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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존중도시 부산 <8> 터널 사고

대형참사 가능성 상존하는 밀폐공간…지역터널 14곳 피난로 없어

  •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
  •  |   입력 : 2014-09-17 19:56:16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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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1일 부산 금정구 오륜터널 안에서 대형사고가 났다고 가정한 상황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 훈련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 불 났을때 연기 밖으로 배출
- 제연시설 갖춘 곳 14곳 불과
- 일부 터널 소화전조차 없어

- 공사중 포함 부산에 총 33개
- '대심도'는 안전기준도 없어
- 市, CCTV 설치 등 대책 추진

17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황령 터널. 퇴근길 수십 대의 차량이 뒤엉켜 터널 내부로 진입했다. 터널 내부에는 이미 수백 대의 차량이 몰린 상태. 터널 한가운데에 도착하자 터널 입구와 출구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소화기나 소화전 등의 방재시설은 있지만, 앞뒤 차들로 꽉 막혀 화재나 붕괴, 충돌 등의 사고가 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커 보였다. '만일 여기서 내게 사고가 난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대형참사로 번지기 쉬워

국토의 70%가 산악 지형인 한국에서는 차량, 철도 등이 지나는 터널이 흔하다. 그중에서도 부산은 현재 공사 중인 터널까지 모두 33개에 이를 정도로 터널이 많다. 터널은 산 바로 밑에 있는 데다 주변이 막혀 있어 크든 작든 일단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 참사로 번질 공산이 아주 크다.

다행히 국내에는 아직 터널 화재 등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웃한 일본에서는 1972년 호쿠리쿠 터널에서 발생한 화재로 열차 승객 등 700여 명에 달하는 사상자(사망 30명)가 발생했다. 지난 3월 중국 옌허우 터널에서는 메탄올 수송차량 2대가 추돌 후 폭발하면서 차량 42대가 불에 타고 40여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터졌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터널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크지만 대비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대심도는 도심 속 지하 40m 아래에 7㎞가량 길이로 만들어진 도로다. 부산에서도 북구 만덕 구간과 해운대구 센텀 구간 등 5곳에 대심도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대심도 사업 자체가 시작하는 단계에 있어 안전 기준은 아직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현재 국토부에서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만, 대심도의 특성상 한번 사고가 나면 대형 인명피해가 예상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부산 도로 터널 가운데 피난연결통로가 마련돼 있지 않은 터널이 14곳이나 된다. 일부 길이가 짧은 터널은 소화전조차 마련돼 있지 않고 소화기만 갖춘 곳도 있다. 터널 화재 때는 특히 연기가 무서운 위험 요인으로 돌변하는데, 부산 시내 터널 중 불이 났을 때 연기를 빼내는 제연시설을 갖춘 곳은 14곳에 불과하다.

건설기술연구원 유용호 박사는 "특히 1997년 소방법이 강화되기 전에 만들어진 터널의 방재 시설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이에 대한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래된 곳 안전 강화를

사고 예방을 위해 부산시 등에서는 정기적으로 터널 안전 점검을 한다. 부산소방본부에서는 관계기관과 협력해 매년 1회 이상 터널 합동 점검과 훈련을 시행한다. 지난 5월에도 금정구 금정터널과 오륜터널 등에서 재난 상태를 가정한 대규모 훈련을 했다.

부산시는 오는 11월까지 사업비 3억 원을 들여 전국에서도 가장 사고가 잦은 황령·만덕 2·백양 터널 등 3곳에 첨단 CC(폐쇄회로)TV를 설치해 차량 정지 및 역주행, 연기, 화재 등 비상 상황을 곧장 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국토부도 세월호 참사 이후 '터널 방재 시설 기준' 등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부산대 임종철(토목공학) 교수는 "만덕 1터널 등 오래되고, 한 개 터널에 왕복 차선이 모두 있는 양방향 터널은 사고가 나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대피로도 없고 연기가 빠져나가기 힘든 구조 탓"이라며 "대피용 터널을 따로 만들어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 철도도 터널 진입 시 사고가 났을 때의 안전 수칙이나 대피로의 위치 등에 대해 승객에게 공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 佛·伊, 안전거리 미확보 車에 경고방송

