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들이 12일 윤모 일병이 폭행으로 사망한 경기도 연천군 28사단 포병부대를 찾아 병사 생활공간인 내무반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다른 부대 1명은 총기 자살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숨진 윤모 일병이 복무한 육군 28사단 소속 관심병사 2명이 휴가를 나와 동반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윤 일병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군 당국의 관심병사 관리 허점이 재차 드러났다.

12일 군부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밤 10시24분께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21층 베란다에서 휴가를 나온 28사단 소속 A(23) 상병과 같은 중대 B(21) 상병이 천장에 매달린 빨래 건조대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A 상병의 누나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이 숨진 곳은 A 상병이 누나와 함께 살던 집이다.

A 상병은 부대 복귀 예정일인 11일 복귀하지 않아 군 헌병대가 소재 파악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B 상병은 14일 복귀 예정이었다. 경찰과 군 당국은 사건 장소에서 '긴 말씀 안 드립니다. 힘듭니다'라는 B 상병의 자필 메모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두 병사가 동반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두 병사 모두 군 당국의 인성검사에서 자살이 예측됐고, 특히 B 상병의 경우 이미 부대에서 한 차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부대 지휘관의 관심병사 관리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A 상병과 B 상병은 각각 B급과 A급 관심병사로, 입대 후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 상병은 지난 5월 인성검사에서 자살예측 판정 및 복무 부적응 결과가, B 상병은 지난해 인성검사 때 자살 충동 및 복무 부적응 결과가 나왔다. B 상병은 지난해 10월 부대에서 자살을 시도했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탈영했다가 8시간 만에 붙잡히기도 했다.

또 B 상병은 동반 자살을 예고했음에도 상부에 제대로 보고가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B 상병은 지난 6월 후임병에게 "8월 휴가 중 A 상병과 동반 자살하려고 한다"고 말해 후임병이 분대장에게 보고했으나, 이런 사실은 간부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자살 가능성이 큰 병사에 대한 관리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숨진 장소에서 발견된 B 상병의 수첩에는 '견디기 힘들다.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같은 중대에 근무하는 선임병의 실명을 거론하며 '진짜 죽이고 싶다'는 메모가 발견됐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숨진 두 병사가 부대 내에서 가혹행위를 당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군 보호관심병사(A급)가 사격훈련 중 머리에 관통상을 입고 숨져 군 헌병대가 수사에 나섰다. 12일 오후 2시18분께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제3군사령부 직할 공병부대 사격장에서 윤모(21·굴착기 운전병) 일병이 머리에 관통상을 입고 숨졌다. 군 당국은 윤 일병이 실탄을 지급받고 사로로 올라가던 중 자신의 K-1소총 총구를 턱에 대고 스스로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