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물자 대량 수송 선박사고
- 돌이킬 수 없는 결과 가져와
- 2012년 남외항 침몰선 폐합판
- 올여름 해운대해수욕장 덮쳐
- 남풍 받는 남외항 가장 위험
- 감천항 관제 이원화 해야
부산항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항만이다. 입·출항하는 선박의 수는 국내 다른 항만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해 국내 항만에 입·출항한 선박 39만245척 중 부산항에만 25.4%인 9만9249척이 드나들었다. 2위인 인천항 3만5237척의 곱절을 훨씬 웃돈다.
항만이 크고 드나드는 배가 많고 다양한 만큼 선박 충돌 등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무서운 해상사고
선박 간 충돌이나 좌초 등의 사고 빈도 자체는 그다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3일 부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부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선박 사고는 총 626건이다. 이 중 대형 사고로 연결되기 쉬운 충돌은 94건, 좌초와 전복이 각 23건씩이다. 그러나 선박은 사람이든 물자든 대량 수송에 이용된다는 점에서 한 번의 사고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최근 부산의 사례만 봐도 해상 사고의 위험성을 알 수 있다. 올여름 해운대 해수욕장 운영에 결정적 타격을 입힌 '폐합판 쓰나미'는 2012년 7월 남외항에서 좌초돼 침몰한 푸숑하이호(3만1643t)가 발단이었다. 1년 넘게 인양을 위한 수중 해체작업을 하던 중 태풍이 불어닥쳤다. 이 바람에 배에 실려있던 합판이 떠올라 백운포와 해운대해수욕장을 덮쳤다.
지난해 12월29일 남외항에서 화물선과 충돌해 불이 붙은 마리타임 메이지호(2만9211t)는 4개월 동안 유독물질을 가득 실은 채 공해 상에서 '해상 폭탄'이 되어 떠돌아다녔다. 이 배는 사고 이후 2개월 동안 불이 꺼지지 않은 채 바다를 위험하게 배회했다.
■부산항 위험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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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해경의 해상사고 방제 작업 모습. |
부산 앞바다에서 최고 위험 지역은 남외항이다. 남외항은 선박이 입항이나 출항 직후 유류 공급 등을 위해 대기하는 묘박지이다. 하지만 정박 장소로 적합한 환경은 아니다. 북쪽으로 영도와 천마산 등이 바람을 막아주지만 남풍의 영향은 고스란히 받는다. 더구나 정박 중 승선 인원을 최소화하고, 여기에 야간 근무자의 부주의나 태만이 겹쳐 긴급 상황 때 선박의 자체 대응이 지체된 경우가 많다. 특히 정박한 선박이 강풍으로 닻이 끌리는 주묘사고나 좌초 등이 심심찮게 발생했다.
감천항은 상선 관제는 부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어선은 합동어선통제소가 담당하는 이원화된 체계가 문제로 지적된다. 감천항은 방파제 앞 수역에 출입선박의 횡방향으로 조류가 형성된다. 이 때문에 입출항 선박이 이 지대에서 고속으로 운항한다. 거기다 부산 국제수산물도매시장이 개장해 어선의 통항도 늘었다. 이미 2008년 관제 일원화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개항질서법과 항만관제규정에 따라 어선이 VTS의 관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 상황이다.