- 양국 연결하는 몽블랑 터널서
- 39명 사망 사고뒤 관련 법 규정 강화

- 선진국선 기본적 물 분무 시설도
- 한국선 위험지만 설치하도록 규정

터널 방재 부문에서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대부분 나라는 대형 터널 참사를 겪은 이후에 법 규정을 강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한국도 대형 인명 사고가 나기 전에 국내 법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999년 3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몽블랑 터널에서 이탈리아 방향으로 이동하던 냉동 트럭에 엔진 과열로 추정되는 불이나 39명이 사망하고 53시간 동안 화재가 지속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수습한 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해당 터널 출입을 3년간 금지하고 터널과 관련한 법 규정을 강화했다. 화물차량을 터널 사고의 주원인으로 지목하고 화물차량은 터널에 진입할 때 잠시 외부에서 정차하게 한 뒤 강제로 앞차와 안전거리를 맞추도록 했다. 터널 내부에서 차량 간 안전거리가 맞지 않으면 경고방송을 울리고 3번 이상 이를 어길 때는 터널을 나왔을 때 위반 스티커를 발부한다.

터널 내부에 소방관이 상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은 물론 외부로 이어지는 비상 대피로도 만들었다.

2005년 11월 대구 달성군 달성 2터널에서 '미사일 추진체'를 싣고 가던 15t 화물 트럭에 불이나 차량 50여 대가 터널에 갇혔다. 다행히 운전자 등 80여 명은 무사히 대피했지만, 대형사고로 번질 뻔했던 아찔한 사고였다. 유럽 등에 유류 탱크나 군사장비 등을 실은 차량이 고속도로 터널 등을 이용하는 것을 아예 금지하는 나라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달성 터널 사고 이후에도 이런 규정이나 별도 안전 장치가 따로 없다.

불이 났을 때 터널 내부에 물을 뿌리는 물 분무 시설도 적잖은 선진국이 기본적으로 설치하지만, 국내에서는 1급 이상 위험 등급 터널에만 이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불이 났을 때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CCTV도 국내에서는 3급 이상 위험등급 터널에서 권장설비로 사용하고 있다.

동의대 류상일(소방행정학) 교수는 "대형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방재시설 기준을 낮게 정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만큼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방재 시설에 대한 기본 법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화재땐 연기 방향 보고 반대쪽으로 가야

■ 사고 대처 요령

- 차량 버리고 갈땐 갓길에 세우고
- 키는 꽂아둬야 방재당국 수습도와

- 피난연결통로와 비상주차대 위치, 평소때 파악해둬야

터널에서는 화재가 나면 연기 탓에 폐에 손상을 입기에 십상이다. 유독화학물질 운반차량 사고가 날 가능성도 있다.

불이 났다면 터널 내 비상벨을 누르거나 비상전화로 관리사무소에 알린다. 이렇게 할 수 없을 때는 휴대전화로 119 등에 신고한다. 가능하다면 가까운 곳에 있는 소화전함을 열고 화재 진압을 돕는다. 호스를 끌어낸 뒤 소화전 밸브를 왼쪽으로 돌려 열면 물이 나온다. 자신의 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놀라 그냥 대피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대피할 때는 가까운 출입구나 피난연락갱(반대차로로 가는 통로)으로 신속하게 이동한다.

전기가 나갈 가능성이 크므로 유도등을 살펴보고 움직인다. 연기의 방향을 보고 반대쪽으로 가는 것이 좋다.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으면 신속히 터널을 빠져나가고, 차량이 막혀 이동이 힘들면 차를 갓길 쪽에 세워두고 대피한다. 이때 엔진은 끄고 키는 꽂아둔다. 이렇게 해야 방재당국이 소방, 구급, 구난 활동을 신속히 할 수 있다. 유해화학물질이 누출되면 안내방송에 따라 행동한다. 입을 막고 낮은 자세로 가까운 출입구로 신속히 대피한다. 터널 밖으로 대피했다면 방재요원의 지시에 따라 진료를 받거나 독성을 중화하는 처치를 받는다.

붕괴사고가 나면 가까운 출입구를 향해 신속하게 대피한다. 터널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입구 전광판에 이를 알리는 문구가 나오므로 터널에 들어갈 때는 전광판을 살펴보는 습관을 들인다. 피난연결통로와 비상주차대의 위치도 평소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부산시 관계자는 "안전수칙만 지키면 터널 내 사고는 큰 피해 없이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부산시 안전정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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