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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존중도시 부산 <3> 초고층 빌딩 화재

50층이상 최다도시 부산, 참사우려 상존…소방헬기 교체·확충해야

  • 최현진 기자 namu@kookje.co.kr
  •  |   입력 : 2014-09-03 20:16:03
  •  |   본지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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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공 예정 건물 포함 42개동
- 2010년 11월 이후 13건 3명 부상
- 첨단 장비도 70m 이상땐 손못써
- 장비보강 초기 진화 역량 키워야

2010년 10월 1일 오전 생방송으로 중계된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아파트 화재 사고는 초고층 건물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4층에서 발생한 불은 20여분 만에 외벽을 타고 38층까지 번져 보는 이를 놀라게 했다.

부산은 전국에서 초고층이 가장 많은 도시이다. 초고층이라고 하면 50층 이상 또는 높이 200m 이상의 건물을 말한다. 부산에는 총 42개동의 초고층이 있다. 사용승인을 받은 건축물은 26개동이고, 공사 중이거나 앞으로 착공할 건물은 16개동에 달한다.

부촌의 상징인 초고층 빌딩은 관광 특구 해운대(69%)에 밀집해 있다. 지난 7월 인천 동북아트레이드 타워(306m)가 준공되기 전 전국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은 해운대 마린시티 두산위브더제니스 1동(80층, 301m)이었다.

■음식물 조리·담배꽁초로 화재 발생

3일 부산시 소방안전본부 자료를 보면,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이후 지난달 말 현재 30층 이상 고층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74건으로 6명이 상처를 입었다. 이중 50층 이상의 초고층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13건으로 3명이 부상했다. 고층건물 화재의 81%가 30층 미만에서 발생했다. 초기에 화재를 진압하지 않으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고층 건물 화재 원인을 보면 58%(43건)가 생활 속에서 저지르기 쉬운 부주의 때문에 일어났다. 음식물을 조리하다 실수로 불을 끄지 않아 발생한 화재가 22%(16건)에 달했고, 다음으로 담배꽁초가 19%(14건)였다.

정부는 우신골든스위트 화재를 계기로 초고층 건물의 안전관리를 위해 2011년 3월부터 '초고층 및 지하 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2012년 3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30층마다 피난안전구역을 설치하고 건축허가 때 소방 부분을 분야별 심의에 넣어 강화했다.

시 소방본부는 초고층 건물 화재에 대비해 최첨단 굴절소방차와 고성능 펌프차를 마련해 운용하고 있다. 굴절차는 지상 70m까지 올라가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하는 장비로 대당 18억5000만 원에 달하는 고가다. 높이 400m(120층)까지 수직으로 소방수를 올릴 수 있는 고성능펌프차는 대당 10억1000만 원을 지불해야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굴절차는 70m보다 높은 데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책이 없다. 고성능펌프차도 결국은 소방대원이 관을 짊어지고 올라가야 한다. 아무리 빨라도 80층까지 가는 데 30분 이상 걸린다. 골든타임 안에 도착하기가 힘들다.

■오래된 소형 헬기 역부족

초고층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인명을 구조하거나 진화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헬기로 평가받는다. 부산소방은 2대의 헬기를 운용 중이다. 하지만 부산 헬기는 1992년과 1997년에 도입돼 전국에서 가장 오래됐다. 그것도 강풍에 약하고 소방수 용량이 적은 소형(BK-117) 기종이다. 이 기종은 화재 진화용 물을 한 번에 700ℓ밖에 싣지 못한다. 현재 경기 강원지역에서 운용하는 중형 헬기(AW-139) 용량(1500ℓ)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동의대 류상일(소방행정학과) 교수는 "그나마 헬기를 이용하면 신속하게 화재를 진압할 수 있고, 인명을 구조할 수 있다. 하지만 부산 헬기는 낡고 소형이어서 화재 진압에 유용하지 못해 교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불보다 연기가 더 위험…대피훈련 의무화를

- 화장실 활용·불연재 규정 필요

초고층 빌딩에서 화재가 났을 때 가장 중요한 대응은 초기 진화이다. 자체 소방 설비로 진화하지 않으면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2012년 3월부터 시행한 '초고층 및 지하 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초고층 건물의 소방안전시설이 훨씬 강화됐다. 자동화 스프링클러, 연기 탐지 설비, 인명 구조 장비, 제연기, 옥내소화전 등을 모두 갖춰야 한다.