연안항으로 분류돼 부산시가 관리·감독하는 남항은 아예 관제센터가 없다. 이곳 수역은 좁고 수리조선소 출입 선박과 어선의 통항이 잦은 데다 영도대교 복원으로 유람선 취항도 계획돼 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해상안전관리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진척이 없다. 부산시가 선정한 업체가 들여올 관제 레이더의 주파수가 미래부의 기준상 해상교통관제용에 해당하지 않아 무선국 설치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가 미래부를 상대로 낸 행정심판이 현재 진행 중이라 다음 달에야 결론이 날 전망이다. 애초 목표였던 6월 준공은 두 달이나 지났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상안전관리센터는 빨라도 12월이 돼야 준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부산항 관제사 동시간대 30척씩 관리
- VTS 인원 기준 미달…9명 부족
- 관찰범위 확대로 인력 충원 절실
선박의 기관 고장을 제외하면 해상사고의 가장 큰 요인은 충돌이다. 선박 간 위치와 안전한 항해를 위한 정보 등을 제공하는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해상 교통안전을 확보하는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국내 VTS는 국제 기준에 미달하는 인원으로 운영돼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
3일 부산항 VTS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관제 범위가 기존 586㎢에서 1292㎢로 확대됐다. 지난해 12월 29일 유독성 화학물질을 가득 실은 마리타임 메이지호가 관제 범위 밖에서 충돌한 사고의 여파로 관제 범위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제사 충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부산항 VTS의 관제사는 18명. 3교대로 한 번에 6, 7명의 관제사가 3개 섹터로 나눠 북항, 감천항, 남외항을 끊임없이 관찰한다. 국제항로표지협회(IALA) 기준에 따르면 1개 섹터 관제에 필요한 최소 관제사 수는 한 번에 3명씩 24시간 동안 9명이다. 3개 섹터를 관장하는 부산항 VTS는 27명이 필요하지만 9명이나 부족하다. 이 때문에 관제사 1인당 관리 선박 수가 기존에는 최고 20여 척이었지만, 관제구역 확대 후에는 같은 시간대에 30척 이상이 되는 경우도 잦다.
한국해양대 송재욱(항해학부) 교수는 "인지 공학 등에 기초한 연구 결과 항공관제는 관제사 1인당 동 시간대 항공기 15기를 관제할 수 있다고 본다. 선박의 경우는 20~30대 수준으로 보는데, 이 범위를 넘어서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내 관제 운영 체계나 장비 등은 우수한 편이나 인력 부족이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 선박사고 탈출은 이렇게
- 비상상황엔 무조건 갑판으로 나와야
불이 났다면 승무원이 오기까지 기다리지 말고 우선 승객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소화기가 있다면 이를 이용해 불을 끄고 창문을 깨서 연기가 빠져나가도록 환기한다.
■배가 기울거나 불이 확산됐을 때=의자 밑 또는 선실 내에 보관된 구명조끼를 입는다. 구명동의를 입으면 물에 뜨기 때문에 수영을 못 해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 배에 탄 직후 승무원의 설명을 잘 듣고 사전에 구명조끼가 있는 곳을 확인한다. 비상상황에 처하면 물속에서 행동이 쉽도록 신발을 벗는 것이 좋다. 인명구조요원의 지시에 따라 질서를 유지하면서 침착하게 탈출한다. 출입문이나 비상구 등이 열리지 않으면 선내에 비치된 도끼로 창문을 깨고 탈출한다.
■갑판으로 나올지 판단=무조건 선실에 대기하다가는 세월호 사건처럼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비상상황이라고 판단되면 무조건 갑판으로 나와야 한다. 배가 기우는 방향의 반대편으로 탈출하는 것이 안전하다.
■체온 유지=구명조끼를 입고 물에 뛰어들었다면 신속히 육지 쪽으로 이동하고,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보온을 유지한다. 선박에서 탈출한 후에 사망한 사람의 1순위 원인은 익사가 아닌 체온 저하다. 물에서는 침착하게 주변 사람과 팔을 껴 체온을 유지한다.
수영이나 불필요한 동작은 체온을 떨어뜨리고 체력을 저하시킨다. 수온이 섭씨 0도일 때 성인은 1해리(1852m)를 수영할 수 있다. 1해리 내 안전한 곳이 있다면 수영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필요한 동작을 삼간다.
주변 부유물을 이용해 몸이 물 위에 있도록 한다. 물에 빠졌다고 옷을 벗어서는 안 된다. 모직 옷을 두 겹 더 껴입으면 속옷만 입었을 때보다 열 손실이 25%가량 감소한다는 연구가 있다.
도움말=부산시 안전정책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