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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마을기업-지역에서 싹트는 희망 <22> 동구 전통찻집달마협동조합

산복도로 변 '비밀의 정원'…관광객엔 찻집, 주민에겐 '사랑방' 역할

  •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
  •  |   입력 : 2014-07-30 19:44:35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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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전통찻집달마협동조합에서 손님들이 산채비빔밥을 먹고 있다. '달마'는 옛 관사를 활용해 고풍스런 멋을 풍긴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6·25 때 이승만 대통령 머물고
- 초대 부산시장 사용한 옛 관사
- 1968년 개인이 건물 사들여
- 작년 해인사 법용 스님에 기증
- 갤러리·전통찻집으로 새 단장

- 茶·해인사서 만든 장류 등 판매
- 주민·직장인 모이는 힐링공간
- 음악회·문학 행사 땐 무료 대여
- 청소년 대상 인성교육의 장
- 저소득층 학생 학비 후원까지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전경 아래로 고단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산복도로의 정취는 남다르다. 최근 산복도로가 재조명되고 있지만, 주민의 삶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부산 동구 산복도로에 자리 잡은 전통찻집달마협동조합은 행정에 기대지 않고 주민의 힘으로 한층 더 나은 삶을 가꿀 가능성을 보여준다.

■문턱 낮춘 '비밀의 정원'

   
전통찻집달마협동조합 옥상에 올라서면 잘 가꾼 정원과 함께 멀리 부산항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김성효 기자
전통찻집달마협동조합에 들어서면 '비밀의 정원'을 발견한 기분이 든다. 꼬불꼬불 굽은 길 위에 작은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동구 초량동의 산복도로를 따라 걷다 드넓은 마당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당에는 지금은 보기 어려워진 우물에 작은 연못까지 있다. 찻집은 계절따라 색을 바꾸는 정원에 한 폭의 그림처럼 안겨 있다. 건물 옥상에 올라가면 부산항대교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터가 2300㎡(700평) 정도에 건물도 230㎡가량 된다고 한다. 마을기업 치고는 상당한 규모다. 어디 내놔도 손색없을 '동네 찻집'은 원래 고위 인사의 관사였다. 양성봉 초대 부산시장이자 4대 경남도지사가 사용했고, 한국전쟁 때는 이승만 대통령도 머물렀다. "이 대통령이 머물 땐 동네 사람들이 '한 번 더 대통령을 맡아달라'면서 절을 하고 가기도 했다더라고요. 기록은 없지만, 동네 어르신들 말씀이 그래요." 박승례 전통찻집달마협동조합 대표의 귀띔이다.

더는 관사로 사용하지 않게 된 뒤 1968년 개인이 이 건물을 사들였다. 그러다 지난해 달마도로 유명한 해인사 법용 스님의 갤러리로 새로 단장하면서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스님이 지인으로부터 "건물을 잘 보존하고 좋은 용도로 써달라"는 당부를 받고 기증받은 것이다. 스님을 대신해 갤러리 운영을 돕던 박 대표 등이 전통 찻집을 열어 지금의 모습이 갖춰졌다.

■마을 공동체 활성화의 장

전통찻집달마협동조합의 사업 내용은 간단하다. 한약재 10가지를 우려낸 약차와 대추차, 커피 등 차를 판매하고 해인사에서 생산된 된장 고추장을 가져와 판매한다. 벽면을 메우고 있는 법용 스님의 달마도 작품과 곳곳에 놓여있는 김해 진례산 도예작품도 판매용이다. 이 때문에 여느 마을기업처럼 고용창출 효과가 크지는 않다. 박 대표를 비롯해 3명이 상시 근무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사업 내용보다는 공간 자체가 가지는 의미가 크다. 도심 속 힐링 공간이 공동체의 활성화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찻집이 한가한 시간에는 동네 주민 서넛이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점심시간이나 저녁때는 인근 직장인이 많이 들른다. 그도 그럴 것이 잘 가꿔진 정원에서 차를 마시며 달마도와 50년 넘은 전축, 풍금 등 골동품을 보는 경험을 잊기 쉽지 않다. 동구 이바구길이 인기를 끌면서 찻집에 들르는 타지 관광객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찻집은 마을 잔칫집으로 변해가고 있다. 직장 동호인이나 마을 주민들이 음악회나 문학 행사 장소로 찻집을 사용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대관료를 받지 않는 대신, 차를 마시고 음식을 사 먹으니 서로에게 이득이다. 또, 스님의 인성 교육도 빼먹을 수 없는 전통찻집달마협동조합만의 자랑거리다. 법용 스님은 부정기적으로 찻집에서 인근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람의 도리와 웃어른을 대하는 예의 등 기본적인 인성교육을 진행한다.

이렇게 마을 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인성교육의 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도 진행한다. 전통찻집달마협동조합은 지난해 수익금으로 동구 저소득층에 쌀을 기부하고 학생 20명의 학비를 후원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을 펼쳤다.


# "갤러리 문턱 낮추려 마을기업 신청…2년 차 지원금 포기했지만 홍보 힘쓸 것"

■ 박승례 대표

   
박승례(사진) 전통찻집달마협동조합 대표는 '대표'라는 직함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닌 눈치였다. 갑작스레 마을 기업의 대표가 되기는 했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사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평범한 주부였다. 하지만 전통찻집달마협동조합을 마을 대표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했다.

"해인사에 다니면서 법용 스님을 알게 됐어요. 스님이 갤러리를 여는데 혼자 관리하기 어려워 돕던 게 마을기업을 세우는 계기가 됐죠. 처음에는 단순히 공간이 넓고 정원도 잘 가꿔져 있는 만큼 많은 사람이 편하게 올 수 있었으면 했어요. 그러다 '갤러리 문턱이 너무 높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6명이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마을기업 선정에 지원했죠."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랏돈을 지원받다 보니 준비할 서류가 엄청나더라고요. 회계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데 할 줄을 알아야죠. 여기저기 물어보느라 구청이며 세무서며 문턱이 닳게 다녔어요." 이 탓에 박 대표는 2년 차 지원금은 포기했다. 그렇다고 찻집 운영에 열정이 식은 건 아니다.

"지난해 동구 차이나타운 축제를 할 때 구청에서 내빈을 모시고 찻집에 오기도 했어요. 마을 사람들이 좋아하고 편안한 공간이면서 또 이 동네 대표 자랑거리로 거듭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더 많은 사람이 와줬으면 하는데, 홍보가 부족한지 아직은 만족스럽지가 못해요. 동구 구보에 게재해달라고 부탁도 했는데, 달마도가 종교색이 있다고 판단했는지 안 되더라고요."

그래도 이바구길이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구청의 전통찻집달마협동조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것을 기회로 박 대표는 사업을 다각화하고 일자리도 더 창출할 생각이다. "3월부터 산채비빔밥을 메뉴에 추가해서 점심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지난해에도 한 달쯤 했는데 일손도 부족하고, 갤러리 의미가 너무 퇴색하는 게 아닌가 싶어 관뒀다가 다시 시작한 거죠. 조금 힘들더라도 뭐든 하나라도 더 하면 일할 사람도 필요하고 찾아오는 사람도 많아지니 고생하는 게 차라리 즐겁죠. 여러 가지 궁리를 하고 고용도 늘려서 사회적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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