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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마을기업-지역에서 싹트는 희망 <26> 부산진구 어울림푸드

정직하게 만든 고춧가루와 참기름…한 번 맛본 고객 다시 찾아 '진한 신뢰'

  •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
  •  |   입력 : 2014-08-27 20:05:02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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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가루와 참기름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어울림푸드 공장에서 직원이 참기름을 짜내고 난 뒤 동그란 케이크 모양의 깻묵을 꺼내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아버지 고추 도소매업 물려받은
- 30대 젊은 사장 철뚝시장서 첫발
- 국산·중국산 섞어달라 주문 거절
- 참기름은 100% 통 참깨로 생산

- 작년 하반기 부암동 공장 개소
- 안전한 먹거리로 서로 믿고 거래
- 온라인 홈페이지 만드는 중
- 지자체 박람회에도 적극 참여

(주)어울림푸드는 30대 젊은 사장의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박재완(33) 대표이사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고추 도소매업을 물려받아 전통시장에 첫발을 디뎠다. 올해로 경력 8년 차다. 마을기업을 시작한 지는 2년째. 그는 전통시장만의 활로를 개척해 보고자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춧가루와 참기름을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어울림푸드는 본점과 공장으로 나뉜다.

■정직과 신뢰가 영업비결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철뚝시장(평화가설시장)에 어울림푸드의 본점이 있다. 박 대표의 아버지 때부터 40여 년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포대에 담긴 새빨간 고추가 가장 먼저 손님을 맞는다. 고추는 크게 두 종류다. 양근(태양초)과 건조실에서 말린 화근이다. 고추 꼭지가 노란 게 양근이고, 초록색이 화근이다. 박 대표는 "대부분 손님이 점포에서 물건을 사 간다"며 "주로 식당과 거래하는데, 점심 전까지 물건을 맞춰줘야 하므로 오전이 가장 바쁘다"고 말했다. 어울림푸드의 거래업체는 모두 150여 곳이다.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게 박 대표의 사업 전략이다. 그는 "우리 가게와 처음 거래를 하는 손님 가운데 중국산과 국내산 고춧가루를 섞어서 가져다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럴 때마다 정중하게 거절하고 따로따로 사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눈을 속이지 않고 약속을 지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색소 고춧가루의 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거래처가 많이 끊겼다. 하지만 고춧가루를 써보고 '이건 아니다'라고 느낀 거래처는 모두 다시 돌아왔다.

자체 경쟁력을 키우고자 상표를 개발했다. 고춧가루 상표는 '참 좋은 고춧가루'이다. 1근에 태양초는 9000원이고 화근은 8000원이다. 참기름은 '어울림 명품 참기름'이다. 수입 참기름(0.3ℓ 기준)은 8000원, 국산 참기름 2만4000원. 국산 참기름은 주문을 받으면 당일 짠다. 박 대표는 "소비자들이 대기업 제품이면 무조건 믿고 사거나 가격이 싸다고 사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하지만 통 참깨로 기름을 짠 것인지 참깻가루로 짠 건지 성분 표시를 꼭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들이 참기름을 사면 옛날에 먹던 고소한 기름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바로 그 차이"라고 덧붙였다. 어울림 명품 참기름은 '100% 통 참깨'로 만든다. 그는 "우리 제품을 한 번 맛본 소비자들은 마트에서 파는 참기름은 싱거워서 다시는 못 먹겠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재구매율도 높다.

■종합식품유통기업으로 발돋움

이번에는 부산진구 부암동에 있는 공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1층 공장 입구부터 깨를 볶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출입문 입구에는 '지역 전통시장 상품의 브랜드화를 통한 지역민과 함께 성장하는 종합식품 유통기업'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공장 내부는 105㎡ 정도로 지난해 하반기 문을 열었다. 규모는 작지만 연 매출 1억~2억 원의 알짜 마을기업이다.

