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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진주시내 고층 주상복합건물 건설 계획이 경기 침체 등으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 사진 왼쪽부터 착공조차 못한 천전동 35층 건물 부지, 2011년 허가가 취소된 평거동 터, 건설사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상대동 상가 건물. 김인수 기자 |
- 애초 수요예측 잘못한 데다
- 수년째 경기침체·분양저조
- 공사 중단된 채 도심에 방치
- 건축 재개될 가능성도 희박
- 市 "관이 개입할 부분 없다"
경남 진주시의 '스카이 라인'을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도심 내 고층 주상복합건물 건립 공사가 수 년째 답보상태에 처해있다. 2000년대 말 진주혁신도시 건설 바람을 타고 최하 20층에서 최고 35층 건물의 신축 승인이 무더기로 이뤄졌으나 경기 침체와 분양 저조로 사실상 포기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인구 30여만 명에 불과한 진주시의 인구나 경제력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투자였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2일 진주시 천전동 천전시장 맞은편의 한 부지. 9680㎡ 터에는 골조공사 흔적도 없이 잡초만 무성했다.
이곳은 2007년 1월 서울의 한 건설사가 지하 3층, 지상 35층의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을 짓겠다는 허가를 받은 장소다. 당시 시행사는 오피스텔과 근린생활시설, 238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면 진주시의 랜드마크가 될 것을 확신했다. 완공이 된다면 지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되기 때문에 시민들의 기대도 그만큼 컸다. 진주시 건축위원회와 경남도 건축위원회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허가여부를 두고 수차례나 난상토론을 벌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이 건설사는 이후 사전 분양 저조로 자금난 등에 시달리면서 착공조차 하지 못했으며 7년이 지난 지금은 시의 대표적인 도심 흉물로 전락해버렸다. 시행사는 조만간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현재의 건설경기와 지역 내 아파트 공급 과잉 등을 고려하면 전망은 밝지 않는 실정이다.
주민 김모(53·천전동) 씨는 "놀고 있는 부지를 볼 때마다 화가 난다. 무슨 조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제는 우범지대가 돼 해가 지면 아이들이 무서워서 주변을 잘 지나다니지 못할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사가 추진하는 평거동의 23층짜리 주상복합건물(아파트 157가구) 건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7년 6월 허가를 받았으나 현재 착공조차 못했다. 이 회사는 사업계획을 아예 접은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으나 지역사회에서는 더는 진척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평거동 10호 광장 옆에 30층 건설을 목표로 한 주상복합건물 건립 사업은 2008년 2월 건축허가가 났다. 하지만 시행사는 예상보다 분양이 되지 않자 자금부족 등의 이유로 공사를 미루다 2011년 결국 허가가 취소됐으며 지금까지 아무런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평거동 남강하우스토리 인근에 주상복합건물을 세우겠다는 계획도 수포로 돌아간 지 오래다. 당초 B사가 24층 건물을 신축기로 했으나 지하 골조공사를 하다 2008년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상가건물 신축 중 건설사 부도로 장기간 방치되어 있던 상대동 옛 동명고 부지에는 최근 한 건설사가 경매에서 낙찰을 받은 뒤 대형 주상복합건물을 건립하겠다며 재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이 역시 승산은 희박하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도심의 고층 주상복합건물 신축 실적이 부진한 것은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수요 예측 실패도 일정부분 작용을 한 것으로 거론된다. 노무현 정권 당시 진주혁신도시 건설안이 발표되자 건설업체들은 특수를 기대하며 앞다퉈 진주로 진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으로 인구가 33만7000여 명 수준인 데다 대형기업이 거의 없어 급격한 인구 유입을 기대하기 힘든 진주에서는 아파트 공급과잉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진주혁신도시 수용인구(최대 3만9000여 명)를 계산하더라도 수요는 한참 떨어진다. 게다가 진주혁신도시와 신흥 주택지인 초장동, 평거동 등에 대형 아파트가 잇달아 들어서면서 주상복합건물은 매력을 잃어버렸다. 지금으로서는 건설사들이 공사 재개 의욕을 갖고 재분양에 나선다 하더라도 성공 가능성은 아주 낮을 것으로 점쳐진다.
민간사업이어서 공사를 촉구할 뿐 별다른 대책이 없는 시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진주시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관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며 "공사 계속 여부에 대해 시행사들의 의중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시의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박모(여·48·주약동) 씨는 "아무리 민간사업이라지만 공사가 중단되면 시민에게도 피해가 돌아가게 마련이다. 앞으로는 시가 수요와 공급 현황을 충분히 파악한 뒤 고층 주상복합건물 건립 허가를 내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