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량 교체는 국비 받아야"

- 안일한 태도 비난 쏟아져

전동차 노후화로 사고가 잦은 부산도시철도 1호선이 안전대책마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1호선 노후 전동차를 전면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본지 지난 7월 19일 자 1면 등 보도)에 따라 결국, 부산시가 안전대책을 내놓았지만 '땜질식 처방' 되풀이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산시는 4일 전동차 리모델링 확대 방안 등을 담은 '도시철도 1호선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시는 우선 전동차 리모델링 사업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시와 부산교통공사는 애초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55억 원을 투입해 1호선 전동차 186량에 대해 리모델링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이어 사고가 발생하자 1011억 원을 추가로 투입, 2018년까지 1호선 모든 전동차(360량)를 리모델링 하기로 했다. 기존 리모델링은 주요 부품에 한해 이뤄졌는데, 이번엔 전동차 차체를 제외한 모든 부품을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또 외부 전문가와 합동 점검을 수시로 벌이는 한편 각종 부품의 정기점검 주기를 절반 이상 앞당기는 등의 안전대책도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 시의 발표를 놓고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품 점검 주기 단축과 외부 전문가 합동 점검 등은 사고가 터질 때마다 나온 대책일 뿐 아니라, 정작 가장 중요한 노후 전동차 전면 교체를 위한 예산 확보 방안 등 세부적인 대책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 이석근 교통정책과장은 "1호선 전동차 전체를 바꾸려면 54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시와 교통공사 자체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중앙 정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해 중·장기적으로 신차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훈전 사무처장 직무대행은 "무작정 정부 지원을 바라는 식의 대책은 무성의하다. 더욱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다른 예산을 줄여서라도 도시철도에 시비를 우선 투입해 노후 전동차를 단계적으로 교체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이날부터 1호선 노후 전동차와 설비의 전면 교체를 촉구하는 '안전한 지하철 만들기 15만 명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노조는 이달 말까지 서명을 받아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부산지하철노조 남원철 사무국장은 "부산시가 내놓은 안전대책으로는 시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노후 차량 전면 교체를 위한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