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송전탑 건설과 관련해 경북 청도에 이어 경남 밀양에서도 금품 살포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한전이 송전탑 건설 반대 움직임이 있는 지역마다 주민을 매수하려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6일 밀양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대책위)는 지난 2월 12일 한전 밀양특별대책본부의 관계자가 송전탑 공사 반대 활동을 주도적으로 해온 주민 A 씨에게 마을 이장 B 씨를 통해 송전탑 건설 시공사로부터 받은 1000만 원을 전달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B 씨는 이 가운데 200만 원을 뗀 뒤 800만 원을 A 씨에게 건넸으며 당시 밀양 지역 모 단위농협 임원(이사) 선거에 출마했던 A 씨는 수령을 거부했다. B 씨는 이후 다른 주민 2명을 통해 돈을 재차 건네려 했으나 이때도 A 씨가 이를 완강히 거부하면서 전달에 실패했다.

대책위는 한전이 이 사태에 직접 개입했다는 주장의 근거와 관련, B 씨가 A 씨에게 "선거에 돈을 안 쓰면 안 된다. 한전에 요구해서 받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점, 지난 2월 13일 경위를 묻는 A 씨에게 한전 관계자가 "B 씨가 두 차례 요구해 주게 되었으며, 돈은 시공사에서 받았다"고 말한 점 등을 내세웠다.

대책위는 "한전이 거액을 주려 했던 게 사실이라면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을 매수하려 한 시도로 봐야 한다. 특히 그 돈을 시공사에서 받았다면 하도급업체에 금전을 요구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17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밝힌 것에 대해 대책위는 "돈이 최종적으로 전달되지 않은 데다 한동네 사람끼리 문제가 되는 것을 주민이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며 "청도 사례를 본 뒤 한전이 조직적으로 금품 살포를 하려 했다는 판단이 들어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주민 매수 의혹을 부인했다. 한전 관계자는 "당시 B 씨가 송전탑 건설에 합의하면 제공되는 지역 지원 사업비 가운데 개별지원금을 합의 전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이를 거절한 적이 있다. 이 사정을 안 시공사가 B 씨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이후 다시 돌려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대책위 주장과 달리 한전 직원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B 씨도 이날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그 돈은 시공사에서 직접 받았으며 나중에 모두 돌려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A 씨에게 돈을 건네려 한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