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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마을기업-지역에서 싹트는 희망 <27> 창원 창동 라온빛

예술인 10명 모여 문화상품 개발·판매…발길 끊겼던 골목 덩달아 활력

  •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
  •  |   입력 : 2014-09-17 19:33:56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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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민들이 마을기업인 창동 라온빛이 입주해있는 마산합포구 창동 예술촌을 둘러 보고 있다.
- 창원시 도시재생사업 일환
- 창동예술촌 공방에 입주
- 각 분야 활동 작가들 참여
- 공예·소품·회화 등 작품 선봬
- 관광기념품 제작 소득창출 계획

- 초·중학생 대상 예술 체험교육
- 1년여 만에 1000명 학생 다녀가
- 재능기부 통한 사회공헌도 활발

가곡 '가고파'의 고향으로 유명한 경남 창원시의 옛 마산은 한때 시인 묵객들로 북적이던 곳이다.1960~1970년대, 마산의 중심가였던 창동의 주점에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인생과 시를 노래하던 예술인들의 모습은 아주 흔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마산 도심이 급격히 쇠락의 길로 접어들면서 창동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뜸해져 갔다.

그러던 창동이 최근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 창원시가 2012년 옛 마산을 되살리기 위해 창동에 '예술촌'이라는 새옷을 입히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마을기업인 '창동 라온빛'도 이런 분위기 속에 창동예술촌 소속 전문 예술인들에 의해 태동됐다.

■창동에 부는 신선한 바람

창동 라온빛 소속 작가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재능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2012년 창원시는 창동지역의 텅 빈 점포를 저렴하게 임대, 작가들에게 무료로 빌려준다는 획기적인 발상을 내놨다. 마산 중심 상가를 살리기 위한 '도시재생기법'의 일환이었다.

1970~1980년대 지역 예술인들의 집결지였던 창동에 예술촌이 조성된다는 소식은 큰 관심을 끌었다. 이곳에는 창원시의 공모를 통해 선발된 작가 54명이 일정기간 무료로 입주해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 창동예술촌은 스러져가던 도심을 살린 모범사례가 됐다. 어느덧 정부와 전국 지자체 관계자들의 단골 방문지로 탈바꿈했다.

'라온빛'은 순우리말로, '라온(즐거운) 빛'이란 뜻이다. 지난해 3월 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창동 예술촌 공방에 입주해 활동 중인 각계 분야 10명의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공방문을 열고 들어서면 유리 및 점토공예부터 소품 회화까지 형형색색의 작품들이 탐방객을 맞이한다. 이 공방에서는 지역특성에 맞는 문화상품을 개발하고 아트 상품 판매를 한다.

아크릴 작품 활동을 하는 임수진 씨는 파리에서 8년을 공부했다. 그는 이곳에서 아주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현 중이다.

유리공예로 뉴욕에서 명성을 떨쳤던 정혜경 씨는 유리액세서리, 목걸리, 브로치 등 각종 유리작품을 선보이며 창동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충실한 2세 교육 및 재능기부활동

마을기업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특히 이들이 자랑거리로 꼽는 분야는 꿈나무 육성을 위한 초·중학생 체험교육이다. 창동 라온빛은 소정의 비용만을 받고 초·중학생들에게 예술 교육을 시키고 있다. 반응은 좋다. 마을기업 발족 1년여 만에 1000명가량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교육을 받았다.

참가자들이 창동 라온빛의 체험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것은 작품성이 있는 데다 다양성마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회화를 넘어 도자기, 액서서리, 유리공예, 압화(꽃잎을 이용한 작품) 등 웬만한 분야는 다 경험할 수 있다. 강사도 일선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현역 예술인들이어서 만족도가 높다. 마산합포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수업이 체계적인 데다 알아 듣기 쉬워 아이들이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박영경 창동 라온빛 대표는 "명색이 마을기업인 만큼 소득창출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교육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수진 씨도 "학생들이 체험교육을 통해 예술적인 영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머지않은 장래에 이곳이 국내에서 손꼽히는 문화예술교육의 산실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창동 라온빛의 예술인들은 사회공헌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저소득층 자녀를 위해 틈나는 대로 재능기부를 한다. 요청이 오면 외진 마을의 담벼락에 아름다운 벽화도 직접 그려주고 있다.

■어려운 여정이지만 희망은 있다

하지만 이 마을기업이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일천한 역사 속에 작가들이 완전히 자립하기까지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체험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수 있는 작품판매는 그다지 원할하지 않다.

박 대표는 "많은 탐방객이 공방을 찾아와 주는 것은 고맙지만 작품판매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아 아쉬움이 커다"고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마을기업에 대해 정부가 2년만 예산 지원을 하는 것도 창동 라온빛의 완전 자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회원들은 영세한 마을기업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기간을 좀 더 늘려줄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창동 라온빛 소속 작가들은 희망을 보며 새로운 활동을 준비중이다. 그 중 하나가 창원의 현재와 미래를 담은 관광기념품을 제작하는 것이다. 한 작가는 "현재 창원에서 볼 수 있는 관광상품은 천편일률적이다. 앞으로 창원시와 국화축제, 진해군항제 등의 이미지를 담은 기념품을 제작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곳의 예술인들은 이런 노력이 부단히 이어질 때 창동 라온빛 뿐 아니라 창동예술촌이 머지않아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를 잡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기업업무·작품활동 병행, 고향 위해 힘들어도 최선"

■ 박영경 창동 라온빛 대표

"고향의 예술촌이 세계적인 명물로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이 꿈이죠."

창동 라온빛의 박영경(여·55) 대표는 옹기를 제작하는 점토로 인형(토우)을 만드는 작가다. 그는 토우를 이용해 소시민들의 일상사를 작품으로 표현한다. 박 대표의 섬세한 손을 거치는 동안 토우는 웃는 모습, 화난 모습 등 다양한 표정을 지은 작품으로 탄생했다. 흙에 숨결을 불어 넣는 작업인 셈이다.

박 대표는 원래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했지만 우연히 예술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자녀들의 숙제인 점토작업을 돕다가 뒤늦게 자신의 길을 발견했다.

10명의 작가들로 이뤄진 마을기업이 탄생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들은 2012년 처음 마을기업 신청을 했지만 정부심사에서 탈락했다. 포기하려던 중 당시 회원이었던 박 대표가 재도전을 해보자며 독려를 하고 나섰다. 다행히 창동 라온빛은 지난해 3월 마을기업에 선정됐다. 정부 지원금을 받아 사무실도 마련할 수 있었다.

박 대표는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는 만큼 관련 회계서류 제출 등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마을기업 업무와 작품활동을 병행하는게 큰 고충"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고향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에 피곤함도 잊은 채 힘을 내고 있다.

박 대표가 볼 때 마을기업의 장점은 혼자 작품 활동을 할 때와 달리 찾아오는 탐방객 및 학생들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는 이런 것들이 작가들에게는 소중한 경험으로 이어지고 더불어 작품 세계도 발전하게 된다고 믿고 있다. 또 회원들이 조금씩 자신을 희생하는 덕분에 마을기업의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며 창동 라온빛의 발전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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