. 부녀회나 계 모임에서도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 보기 위해 착한 세상을 방문하기도 한다. 적게는 3, 4명 가족 단위로 이곳을 방문하고 10여 명이 단체로 찾아오기도 한다.
체험 신청은 전화(051-989-7942)를 통해서만 할 수 있다. 체험을 원하는 날 하루 전에 신청해 시간을 지정할 수도 있다.
착한 세상은 앞으로 방과 후 학습과 연계해 일선 학교 등 교육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15일에는 북구의 한 병원을 방문해 사회 공헌 차원에서 체험행사를 열었다. 지역의 실내 체험기관 중 체험 도구가 부족한 곳에는 착한 세상이 도움을 주기도 한다.
최근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활동 수요가 늘었다. 그래서 착한 세상은 체험활동을 지도하는 자격증을 딸 수 있게 전문과정도 운영한다. 실제로 착한 세상에서 강의를 들은 뒤 착한 세상에 강사로 취직한 주민도 있다.
착한 세상 김정예 대표는 "세월호 참사 뒤로 실내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체험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초심자들은 처음에 이런 활동 자체를 신기해한다. 자기가 만든 물건도 굉장히 소중하게 여긴다. 그런 성취감이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재래시장과 지역사회와 협력
착한 세상이 마을기업 2차 사업으로 내년부터 시행하려고 준비 중인 것은 재래시장과 편의점을 연계한 '떨이 편의점'이다. 대부분 재래시장에서 오후 7, 8시가 되면 제품이 팔리지 않아 상인들이 물건을 떨이로 판매하는 것을 보고 착안했다. 착한 세상에서 시장 상인들이 판매하는 떨이 제품 등을 오후 6시께 미리 구매하고, 실제 편의점 내부에 사회적경제 코너를 만들어 이를 맞벌이 여성 등에게 판매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편의점이 아닌, 소규모 편의점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착한 세상은 지금까지 지역의 사회적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체험활동을 개발하고, 자활센터 등에서 제작한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지역사회와 연계를 맺어 왔다. 김 대표는 "'떨이 편의점'은 마을기업 입장에서는 부족한 홍보활동을 강화할 수 있고, 재래시장과 함께 공생한다는 의미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어린이 실내 체험공간 턱없이 부족해 시작…지자체 홍보 무관심 안타까워"
■ 김정예 착한 세상 대표
"어린이들을 가르치면서 이들이 다양하게 문화를 체험해볼 실내 공간이 부산에는 별로 없는 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마을기업 착한 세상 김정예(여·33·사진) 대표가 처음부터 종합체험시설을 운영해 보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30대 초반인 김 대표는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다. 김 대표는 재학 중 실습을 나가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갈 만한 실내 체험장을 찾아봤지만, 매번 어려움을 겪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도 즐길 수 있는 체험장을 부산에 한번 만들어 보자"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됐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다. 그뒤 동래구의 한 사회적기업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부산에 종합체험시설을 만드는 꿈을 키웠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마을기업으로 출발하려 했던 건 아니다. 마을기업으로 등록한 큰 이유는 체험장을 설립할 때 마을기업에 대한 공공기관의 지원이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처음 다섯 명이 모여 시작을 했고 두 사람이 따로 창업해서 나갔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처음 마을기업을 신청했지만, 낙방했다. 김 대표는 "그 뒤로 전국의 체험 시설을 돌아다니며 연구하고 준비해 지난해 11월 마을기업으로 등록할 수 있었다. 이젠 진주 유등 축제 등에 참여해 체험 행사를 운영하고, 직접 만든 물건을 판매도 하는 마을기업으로 성장했다"고 그간의 과정을 들려줬다.
김 대표는 마을기업 활동에서 '홍보 부족'을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지자체도 이 점에 대해선 무관심하다고 느낀다. "시나 구에서 마을기업을 여러모로 도와주지만, 홍보에 대한 지원이나 노력이 별로 없어 많이 아쉽다"는 것이다. 착한 세상이 내년에 '떨이 편의점'이라는 사업을 기획한 것도 마을기업에 대한 홍보를 겸하기 위해서이다. 김 대표는 "대부분 마을기업에는 마케팅 전문가가 없다"며 "다른 지원도 좋지만, 마을기업 활동을 널리 알리는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