어울림푸드에는 박 대표를 제외하고 모두 2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직원 공영미(여·44) 씨가 참기름을 만드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국산 참기름은 산지에서 직접 참깨를 매입한다. 어울림푸드는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의 공매등록업체이기 때문에 수입 참깨의 경우 직접 입찰한다.

참기름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참깨를 세척기에 씻고 볶음 솥에서 볶아낸다. 정선기에서 참깨의 열을 식힌다. 이후 착유기에서 기름을 짠다. 박 대표는 "오렌지를 갈면 침전물이 생기는 것처럼 통깨로 짠 참기름도 100% 침전물이 생긴다"며 "간혹 모르는 고객은 몸에 해로운 성분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침전물이 생겼을 때 흔들면 더욱 고소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인 '깻묵'이 나온다. 깻묵은 동그란 모양의 갈색 케이크처럼 생겼다. 실제로 만져보니 단단했다. 공 씨는 "깻묵의 활용도는 다양하다. 화분에 거름으로 써도 된다"며 "낚시하는 분들은 고소한 냄새가 물고기를 유혹한다 해서 들깨 깻묵을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깻묵을 찾는 손님이 많아 포댓자루에 넣어 개당 5000원씩 받고 판매한다.

고춧가루도 초벌 기계에 한 번 넣어서 빻은 뒤 용도에 따라 달라진다. 김치나 양념류는 4~5번 롤러에 넣고 돌린다. 고추장류는 7~8번 곱게 빻는다. 박 대표는 "고정 거래처인 식당에서 주문받는 경우에는 수요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미리 작업해 놓고 일반 소비자가 오면 주문받는 대로 만든다"며 "어울림푸드를 찾는 이유가 안전한 먹거리를 정직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고 서로가 신뢰하고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어울림푸드는 좀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나기 위해 온라인 홈페이지를 만드는 중이다. 또 마을 기업을 알리기 위해서 부산시나 기초자치단체가 주최하는 박람회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전통시장 경쟁력 강화가 목표…마을기업끼리 교류 필요"

■ 박재완 어울림푸드 대표

박재완(사진) 대표는 주문접수, 배달, 공장관리 등 일인다역을 소화한다. 본점과 공장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간다. 직원들은 번갈아 여름휴가를 줬지만, 그는 아직 휴가도 다녀오지 못했다. 거래처와의 납기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

박 대표는 "어릴 때부터 철뚝시장을 보고 자라왔고 거래처 사장님과도 가족 같은 사이"라며 "(시장이 있는)누리엔 백화점 부지도 원래 시장이라 매우 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쇠퇴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통시장의 쇠락이 마을기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다. 처음에는 집안 어른들의 반대에도 부딪혔다. "대학원까지 나온 사람이 왜 굳이 시장에서 일하려고 하느냐"는 것.

그는 "요즘 취업이 어렵다고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너무 쉬운 것만 찾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진짜 힘든지 안 힘든지 한 번 몸으로 부딪쳐보자는 도전정신으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마을기업 초창기에는 직원을 여러 명 뽑았지만 일이 힘들어 중도포기자가 속출했다.

그의 목표는 전통시장의 발전이다. 박 대표는 "시장 내 끈끈한 유대관계를 통해 거래처가 필요로 하는 것 중 어울림푸드에서 취급하지 않는 품목은 옆 점포와 연결해주는 방식이 정착된다면 작지만 하나하나씩 모여 큰 결실을 볼 것"이라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그는 "할인점의 가격할인 등으로 전통시장이 경쟁에서 밀려나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하지만 "시장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나가면 기업형 슈퍼마켓 부럽지 않게 장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믿을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를 판매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마을기업 간 네트워크 형성도 바라는 점 중 하나다. 그는 "예를 들면 마을기업 중 반찬가게나 도시락가게도 많은 데, 필요한 고춧가루나 참기름을 저렴한 가격에 납품할 수도 있다"며 "서로 교류하면서 운영상 애로사항 등을 진솔하게 이야기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기업끼리 끈끈한 관계를 맺으면 좋은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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