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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존중도시 부산 <9> 한발 늦는 대책본부 가동

재난피해 발생해야 움직이는 행정 조직…예측·예방이 생명 구한다

  • 최현진 기자 namu@kookje.co.kr
  •  |   입력 : 2014-09-21 19:48:10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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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전남 진도군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하는 모습. 이 같은 대형 참사나 자연재난에 제대로 대비하려면 사후 대응이 아니라 예방과 대비를 강조하는 재난대비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제신문 DB
- 지난달 25일 부산 폭우 당시
- 오후 1시 돼서야 도로 통제
- 차량 침수로 3명 사망 참사

- 市 재난관련 부서 위상 낮아
- 유능한 공무원들 기피 대상
- 방재전문가 채용계획도 없어

지난달 25일 부산에 내린 폭우는 부산시의 재난 대비와 대응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줬다. 부산시를 비롯해 16개 구·군은 재해가 발생하면 뒤늦게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이는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국내 방재 정책은 예방과 대비보다 대응과 복구에 신경을 쏟기 때문이다.

■'재난본부' 3일 전부터 가동해야

지난달 25일 오전 9시10분 호우주의보가 발령되자 부산시와 16개 구·군은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호우경보가 내린 오후 1시가 돼서야 공무원의 4분 1을 비상근무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침수도로 차량 통제에 들어갔다. 오후 3시께 가족을 태운 차량이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에 빠져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3시45분에는 기장군 일광면의 하천에서 불어난 물에 차량이 침수돼 50대 여성이 숨졌다. 앞선 오후 2시20분에는 북구 구포동의 경로당이 산사태로 매몰됐다.

전문가들은 사회재난은 몰라도 자연재해는 어느 정도 예측되므로 기상청 예보 3일 전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국 지자체는 재해가 본격적으로 발생해야 대책본부를 가동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뒷북 행정을 되풀이했다. 현재 재난 관련 법은 '재난이 우려되거나 재난이 발생하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한다'고 규정한다. 동의대 류상일(소방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방재 체계는 대응과 복구 중심의 뒤늦은 대책이 주류이다. 재난안전정책의 무게를 예방과 대비에 둬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난 부서 위상 높아야

부산시와 구·군의 재난 관련 부서 위상은 현재 낮은 편이다. 재난이 생기면 죽어라 고생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합당하지 않아 공무원에게 기피 1위 부서다. 재해가 해마다 발생하는 것은 아니어서 어떤 때는 일하기 쉬운 부서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놀고 먹기' 때문에 인사상 혜택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능한 공무원이 잘 가려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업무도 효율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편이다. 전문가들은 인사를 담당하는 총무과 다음으로 부서의 위상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난 관련 부서를 거쳐야 승진에 유리한 구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 분산형과 통합형

우리나라의 재난안전체계는 평상시 부처 및 부서별로 업무가 나눠져 있다가 비상상황이 생기면 재난안전대책본부로 일원화된다. 이는 일본식이다. 이 같은 체계는 평상시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하는 데 유효한 시스템이다. 이와 달리 세월호 사건 이후 정부가 시도하려는 방식은 국가안전처를 중심으로 한 통합형 재난안전체계다. 이는 미국식이다. 대형 재난이 터졌을 때 유용하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예방과 대비는 취약한 구조다.

■방재 전문가 채용 늘려야

세월호 사고 이후 공직에 방재 전문가 채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방재안전직은 2012년 신설됐지만, 그동안 소수에 머물렀다. 세월호 참사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다음 달 경기 울산 세종 강원 경북 전남이 방재안전직을 뽑는다. 경기도는 다음 달 25일 필기시험을 시작으로 32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받은 부산은 채용 계획이 없다.