이 법이 시행되기 전 건물은 이 같은 시설 기준이 느슨해 소방안전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특히 연기 관련 설비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 초고층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불에 타 죽는 것보다 연기에 질식돼 숨지는 확률이 훨씬 높다. 미래건설포럼 조복래 사무총장은 "초고층 가운데 연기를 없애는 시설이 부족한 곳이 많다.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고층 입주민이나 사무직원의 안전의식도 훨씬 강화해야 한다. 부산시 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수십 번에 걸쳐 소방 공무원이 훈련해도 입주민이 훈련에 잘 참가하지 않아 효용성이 떨어진다. 비상벨을 울려도 나와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초고층 건물 입주민 등이 의무적으로 화재 훈련에 참가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 거주 공간 내 대피시설을 만드는 노력이 강화된 점은 고무적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최근 초고층 빌딩 화재 안전기술을 개발했다. 거주 공간을 화재 대비공간으로 활용하는 기술로 불이 나면 기존 화장실 등을 외부와 차단된 대피공간으로 이용한다. 배기시설이 급기시설로 전환되고, 벽과 문틈 사이로 물이 흘러 온도가 올라가는 것과 연기 유입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연구원 측은 밝혔다.

초고층이 많은 중국은 높이 100m 이상의 건물에는 15층마다 피난안전구역을 설정하도록 했다. 홍콩은 20층마다 피난안전구역을 설치해 한국(30층)보다 안전 대책이 강화됐다. 중국은 또 기본적인 자재와 외장재를 불연재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강제하는 규정이 없다. 초고층 도시인 뉴욕도 소화설비 기준이 아주 엄격하다.


# 비상시 대처는 이렇게

- 손전등·물수건 휴대, 낮은 자세 이동

■승강기 이용 금물=불을 발견했다면 최선을 다해 다른 사람에게 알려 대피하도록 도와야 한다. 주변을 둘러보고 화재 경보 비상벨이 있으면 눌러서 불이 난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 화재가 났을 때 승강기를 이용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아래층으로 대피할 수 없을 때는 옥상이나 피난구역으로 가는 것이 이 바람직하다.

■손전등과 적신 수건=정전될 가능성이 크므로 되도록 손전등을 휴대한다. 출입문을 열 때도 주의해야 한다. 열기 전에 손등을 문에 대보거나 손잡이를 살짝 만져 뜨거운지 살핀다. 뜨겁지 않다면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 밖으로 나가고, 뜨겁다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벽에 붙어 물수건으로 입을 막고 최대한 낮은 자세를 취해야 한다. 유독가스는 대부분 위로 올라가 바닥에서 30~60㎝까지는 비교적 깨끗한 공기가 남는다. 연기가 많은 곳에서는 팔과 무릎으로 기어서 이동하되 배를 바닥에 대고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불길 속을 통과할 때는 물에 적신 수건이나 담요로 몸과 얼굴을 감싸야 견딜 수 있다.

■평상시 대비가 중요=연기가 문틈으로 침입하면 내부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틈을 옷이나 천으로 막는다. 이때 물을 적시면 연기 유입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불에 타기 쉬운 물건에는 물을 뿌려 화재 확산을 지연시킨다. 옷에 불이 붙었다면 두 손으로 눈과 입을 가리고 바닥에서 뒹굴어야 한다.

무엇보다 평상시 대피구역, 비상구, 완강기, 화재 진화 장비 위치를 파악하고, 대피훈련을 해보는 것이 최선이다. 발코니에 있는 비상구에는 걸림돌이 될 만한 물건을 두지 않는다. 

도움말=부산시 안전정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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