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신문 · 부산경찰청 공동기획

지난 19일 오후 6시25분께 부산 사하구 장림동의 한 언덕길에서 마을버스가 담벼락에 충돌했다. 편도 1차선의 좁은 언덕길을 내려오던 중 마주 오던 승합차를 피하려다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퇴근길 버스 승객 26명이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 관계자는 "만약 보행자가 있었다면 대형사고가 될 뻔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사고가 난 지점은 산복도로의 특성상 사고 위험이 늘 있는데 보행자를 위한 안전펜스 같은 교통안전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산복도로가 많은 부산은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모르는데 교통안전시설에 대한 지자체의 투자는 소극적이라 시민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부산 16개 구·군 교통안전시설 예산을 보면 경찰의 지적이 수긍이 간다. 교통안전시설 예산은 구·군별로 적게는 1억 원에서 많게는 11억9000만 원 수준이다. 전체 예산 중 교통안전시설 설치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0.04~0.46%이다. 중앙분리대 100m 설치에 드는 비용이 4000만 원 수준이므로, 얼마나 예산이 적은지 짐작할 수 있다.

어린이 노인 등 교통 약자를 위한 시설도 형편은 비슷하다. 현재 부산시에는 노인보호구역 50곳, 어린이 보호구역 877곳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경찰이 교통약자 보호구역 실태 점검을 한 결과, 교통안전시설 보강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의 예산 투입이 부족해 빚어진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일선에서 직접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부산경찰은 최근 교통사망사고 발생지 128곳을 점검하고 시민 아이디어 공모도 진행했다. 그 결과 운전자 시야 개선을 위한 투광기, 과속방지턱 확충 등 2483건을 개선했다.

장우혁 부산경찰청 교통안전팀장은 "교통사망사고는 운전자의 법규 준수만으로 모두 막을 수는 없다. 오히려 법규 위반이나 부주의로 사고가 났더라도 목숨만은 보호할 환경과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공동참여 : 부산광역시, 교통안전공단,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손해보험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