■모든 행정에 안전 개념 최우선

세월호 사고가 한국 사회의 많은 것을 바꿔야 한다고 극명히 보여줬지만, 정작 바뀐 것은 없다. 전문가들은 우리 생활에서 안전 개념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운전면허증을 딸 때 안전 수칙 관련 사항을 많이 넣어야 한다는 식이다. 건축 심의 때도 소방과 화재처럼 재해에 대한 방재 부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최도석 수석연구위원은 "시가 펼치는 모든 행정에 안전이 최우선으로 고려되도록 개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월호 사건은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美, 중앙-지방 업무 나눠 신속 대응…日, 부처별로 예방 집중

■ 외국 대처 방식은

미국은 1979년 카터 대통령이 총체적 재난관리 개념을 도입해 분산된 권한과 인원을 한데 모아 연방위기관리청(FEMA)을 창설했다.

이 때부터 통합형 위기관리방식을 채택해 운용하고 있다. FEMA는 보스턴 시카고 댈러스 등 10개 지역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국가적 재난 관리 전략을 세우고, 부서간 업무를 조정하며, 재난관리정책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재난 교육과 훈련도 전담한다.

재난관리의 1차 책임과 최일선의 역할은 지방정부 몫이다. 따라서 재난이 발생하면 일차로 지방정부가 대응하고, 규모가 크면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중앙과 지방의 적절한 재난 업무 분담 구조를 확립한 것이 미국 재난안전관리체계의 특징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중앙과 지방의 대응 책임이 불분명해 적절한 재난대응 시기를 놓치지 않는다.

일본은 자연재해에 민감한 나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지진이나 태풍에 대한 준비가 철저하다. 일본의 재난관리체계를 보면 주요 재난관리 업무는 국토청과 소방청이 담당하고, 사업장 안전관리는 노동성이, 가스·전기·광산안전 등은 통상산업성이 맡는 등 재난 성격에 따라 부처별로 분산된 것이 특징이다. 비상 시에는 총리부에 긴급재난대책본부를 두고, 지방에도 재난대책본부를 둬 대응을 총괄한다.

이들 두 나라는 통합형과 분산형 재난관리체계를 대표한다. 일본이 재난을 유형별로 나눠 다수 부처가 재난관리를 맡는다면, 미국은 통합해 관리한다. 분산형은 업무 하중이 덜해 재난 예방과 대비에 신경을 쏟을 수 있다.

하지만 업무가 중복되고 연계가 미흡해 대규모 비상 상황에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통합형은 대규모 재난에 신속히 대응하는 장점이 있지만 과도한 업무로 예방과 대비에 소홀하기 쉽다.


# 정부, 재난 대응 일원화 계획…市, 민·관·군 협업 준비

재난안전 부처를 통합해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정부 조직은 사회재난을 담당하는 안전행정부와 자연재해를 담당하는 소방방재청으로 이원화돼 어정쩡한 상태다.

이를 의식했는지 정부는 지난 4일 '과도기 안전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 해경청이 참여하는 '과도기 안전관리협의체'를 만들고, 시·도별로 지역안전관리추진단을 구성했다. 안행부 중앙안전상황실과 방재청 재난상황실은 공간을 통합했다. 매월 16일을 '인명구조 훈련의 날'로 정해 대규모 민·관·군 합동훈련을 한다. 소방의 긴급 구조능력 향상 방안도 즉시 시행할 계획이다. 중앙119구조본부를 확대해 4개 권역에 119특수구조대를 설치하고, 119화학구조센터의 인력과 시설도 보강한다. 부산시는 국가안전처가 신설되면 그에 따라 재난안전 관련 부서를 재편할 계획이다. 현재 부산은 사회재난을 맡는 안전행정국 산하 안전정책과와 자연재해를 맡는 건설방재관 산하 재난안전과로 이원화돼 있다. 시는 통합적 재난안전체계를 구축하고자 지난 7월 28일 통합재난관리위원회를 구성했고, 지난달 1일 실무기구인 통합안전협력팀을 신설했다. 소방·해경·군·경찰이 시에 상시 근무하는 형태다.

이들은 재난대응 매뉴얼을 정비하고 훈련을 지원하며, 재난이 터지면 인력·장비·시설을 신속히 동원하도록 민·관·군 협업체계를 구축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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