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쉬운 영어' 변별력 떨어지면
- 수학·탐구영역 경쟁심화
- 사교육 '풍선효과' 우려도

현 중학교 3학년이 응시하게 될 오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영어 영역에서 절대평가제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어 영역의 변별력 약화에 따라 수학·탐구 영역 등으로 사교육이 확대되는 '풍선 효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큰 방향에서 잡고 있다"며 절대평가 도입 계획을 밝혔다.

황 장관은 이른바 '대학 입학전형 3년 예고제'를 지키겠다고 밝혀 영어 절대평가제 도입 시기는 2018학년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과도한 사교육과 수십 년에 걸친 영어 교육 투자가 무슨 결실을 냈고, 무엇을 위한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며 "이 정도 해야 외국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것 등을 정해 영어 교육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싶다"며 절대평가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영어 절대평가제 찬성 측은 표준점수제 등 상대평가 체제인 현 수능 영어가 1등급(상위 4%)을 가리기 위해 학생들이 '틀릴 수 있는' 기형적인 문제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과도하게 난도가 높은 한두 문제를 풀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고 학교에서는 영어 교육이 '의사소통 능력 향상'이라는 취지에 벗어나 '문제풀이 위주'로 변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어 영역에서 변별력이 떨어질 경우 수학·탐구 영역에서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결과를 낳아 사교육은 지금보다 더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수도권 중하위권이나 지역대학 상당수는 입학전형에 수능 수학 영역 대신 영어를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영어가 절대평가제로 바뀌면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학생의 당락에 수학 영역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또 대학도 우수 학생을 뽑기 위해 영어 논술이나 영어 면접 등 대학별 고사를 시행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오히려 영어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한편 정부의 재정지원 제한 대학 사업이 올해 종료되고, 앞으로 대학 구조조정 사업의 무게 중심이 입학정원 감축에서 재정 지원을 통한 경쟁력 강화 쪽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정원 감축과 연계한 정부의 강도 높은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 사립대와 지역대학은 반발해 왔다.

황 장관은 이날 "대학 구조조정의 올바른 방향은 단순히 정원 축소에 있다기보다는 대학을 강화하고 질적 제고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며 대학 재정을 더욱 지원하고, 유학생 유치 등 대학의 인적 재원 확보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